김무성, 한국노총 노사정위 복귀 다독...노총, “개악 철회부터”

양대노총, 노동시장 구조 개악 문제 국회 소위나 논의 기구 가능성 제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가 바로 보이는 산업은행 옆에서 농성 중인 한국노총을 찾아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노동시장 구조 개악 행보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면담 후 지난 20일 김무성 대표가 “올 하반기에 노동개혁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표를 잃더라도 당력을 총동원해 추진하겠다”고 말한 대로 한국노총 달래기에 직접 나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한국노총 농성장에 멜론 세 박스를 들고 찾아와 노사정위 복귀를 요청하며 허리를 굽혔다.

한국노총은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개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노사정위 복귀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민주노총이 국회 차원의 논의에 참가한다는 것을 전제로 민주노총과 함께 국회 차원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데 더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지난 4-5월 국회에서 진행된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나 2014년 통상임금 문제 등을 다룬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 같은 논의 틀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인영 새정치연합 환경노동위 간사도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실패한 노사정위 재개보다는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금삭감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맘대로 바꾼다거나 저성과자를 낙인찍어 쉽게 해고하려는 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 한국노총에 허리 구부리며 노사정위 복귀 요청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 한국노총 출신 김성태, 최봉홍 의원, 권성동 여당 환노위 간사 등은 22일 저녁에 예정된 당.정.청 회의에 앞선 4시 30분에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삭발 농성 중인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간부들을 만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요청하고 상한 마음을 다독였다. 김무성 대표는 대화 도중 한국노총 간부의 어깨를 껴안고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김동만 위원장에겐 “언제까지 삭발만 할 거냐”는 농담도 던지며 허리를 바짝 구부렸다. 한국노총 간부들은 김무성 대표 옆에 노동시장 구조 개악 관련 항의 손 피켓을 들고 섰다.

김무성 대표는 “오늘 당.정.청 회의를 앞두고 한국노총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왔다”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상생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고민을 함께하자는 것이지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또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자는 게 아니다.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서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김동만 위원장 손을 꼭 잡기도 했다.

권성동 환노위 여당 간사도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나가야지 극단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며 “대화의 장에 나오면 정부도 근로자 지위 상승 등 여러 개선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독려했다.


반면 김동만 위원장과 한국노총 임원들은 쉬운 일반해고 문제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부터 주문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왜 노사정이 풀어야 할 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같은 프레임에 놓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노총은 IMF때나 2008년 경제위기 때도 총대를 메고 양보를 했는데 노총이 마치 일자리 기득권에만 몰두하는 집단으로 몰고 있다. 어떻게 임금피크제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디서 그런 통계가 나왔는지 있다면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또 “노사 자치에 입각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금단체협약으로 다뤄왔는데 갑자기 취업규칙 변경을 하자고 하는 것은 초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김동만 위원장과 함께 자리에 배석한 한 임원은 김무성 대표에게 “이미 중앙노동위에서 저성과자 해고 12,000건을 심판하고 있는데 노사정위 의제로 일반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임원은 “김무성 대표가 표를 의식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노동자의 자존심까지 뭉개는 발언”이라고 항의했다.

한국노총 임원들의 쓴소리가 이어지자 권성동 간사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도 “노동자만 양보하라는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이다. 정당이 표만 생각하다가는 나라의 미래가 어렵다는 의미에서 애국심에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원들의 쓴소리가 이어지자 김동만 위원장이 “김무대의 다음 무대가 노동 무대가 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덕담을 던지기도 했지만, 노사정위 복귀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노조 입장으로서는 노사정 테이블을 가져나갈 명분이 있어야 해서 오늘 저녁에(당.정.청 회의에서) 얘기해 보겠다”며 “이럴 때 노사정위원회가 필요하다. 노조가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일단 쉬운 정리해고와 취업규칙 개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노사정위 복귀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두환 한국노총 상임 부위원장은 “손쉬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개악 안은 독약이나 다름없다”며 “두 가지 문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노사정위원회엔 참가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보다는 국회 차원의 논의에 더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최 상임 부위원장은 “이전에 환노위에서 통상임금 소위원회를 한 경험에 비춰보면 어려운 점은 많지만, 민주노총이 국회 차원 논의에 참여를 논의 중이다. 한국노총만 들어가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민주노총이 참여한다면 다양한 논의기구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민주노총 논의 경과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 고위급 만남은 이뤄지고 있지만 공식적인 회의 테이블에 참가하기는 당장 어려워 보인다”며 “요즘 한국노총은 노사정 논의보다는 국회 차원의 논의기구에 참가하는 것으로 기류변화가 읽힌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23일 중앙집행위를 개최하고 노동시장 개악에 대한 경고성 파업을 넘어 실질적 총파업 돌입 계획을 논의한다. 또 국회 논의 기구를 통한 대화 모색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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