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소셜파워]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사회적 통제를 실현하자

조선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15일 대우조선해양의 2조 원대 손실 은폐 의혹이 제기되어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7월 29일 대우조선해양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2분기 3조31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계속 확산되자 대우조선해양이 의도적으로 부실을 은폐하고 회계 반영을 늦추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이러한 부실 은폐를 ‘몰랐다면 무능, 알았다면 사기’라며 ‘주인 없는 기업’의 문제가 전형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기업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정부 ‘책임론’과 함께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산업은행 ‘책임론’ 등도 나온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은폐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지만, 딱히 그럴싸한 해결책이 떠오르고 있지는 않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매각만이 살 길이오,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수반한 강력한 정상화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는 주장만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 전에 현재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불거진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가 규명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그 해결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우선 부실 은폐의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 실적 부진이 명백한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인식하지 않았던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여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전임자에게 전가시키는 ‘빅배스’(big bath)라고 주장하지만, 의도적으로 손실을 숨겼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분식회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임 사장들이 연임을 한 차례 더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실 반영을 미루고 손실 폭을 줄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적 보여주기’에만 급급했던 경영진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처벌이 요구된다.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주로 청와대발 낙하산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사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에서 제기된다. 2013년 4월 금융 실무 경험도 없었던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창립 멤버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이었던 인연이 강력히 작용했다. 이렇게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가 대규모 지분을 갖고 있거나 대규모 여신이 있는 기업들을 제대로 관리할 리는 만무하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산업은행이 아니라 대부분 청와대가 정했고, 현 정성립 사장이 2015년 6월 취임하기 전까지 대우조선에 경영공백이 있었던 것도 청와대가 최종 결정을 못해서였다고 한다. 이런 잘못된 인사 관행 속에 산은 산하기업의 부실사태도 지속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이들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일차적인 책임이 경영을 관리감독해온 산업은행에 있다는 지적이 최근 열린 국회 예결위 ‘2015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도 나왔다. 물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으로 경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리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우조선 전 경영진이 여러 차례 해양플랜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손실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은행 몰래 대우조선해양이 손실을 은폐하기란 불가능하다. 2009년부터 부행장 출신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황을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보낸 산업은행이 회계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경영성과에 대한 MOU를 맺고 한해 매출과 영업이익·절감목표 등을 일일이 점수화하여 보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을 알고도 방조 또는 묵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 때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실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부실기업을 정상화하여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는 산업은행이 높은 값에 팔려고 대우조선의 회계부정, 부실을 은폐하고 눈감아 주었다는 것이다.

부실 감사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폐 규모가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외부감사 업무를 담당해왔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해마다 ‘적정’ 감사의견을 냈다. 이렇게 부실 감사가 이루어진 가장 큰 원인은 회계법인이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이후 외부감사인 계약을 이어가기 어려울 거라 여기는 데 있다. 회계 부실을 저지르는 기업과 부실회계 내용을 알아도 침묵하는 회계법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부실 감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외부 회계법인에 의한 부실 감사의 문제에 주목하면, 시장에 맡긴 감리 자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이는 현행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한 모든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기업’이라서 부실을 은폐했다는 주장과는 배치된다.

