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를 위한 재테크 ③

김성구 한신대 교수 / 사진 홍진훤


 

부동산은 나쁘지만 주식은 괜찮다?

경제 무식자 그런데 공황을 기회로 이익을 얻으면 도덕적인 문제가 남는 거죠. 가령 2018년에 불황이 와서 제가 집을 싸게 샀다가 얼마 뒤에 값이 올라서 팔아요. 차익을 남기기 위해 사고 파는 거죠. 좌파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김성구 그건 당연한 얘기입니다. 좌파가 투기 이득을 탐닉하면 안 되죠. 투기 이득이라는 게 사실은 호황기 때 막바지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돈이거든요. 투기 이득을 얻은 사람은 정말 좋겠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는 피눈물 나는 돈이에요. 물론 잃은 사람들도 투기꾼이니까, 도박하다가 잃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거기에 대해 동정할 필요도 없긴 한데, 사실 관계는 그런 거거든요. 도덕적으로 생각하면 투기를 하면 안 되는 거죠.

경제 무식자 제가 가끔 팟캐스트를 듣는데 거기 선대인 씨가 나와서 그러더라고요. 부동산 투기는 나쁘지만 주식은 괜찮다고요. 주식에서 시세 차익을 남기는 건 부동산에서 시세 차익을 남기는 거랑 다른 건가요?

김성구 똑같죠. 투기 이득이에요. 사람들이 건전한 투자가 있고 도박 같은 투기가 있는 것처럼 투자와 투기를 나누는데,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이런 겁니다. 배당 이익이라든지 이자라든지 임대료 같은 수익을 목적으로 자본을 투하하는 경우에 투자라고 하죠. 내가 주식 투자를 하면 연말에 배당 이윤을 받거든요. 배당 이윤을 목적으로 해서 투자를 했으면 이건 투자죠. 그런데 투기라는 건 자기가 투자한 원금이 변동하면서 이득을 얻는 경우입니다. 내가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130만 원에 사서 150만 원이 됐을 때 팔아 치워요. 이렇게 자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건 투기예요. 전문적인 투기 자본들은 배당 이윤엔 관심 없고 투기 자체가 목적인 반면, 기업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자본은 투기가 아니라 배당 이윤을 목적으로 하니 건전한 투자다, 이런 식으로 둘을 구분하죠.

경제 무식자 그럼 배당금을 받는 건 괜찮은 거예요?

김성구 배당금도 노동자들이 생산한 이윤의 일부를 소유권에 근거해 영유하는 불로 소득입니다. 다시 말해 자본가들의 착취에 동참하는 거라서 괜찮을 리가 없죠. 다만 여기서 문제는 투자와 투기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어서 투자에 따른 배당 소득과 투기에 따른 자본 차익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도 근본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와 투기가 사실 구분이 안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배당 이익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를 했다 해도 배당 이익만 받는 게 아니거든요. 연말이 되면 주식 가격이 변동해요. 연말이 아니라 하루하루 가격이 변동하죠. 설령 배당 이윤을 목적으로 투자를 했다 하더라도 투자한 자본 원금이 끊임없이 바뀌어요. 투기적인 이득이든 손실이든 끊임없이 발생하는 거죠. 이 사람이 투자한 자금에서 얻는 수익을 보면 투기와 투자가 다 뒤섞여 있는 거예요.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월세를 받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계속 그 가격으로 있는 게 아니라 시장의 수급 관계에 의해 끊임없이 변동하거든요. 1억 원짜리가 1억 5000만 원이 되면 5000만 원의 자본 차익이 생기는 거죠. 이건 투기 이득이거든요. 이렇게 투자와 투기는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 있습니다.

경제 무식자 남에게 팔지 않아도요?

