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충청 삼성서비스 취재 후기를 읽고

[기고] 나가도 너무 나간 거짓 주장은 왜?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다. 그러나 TV를 수리하고 에어컨을 달고 휴대폰, 컴퓨터를 수리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삼성전자도 삼성전자서비스라는 회사도 아니다. 삼성에서는 협력사라 부르고 노조에서는 위장도급, 불법파견이라 부르는 기형적 형태의 사업장이다. 이 사업장에 노조가 생겼고 노조탄압이 있었고 파업을 했고 죽음으로 저항한 노동자가 있었다.

40여개가 넘는다는 각 지역 삼성서비스센터 바지사장들은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했고 금속노조와 교섭이 열렸다. 그런데 이 교섭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내용이 오고 가는지 모르는 소위 블라인드 교섭이라고 한다. 청문회 나온 국정원 직원도 아니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블라인드 교섭에 대해 미디어충청은 약간의 문제의식을 담아 두 번에 걸쳐 기사를 냈다. 여기까지는 사실, 즉 팩트다.

미디어충청 기사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지원 씨는 자신의 페북과 삼성서비스지회 카톡방에 ‘삼성 매파의 역공작’ ‘삼성의 입장’등의 표현을 써가며 기사의 문제의식과는 동떨어진 공격을 했다. 나아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진보연대 내부 카톡방에 ‘공지’라는 제목으로 좀 더 노골적이며 미디어충청 기사에 대한 공격의 근거, 정확히 미디어충청 기사가 드러낸 문제의식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여기에선 삼성의 입장이나 매파 공작 같은 표현을 생략한다. 바로 정파갈등을 유발한다. 작년 삼성서비스 최종범 열사투쟁에 대한 박모 활동가의 평가글을 근거로 그와 함께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 금속노조 박모 국장을 연결시키고, 금속노조 박모 국장이 ‘교섭을 깨기 위한 의도’로 기사를 조직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특정 정파와 연결시켜 ‘삼성서비스 교섭에 대한 문제의식은 교섭을 깨기 위한 것이며 이는 대책 없는 장기투쟁 가자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한지원 씨의 글쓰기는 팩트다. 하지만 한지원 씨의 주장의 근거는 사실이 아니다. 한지원 씨가 페이스북과 카톡방에 소설이나 시나리오 같은 픽션이 가능한 글을 올린 게 아니기에 한지원 씨의 글을 거짓이라 부르고자 한다.

나가도 너무 나간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씨의 거짓 주장은 왜?

미디어충청의 삼성서비스취재 후기가 나가자 사회진보연대와 한지원 씨는 발 빠르게 사과와 징계입장을 밝혔다. 미디어충청 기사를 거짓으로 공격했으면서도 정작 사과에서는 미디어충청은 제외한 조롱과 충고의 글쓰기는 경악스러우나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바로 왜 한지원 씨는 페이스북과 사회진보연대 노동쪽 카톡방 글의 내용을 달리해서 올렸냐는 거다.

페이스북에는 ‘삼성매파의 역 공작’ ‘삼성의 이해’라며 공격해 놓고, 사회진보연대 카톡방에서는 이 말은 쏙 들어가고 왜 활동가 박모 씨와 금속노조 박모 국장과 특정정파를 연결하는 거짓말을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 처음 ‘삼성매파의 역 공작’ 주장 이후 카톡방 글 올리기 까지 대 여섯 시간 사이에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야 할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설마 한지원 씨가 거론한 사람들과 정파가 삼성매파와 연결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서는 아닐 테고 왜 그랬을까? 또 지금까지 왜 이 부분은 해명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 듯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

내 생각에는 페이스북과 삼성서비스지회는 대중이 보는 공간이고 사회진보연대 카톡방은 활동가, 정확히 내부성원이 보는 공간이기에 ‘비공개 교섭에 대한 문제의식’이 퍼지는 걸 차단하는 거짓구실, 각기 다른 마타도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1차로 대중의 눈을 가리려는 거짓장막을 ‘삼성 매파’라는 단어로 페이스북에서 쳤고 자신과 함께 활동하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들에게는 정파구도와 투쟁에 대한 책임이라는 무게를 더해 거짓장막을 2차로 치고 ‘공지’라는 제목처럼 이를 사실처럼 확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진보연대 내부 평가와 자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려진 바 없다. 심지어 한지원 씨 징계사유와 결과도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씨가 자신의 주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한 행위는 나가도 너무 나간 짓이었다. 그렇기에 사회진보연대는 이 문제 처리에 있어 좀 더 투명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중투쟁을 정파구도로 만들기 위해 거짓조차 서슴지 않는 한지원 씨의 행위를 최소한 묵인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원칙이 무책임하다면 한지원 씨의 거짓은 판단의 영역인가

