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 실업급여 늘려줄 테니 쉬운 해고 받으라는 훈시”

야권, 박 대통령 노골적으로 쉬운 해고-임금 삭감 요구하자 강력 비판

6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재도약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두고 야권은 국민과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소통 담화가 아닌 대통령 훈시였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노골적으로 노동개혁이 ‘쉬운 해고-임금 삭감’이라고 드러낸 셈이라 야권의 비판은 후진적인 재벌개혁이 우리 경제에 더 시급한 문제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부터 60세 정년제가 시행되면 향후 5년 동안 기업은 115조 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예전처럼 일단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으로는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며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바뀌어야 고용을 유지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통령이 나서서까지 고용 보장을 문제 삼은 것은 앞으로 해고를 쉽게 하는 정책을 더 노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해고에 대한 저항을 약화하기 위해 해고 노동자 실업급여 인상이라는 카드도 같이 냈다. 급여액은 현행 평균임금 50% 수준에서 60%로 올리고, 급여 지급 기간도 현행(90-240일)보다 30일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 담화가 훈시였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롯데그룹의 진흙탕 경영권 싸움에서도 보듯 시급한 것은 재벌 개혁임에도 재벌 대기업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은 온데간데 없고, 경제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노동개혁’만 외치다 끝나버렸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대변인도 “노사정 대타협을 결렬시킨 쉬운 해고와 노동자 동의 없는 제도변경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면서 노동자들에만 양보와 타협을 촉구하고 대화를 종용하는 것은 협박이나 다름없다”며 “정작 노동시간 줄이기나 막대한 사내보유금을 일자리에 투자하게 하지 않는 기업의 책무는 쏙 빼놓았다”고 비난했다. 또 “실업급여를 늘려줄 테니 쉬운 해고를 받아들이라는 것처럼 들려 모욕감마저 느끼게 된다”며 “정부 정책실패가 야기한 노동시장 문제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청년실업을 세대 간 밥그릇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비겁하다”고 덧붙였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오로지 국민 탓, 노동자 탓이다. 국민에게만 고통 분담을 종용하는 위압적인 태도마저 바뀌지 않았다”며 “롯데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경제를 침체시키고 있는 것은 노동자 임금 같은 것이 아니라 몇 퍼센트 안 되는 지분으로 거대 그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뒤틀린 재벌 중심의 시장경제 체제와 수수방관하는 정부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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