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조기선거와 시리자의 분열

역사적 7.5 국민투표와 치프라스의 7.13 유턴 이후 그리스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8월 13일 3차 협상안 표결 이후 8월 20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전격적으로 9월 20일 조기총선을 선언하면서 총리직을 사임했다.

그러자 다음 날인 8월 21일 25명의 국회의원들이 시리자를 탈당해 민중단결(Laiki Enotita)이란 그룹을 결성했다. 이들 의원 대부분은 시리자 좌파블록(Left Platform) 소속이며, 그 외에도 반겔리스 디아만토풀로스와 라켈 마르키 등 좌파성향의 시리자 의원들도 동참했다. 라켈 마르키 의원은 협상안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한 조이 콘스탄토풀루 국회의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8월 13일 표결을 앞두고 역사적 Oxi의 새로운 전선 창출을 호소하는 성명에 서명한 13개 조직들을 주축으로 민중단결이 결성됐다. 민중단결은 포스트 시리자 그리스 급진좌파의 재편의 출발이며, 지난 5년간의 투쟁, 시리자의 집권과 굴복의 경험을 종합하는 재편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연대체가 2015년 1월 총선과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표출된 반긴축 세력의 정치적 결집을 지향한다. 주요한 강령적 지향에서 긴축과 메모렌덤의 거부, 민영화의 거부, 전략적 경제부문의 국유화, 그리스 부채탕감 등의 요구들을 포함한다.

이런 목표는 유로존을 이탈하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 유럽연합이 제도화한 일련의 정책과 단절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전유럽과 국제적 차원에서도 그리스의 나토 탈퇴, 기존 그리스-이스라엘 협정의 폐기, 제국주의 전쟁과 간섭에 대해 반대하며, 21세기 사회주의의 전망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빍히고 있다.

현재 이 그룹은 그리스 의회에서 시리자와 신민주당(ND) 다음의 제3당으로서, 극우 나치정당인 황금새벽당(17석)과 신생 중도좌파 토포타미당(17석)에 앞서 있다. 그리스 헌법에 따라 신민주당은 3일 동안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갖고 있고, 치프라스를 저지하기 위해 새 정부의 구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ND의 시도가 실패하면, 민중단결이 제3당으로서 3일간 정부구성권을 갖게 된다. 현실적으로 이런 정부구성의 가능성은 희박하고, 9월에 조기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우리가 그리스 민중의 다수를 배신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루파키스는 7월 13일 재협상안을 수용한 치프라스의 결정에 반대하기 때문에 시리자가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7월 13일의 결정을 집행하려는 정당의 후보가 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3차 협상안이 사실상 그렉시트의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민중의 투쟁은 그리스만의 투쟁으로 승리할 수 없다. 치프라스의 굴복은 시리자의 굴복일 뿐만 아니라, 유럽 좌파와 민중의 굴복이기도 하다. 8.13 협상안에 대한 그리스 좌파의 저항과 반대가 정당하다고 해서, 시리자와 치프라스를 넘는 대안세력의 건설이 기계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렉시트를 단순한 정책대안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그리스 민중의 대중적 투쟁으로 조직하고 이를 전유럽적 투쟁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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