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뮌영상] 6th맑스코뮤날레: 적녹보라, 불편한 동거 또는 새로운 패러다임?

[6th맑스코뮤날레] 적녹보라, 주체형성, 운동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그리고 녹색사회주의

2013.5.11(토) 15:00-18:30 / 서강대학교 다산관 101호

발제: 불편한 동거 또는 새로운 패러다임? / 서영표(진보평론)


녹색사회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이론적 분석-기획-정책-실천-이론적 분석-기획의 지속적인 순환의 과정이다. 그러나 기획은 구체적인 조건 속에서 사람들의 정서나 느낌과 결합된 정책으로 옮겨지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좌파서클 내의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책은 정부와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시혜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녹색사회주의가 생각하는 정책은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역량을 고양하고 그 과정에서 연대를 실현하고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브라질의 포루투 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 이전에는 사회주의적 광역런던시의회가 하려고 했던 급진민주주의 전략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녹색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를 방어해야 한다고 당위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왜 21세기에도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사회이론의 적실성를 가지는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 저작에 나오는 구절들의 문헌학적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모순을 설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가 표방한 유물론적이고 변증법적 사회분석이 가지는 이론적 적실성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새로운 얼굴로 재구성될 수 있다. 현실설명능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비마르크스주의적 이론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이제 경직되고 교조적인 마르크스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현실과의 대화과정에 열려 있는 이론적 패러다임일 뿐이다.

녹색사회주의는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안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내포하는 다양한 사회적 실험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주의 이후 사회로의 이행의 힘은 선험적으로 구성된 노동계급의 혁명성이나 초역사적으로 구성된 호혜적이고 자율적인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역사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조건 아래에서 지배적 사회적 관계와 이데올로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 더욱 평등하고 더욱 자유롭고 더욱 민주적인 사회를 향한 열망만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혁의 힘은 이미 곳곳에서, 비록 분산되어 있지만, 실천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론적-실천적 연대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 출현하고 있는 다양한 비자본주의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사회적 실천을 발전시키고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지방자치정부의 운영을 탈자본주의적 실험들과 결합할 수 있는 능력에 다름 아니다. 지방자치정부 수준의 사회주의적 실험은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가 유토피아가 아님을 보여줄 수 있는 예시적 정치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과 정책을 발전시키 위해 한국의 녹색사회주의가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비판사회이론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경제학 분야로 연구와 토론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미 생태주의적 좌파와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은 기존의 지배적인 경제학 패러다임이 추상적으로 구성된 개념적 가공물이며 수학적 함수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적 이론임을 비판해왔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러한 논쟁이 본격화될 때다. 이러한 논쟁은 과학적 분석의 힘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도구적 분석적 이성에 기댄 근대적 과학관과 지식론을 넘어서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제의 핵심은 교환과 이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와 욕구의 충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는 생산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른바 경제적 합리성은 인식하지 못하는 돌봄과 사랑의 노동이 가지는 가치, 자연적 대상이 우리 삶의 풍요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하고, 과학적 합리성의 이름으로 집중화된 생산과 교환을 분권화하고 다양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여성주의-생태주의 사이의 이론적-실천적 연대인 것이다.



토론: 황주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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