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 합의를 왜 되살리려 하는가?

[기고]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작년 11월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로부터 818 합의안에 대한 평가 내용에 대한 현장발의에 함께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818합의는 잠시라도 고민해볼 이유가 없는 잘못된 합의안이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법원의 판결에도 한참 모자라는 818합의는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10년 넘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현대차 자본의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신규채용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현대차가 해결하려 한다는 황당한 자화자찬이 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818 합의대로 하면 신규채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속도 포기하게 되고, 체불임금도 받기 어렵게 된다. 한마디로 818합의는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내용이다. 그런 818 합의안에 대해 금속노조 차원에서 명확하게 평가하고 폐기하자는 안건을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발의했다. 

11월 24일 금속 대의원대회

818 합의를 폐기한다는 내용이 담긴 수정동의안이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될 것인지 확신하지는 못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이 선전물을 배포하고 수정동의안 통과를 호소했지만, 우리의 힘은 여전히 금속노조 내에서 작기 때문이었다. 다만 옳은 주장에 대해 함께 해야한다는 대의원들의 마음을 모으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대의원대회에서 수정동의안이 발의되고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수정동의안이 법률적으로 유의미한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대의원대회에서 818합의를 폐기하더라도 개별적으로 합의하는 경우는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법률적 의미는 우리에겐 두 번째다. 중요한 것은 금속노조가 818 합의와 같은 잘못된 합의는 불승인하겠다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현대차 자본과 보수언론이 818합의를 근거로 금속노조도 합의한 것을 비정규직지회가 혼자서 반대한다며 악선동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했다. 비정규직철폐 투쟁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의 과제였다.

여러 대의원은 위원장에게 818합의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질문했고, 818합의는 미승인된 것이라는 답을 확인했다. 그래서 대의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의원 동지들은 818합의를 승인할 것인지, 미승인인 채로 놔둘 것인가? 아니면 불승인을 분명히 할 것인가? 결과는 예상과 반대였다. 대의원 55% 가량이 수정동의안에 지지를 표명했다. 818 합의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명확히 불승인하겠다는 의사표명이었다. 

대의원들의 선택을 지켜본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금속노조는 살아있다고 외쳤다. 감격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을 감격스러워 해야 하는지 뒤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는 조합원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당연한 의무이고 권리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권리를 대의원대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눈물흘리는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은...역설적으로 매우 슬프다. 

그런데 그 슬픈 현실을 얼마지나지 않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중앙집행위에서 뒤집어진 대의원대회 결과

지난 1월 13일 금속노조 기관지 ‘금속노동자’ 신문에 전규석 위원장이 쓴 '조합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에 “8월 18일 교섭에 돌입한 현자지부와 아산-전주지회는 교섭돌입을 존중받았음으로 체결과 합의에 이른 것은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은 818합의를 폐기한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뒤집은 위원장 담화문 폐기를 요구하며 위원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위원장은 담화문 내용이 대의원대회를 뒤집은 것이 아니며 원활하지 못했던 대의원대회 운영에 대한 사과의 내용이 주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들여다 봐도 818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눈에서 떠나지 않는다. 대의원대회에선 818합의를 불승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818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니? 그런데 이것이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니! 8.18합의도 인정되고 8.18합의를 부정하고 폐기할 것을 결의한 대의원대회도 인정되는 것이 가능한가? 내용을 이해하려 할수록 내 머리가 어지럽게 돌아간다. 위원장 담화문은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번복한 것 외에 다른 내용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기본적 노동자 민주주의를 지키자!

금속노조 최고 의결기구의 결정을 위원장과 중집이 뒤집을 수 있는가? 이런 일이 지회에서 벌어진다면 과연 조합원들이 가만있을까? 우리 지회에서 내가 그렇게 했다면 당장 탄핵당하고도 남을 일 아닌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이번 담화문은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번복한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위원장 말대로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얘기한다면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의 요구사항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 

1. 38차 정기대의원대회 결정을 뒤엎은 45차 중앙집행위원회 <대의원대회 평가 건> 폐기
2. 금속노동자신문 257호 수거와 폐기
3. 현 사태와 관련한 금속노조 사과

818합의는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 현대차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합의를 어찌 존중할 수 있는가? 그것을 대의원대회가 결정했다. 그렇다면 해야할 것은 대의원대회를 평가하며 내용을 번복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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