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 삼성의 책임을 묻는다”

황상기 씨, “삼성은 안전과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조정위 권고안을 무시하고 개별 보상을 추진해 논란을 낳고 있는 가운데 아랍계 주요 외신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목소리를상세히 전해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올 2분기 중동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출하한 상황에서 나온 뉴스여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아랍권 뉴스 방송사 <알자지라> 온라인 영문판은 지난 7일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 회의를 하루 앞둔 6일 “힘없는 삼성 전 노동자들이 회사의 답변을 촉구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피해자와 활동가들은 단지 보상이 아니라 삼성의 책임을 묻고 있다”고 전했다.

  1997년 삼성 LCD 공장에서 일했던 김미선 씨의 최근 모습. 2000년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현재 거의 시력을 잃은 상태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출처: 알자지라 화면캡처(사진, 신웅재)]

<알자지라>는 “2007년 22세 황유미 씨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후 처음으로 삼성 직업병 문제가 조명받기 시작한 뒤 지난해 삼성이 보상 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피해자들에게 이는 승리가 아니었다”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알자지라>는 “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나는 (삼성의 계획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삼성)은 자신이 동의한 중재과정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황씨의 지적을 실었다. 또 “‘돈 문제가 아니다’라는 황씨의 발언과 함께 ‘나는 삼성이 안전 문제 그리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길 원한다”는 말도 함께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제3자 조정위가 삼성, 가족과 반올림 간의 대화를 중재하고 있고 이 회의는 지난 7월에 이어 2달 만인 지난 7일로 계획”됐지만 “<알자지라>에 보낸 삼성측의 이메일에 따르면, 삼성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비효과적이며 해당 가족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정위의) 권고문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피해자와 활동가들은 삼성이 주도하는 보상위원회는 불공정하며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은 삼성의 기준이 특정 피해자를 불공정하게 배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 언론은 삼성이 조정위 권고문을 거부해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과 더불어 삼성전자 공장의 노동 여건에 대한 논란도 함께 전달했다.

<알자지라>는 우선 “‘클린’ 산업이라고 널리 알려진, 반도체 제조업은 독성 화학 물질과 유기 용매의 배터리를 포함하는 극도로 위험한 과정”이라면서 “이 과정 중 다수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일부는 독성이거나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삼성전자는 ‘자사는 반도체 산업 안전 기준을 충족하거나 초과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들의 실적은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2013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치명적인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고 이에 따라 진행된 정부의 조사에서 삼성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1,934건 있었고 위험 물질과 노동자 보호에 대한 방침에도 여러 문제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또 “연구자들은 종종 회사들이 그들 작업 환경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는 영업 비밀이라고 주장하여 역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자료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삼성에 대한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이 언론은 또 “정보 공개에 대한 삼성의 거부는 정부 주도의 노동자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보상을 받으려는 피해자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반복해서, 피해자와 이들의 변호사가 현장 연구에 기간 참석하지 못하게 하여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불신하게 하는 많은 사례를 낳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알자지라>는 “(한국) 국내에서, 글로벌 기술 거인 삼성은 최대 재벌”이라며 “이런 삼성은 스파르타식 직업 윤리와 막강한 영향력으로 유명하지만, 또 법 위의 존재, 반대파에 대한 불도저식 대응 등 미심쩍은 경영으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반올림은 지난 7일 삼성이 조정위 권고안을 외면하고 독자적인 보상위원회를 꾸리자 교섭단 전원 교체와 삼성전자의 책임있고 진정한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만 4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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