김성구 팔지 않아도 잠재적으로 이미 투기 이득이 생긴 거죠. 팔면 잠재적인 투기 이득을 실현하는 거고요. 주식 시장이라는 게 자본주의 시장의 중추를 이루는 시장이거든요. 그런데 이 시장이 전부 투기 시장이라고요. 사람들은 건전한 투자라고 하지만 항상 자본 원금이 변동하는 것과 연관돼 있어서 원하든 원치 않든 투기 시장이에요. 전부 투자와 투기가 섞여 있어서 구별이 안 돼요. 주식 투자는 건전하고 부동산 투기는 나쁘다고 말하는 건 웃기는 소리예요.

 

보험, 펀드, 채권, 연금, 계의 속살

경제 무식자 전 투기나 이런 건 바라지도 않고 그냥 안정적으로 살고 싶거든요.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저한테 항상 연금 보험을 들라고 추천해요. 지금 얼마씩 내면 나중에 연금처럼 받는 거 있잖아요. 이런 건 제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거니까 건전한 투자 아니에요? 내가 낸 돈을 나중에 받는 건데.

김성구 연금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맞는 얘기죠. 하지만 보험 회사들은 그렇지 않아요. 보험 회사는 그 자금을 토대로 해서 자기들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거든요. 그 자금들은 대부분 채권이나 주식 투자로 흘러가요. 보험 회사들이 보험 가입자들 대신 그걸 운영해 주는 거죠. 변액 연금 같은 게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내가 낸 보험료로 투자를 대행하면서 실적을 내면 배당 수당으로 준다는 건데, 투자 수익에 대한 책임을 보험 회사가 지지 않고 개인한테 떠넘기거든요. 실적이 안 나면 개인들이 손실을 보는 거라고요. 사람들은 개인보다 금융 기관이 더 투자를 잘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걸 하지만, 금융 기관이라고 언제나 투기 게임에서 이기는 건 아니거든요. 대형 펀드들도 금융 위기에 물리면 엄청나게 손실 처리를 해요. 지난 금융 위기 때 파산한 은행들도 전부 투자 전문가들이죠. 게다가 보험사들이 운영 수수료도 엄청나게 떼 가요. 일반 가입자들은 투자 손실에다 운영 수수료까지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거예요. 남는 게 별로 없어요. 보험 회사들은 이윤만 챙기는 집단이에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죠. 그래도 사람들이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불안하니까 보험을 드는데, 보장성 보험이든 연금 보험이든 들더라도 최소한으로 드는 게 상책이에요.

경제 무식자 그런데 요즘은 국민연금도 투기적으로 운영하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해요?

김성구 투자 수익이라는 게 생산 부문의 이윤에 토대를 두고 있는 거거든요. 주식 투자를 해서 배당 이윤을 받든 주식 가격이 올라가든 채권에 대한 이자를 받든 그 수익의 토대가 되는 게 전부 실물 부문의 이윤이에요. 부문 이윤율이 제약을 받으면 주식 시장은 절대로 활성화될 수 없거든요. 국민연금이 채권이나 주식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건 한국 경제의 이윤 생산성, 한국 경제의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가 재정도 이에 의존하는 거고, 또 국민연금은 국가의 건전 재정에도 의존하고 있죠. 국가 재정의 적자가 심해지거나 부채가 많아지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민연금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거죠. 기업들이 적정한 이윤을 못 내고 한국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국민연금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겁니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도 그런 거예요. 노인 세대들은 연금을 받지만 젊은 세대들은 30~40년 뒤에 받는데 그때 가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거죠. 한국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든지 재정 위기라도 생긴다면 국민연금은 다 날아간다고 봐야죠.

경제 무식자 그래서 또 민간 보험을 드는 것 같아요.

김성구 그런데 민간 보험이 그걸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땐 국민연금이든 민간 보험이든 같이 당하는 거예요. 민간 보험이라고 용빼는 재주는 없어요.

경제 무식자 그럼 펀드는 어떤가요? 펀드도 나쁜 건가요?