또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위원들은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도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 감사위원들은 전 사장 재직기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재무제표와 영업보고서에 대해 100% 찬성 의견만을 냈다. 대우조선이 올해 수조 원대의 손실 은폐 의혹이 불거질 때까지 감사위원들은 단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산업은행도 감사위원회의 구성원으로 되어 있었지만,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전문가들보다는 뉴라이트 활동을 하는 정치권 출신 인사나 조선 분야의 비전문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은 감사 기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조직개편을 했다. 결국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교체하고, 감사위원의 구성을 바꾸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감사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해결방안은 있는가?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수조 원대의 부실은폐 의혹에 휘말리면서 기업가치가 폭락한 상태다. 2008년 매각 추진 당시 대우조선의 주가는 4만 원대를 유지했었으나, 7월 27일 7,390원으로 마감하여 주가가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시가총액은 1조4,144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매각을 추진할 경우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없고, 헐값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더욱이 인수 가격이 대폭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부실 규모로 인해 대우조선을 인수할만한 국내 기업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부실 규모가 확정되고 자본이 원하는 정도의 자구책이 이행되어 ‘정상화’되기 전에는 국내 기업 가운데 매수자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고 외국계 조선업체에 매각할 수도 없다. 외국계 기업에 매각될 경우 국산 잠수함 기술 등이 외국에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각 자체가 곤란한 현실에서 국가가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가 반드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통해서만 달성되는지도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대우조선 사태를 관치 구조조정의 폐해로 간주하고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자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되지만, ‘주인 없는 회사’라는 표현은 공기업 민영화의 구실을 찾을 때 시장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민영화는 (국민-정부 관리자-공기업 경영진이라는) 중층적 위임구조를 제거하고 주인과 대리인 사이에 (주주-사기업 경영진이라는) 직접적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공공 소유구조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비효율성을 줄이는 유력한 해결책이 된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문제에서 ‘주인 없는 회사’ 운운하는 대부분의 주장이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민영화 논리로 귀결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3년마다 한 번씩 사장이 바뀌면서 불안이 가중되는 경영구조를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경영관리를 제대로 하기는커녕 정치인이나 비전문가들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냈던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이는 모두 소유·지배구조의 문제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법률적 지위는 누구도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을 만큼 대단히 미묘하다.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8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2년 만인 2001년 8월 정상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고, 이 자금이 모두 출자전환되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르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임원 임명권한 행사 등을 통하여 당해 기관의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은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만 31.46%이고, 위에서 본 것처럼 청와대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의사결정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공공기관 지정요건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법령 또는 지침의 근거 없이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야 할 대우조선해양이 공기업으로 취급되기는커녕 주인 없는 기업으로, 민간 매각만이 살 길인 것처럼 얘기된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역할은 구조조정과 매각을 다그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을 공공기관으로 보면 현재 사태의 원인과 그에 대한 해법이 더욱 명료해질 수 있다.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하기보다 방위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공공기관으로 명확하게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은행의 보유지분 31.46%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12.15%)와 국민연금(4%)의 보유지분을 합하면 정부가 보유한 지분이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국가 소유 조선업체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사기업이 운영을 잘못하여 부실해진 기업을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살려놓았는데, 주인이 없다고 이를 다시 사기업에 넘겨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공공기관 출자회사의 정리를 포함시켜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 문제와 산업은행 산하기업이자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부실 문제는 빠져 있었다. 이들 기관을 포함하여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도 제외되었다. 실적과 성과로 책임 추궁하겠다고 했는데, 수조 원대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은폐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모호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산업은행이 제대로 관리했는지, 산업은행 파견 인사를 포함한 대우조선 경영진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회계감사는 철저히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관리감독을 맡았던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우조선 부실 문제가 분식 회계 등 법적 책임으로까지 확산될 경우 전임 경영진들과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교체하고, 감사위원의 구성을 바꾸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감사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기관인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공공기관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공적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맞는 감사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덧붙여, 사회적 통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 정권에서는 공기업에 대한 기능조정을 명분으로 민영화의 단계를 정하는 시장성 테스트가 추진되고 있지만, 공영화, 사회화를 위한 조치는 당연히 부재하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조차 이에 대한 논의가 가라앉은 것은 문제가 있다. 재벌의 사회화, 독점이윤의 사회화를 통한 국민경제의 재편을 말하기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에 적극 개입하여 공적 통제, 사회적 통제를 위한 논의 지형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다양하게 변형되고 우회하여 행해지는 민영화 시도를 막지도 못하면서,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공영화 등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하면서, 재벌의 사회화를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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