비록 조직의 내부 소통망이라 하지만 한지원 씨의 공지는 미디어충청과 실명이 거론된 개인, 정파에 대한 명예뿐 아니라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밝혔듯이 ‘서초동 농성장에서 6-7백 명이 한 달 가까이 정말 대오를 늘려가며 농성하고 있기 때문에 교섭력이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투쟁의 주체이며 교섭력의 원천인 조합원들을 배제한 비공개 교섭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막으려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한 달 넘게 농성투쟁을 이어가는 조합원에 대한 신뢰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어 심지어 원청과 교섭을 통해 노조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획’이라는 단언은 이 교섭과 투쟁에 임하는 기본자세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인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지원 씨가 이번 투쟁과 교섭에 얼마나 깊게 관여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대응지침을 보면 내용적으로 상당히 깊게 관여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지원 씨 표현법을 빌리자면 공식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에서는 교섭의 과정과 내용을 알고 있는데 조합원은 몰라야 한다는 게 삼성 비둘기들의 생각이냐 묻고 싶다.

‘삼성과 간접적 형태라도 교섭을 할 수 있는 건 하늘이 준 기적 때문’이라는 대목에선 ‘6.25 전쟁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의 설교가 오버랩 되기까지 한다. 삼성 조합원들의 투쟁은 그냥 수사로 사용하고 오직 경영권 승계라는 하늘이 준 기적 때문에 교섭이 진행될 수 있었다는 인식은 대단한 판단 영역으로 보인다.

글을 보면 삼성에 대한 두려움과 교섭 성과에 대한 조급함만이 있을 뿐 조합원에 대한 진실한 믿음이나 조합원과 함께 투쟁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을 핑계로, 힘들고 지난한 투쟁현실을 무기로 조합원들을 협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게라도 삼성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교섭은 결렬되고 지회는 죽을 것이라는 협박 말이다. 인식의 시작이 이럴진대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까마는 노동운동을 해왔다고 자부한다면, 앞으로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 그 글의 출처가 조직내부 소통방 이건, 외부에 공개된 것이건 간에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노동운동진영 전체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교섭 노측 실무 간사였던 조건준 씨는 ‘중앙차원의 마지막 실무교섭에 임하며’라는 글에서 비공개교섭을 두고 “투쟁과 교섭의 주체인 조합원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라고 표현했다. 조합원이 교섭에서 배제되었다는 것, 이게 팩트다.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씨는 이 사실을 잊지 말라.

비공개 교섭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공개 교섭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공개 교섭에 대한 문제의식을 거짓말로 차단해서는 안 된다.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 또한 있을 수 없다. 특히 조합원에게 ‘자신의 생각’이라며 거짓을 포장 유포하는 활동가의 행위는 더더욱 있을 수 없다. 이게 원칙의 문제다. 삼성서비스투쟁에 얼마나 결합했냐가 이 문제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가 우선이다.

언론은 언론이고 노조는 노조다

진보 언론이라고 해서 노조의 주장과 입장만을 전달하는 기관지일 수는 없다. 아니 노조의 기관지조차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에 따라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집행부 감싸기나 대변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을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 하물며 노동자의 시선으로 보도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진보언론임에야 사실에 기반을 둔 보도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 또한 노동조합은 진보언론의 비판적 기사뿐만 아니라 수구언론의 왜곡조차도 감당해야하며 사실에 대한 왜곡이나 공식적인 비보도 요청에 대한 폭로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절차와 통로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직간접적 폭력과 따돌림으로 언론을 길들이려 하는 것은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삼성서비스 비공개교섭 기사와 관련한 일련의 행위는 노동운동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제 우리 모두 가면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자. 솔직해지자.

정파와 조직 뒤에 숨어 외면하지 말자. 미디어충청 기사의 문제의식 보도 이전에 노동운동 내부에서 먼저 지적되었어야 할 문제 아니었나? 현실 투쟁에서 물러설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다. 패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충청 기사와 같은 건강한 문제의식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거짓근거를 만들어 원망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짓은 하지 말자. 조합원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변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거짓말은 필연이 된다. 언론이든 노조든 대중에게 솔직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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