김성구 펀드라는 건 개인이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대신 펀드 매니저가 해 주는 거죠. 내가 직접 하는 건 정말 위험하잖아요. 사람들이 주식에 대해 뭘 알겠어요. 주식 투자를 하려면 해당 기업들의 내부를 정통하게 알아야 하는데 일반 투자자들은 그런 걸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금융 기관들을 통해 나온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투자를 위임하는 거죠. 수익을 올리는 원리는 주식과 같아요. 투기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거예요.

경제 무식자 채권은 뭐예요?

김성구 채권 투자를 하면 원금과 이자를 받는 거니까 예금 이자를 받는 것과 비슷한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채권 가격은 변동한다는 거예요. 채권 투자를 하면 채권의 원금과 거기 확정된 이자가 명시돼 있거든요. 만기가 되면 그 원금과 이자를 받는 건데, 만기가 되기 전 채권 거래가 가능하니까 채권 가격도 끊임없이 변동을 해요.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수급 관계도 바뀌고요. 그러면 가격 변동에서 생기는 자본 차익이 또 있죠. 이건 투기적인 이득이죠. 달리 말하면 채권 가격의 변동으로 확정된 이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받는 이자율이 변동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무식자 그럼 예로부터 사람들이 계를 많이 하는데 이것도 목돈을 만드는 투자인 거잖아요. 소규모 계 모임은 어떻게 봐야 해요?

김성구 계에서도 수익을 내려면 받은 곗돈을 운용하는 문제가 있어요. 매번 같이 불입해서 큰돈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돈을 모으면 모은 금액 밖에 안 나온다고요. 혼자 저축을 하나 여럿이 계를 하나 자기가 불입한 금액은 그것뿐이에요. 옛날에 이 계가 목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던 건, 그렇게 해서 받은 곗돈을 고리의 사채로 돌렸기 때문이에요. 사채를 주고 높은 이자를 받으니까, 그 이자에 의해서 그다음에 내는 불입액이 작아지는 거죠. 당연히 앞 순번으로 곗돈을 타는 사람이 더 유리하죠. 이렇게 적은 금액으로 목돈을 마련한 거거든요. 이 계 모임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거기서 불입한 자본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가 관련된 거예요. 위험도가 크죠. 사채 이자로 돌리니까. 그래서 집집마다 계 하다 깨져서 막 속상하고 난리 나는 그런 경험이 많잖아요. 제 모친도 그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돈 버는 길이 그렇게 쉽지 않아요.

경제 무식자 요즘 금리가 낮아지니까 건물주들이 전세로 주던 집들을 월세로 돌리던데, 월세를 받는 건 괜찮은 건가요?

김성구 전세를 (예금 이자 수준의) 월세로 돌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에요. 전세보다는 월세로 하는 게 훨씬 더 낫죠. 일반 서민들은 집을 구할 때 월세로 하면 당장 들어갈 수 있지만 전세로 하면 보증금 때문에 못 들어가는 사람이 많거든요. 전세를 예금 이자 수준의 월세로 바꾸면 오히려 목돈 부담 없으니까 이게 더 좋은 거죠. 월세가 문제가 되는 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은행 예금 이자율의 몇 배씩 월세로 받기 때문이에요. 지금 6% 정도 받는다고 해요. 전세 1억 원에 대해 6% 이자면 600만 원이거든요. 월 50만 원을 내라는 건데, 이게 세입자 수탈이죠. 1억 원에 대한 예금 이자는 지금 2%가 안 되니까 1년에 200만 원만 받으면 되는데 세 배를 받는 거잖아요. 독일 같은 유럽 국가들은 이렇지 않아요. 거긴 월세가 보편화돼 있어요. 월 임대료를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엄격하게 규제하니까 함부로 못 올리고 세입자한테 쉽게 나가라고도 하지 못한다고요. 이게 좋은 거죠. 근데 이 월세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폭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거죠. 천민자본주의가 달리 천민자본주의가 아니에요.

경제 무식자 그럼 적정한 임대료를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요?

김성구 임대료라는 게 가격이어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고는 하지만, 국가가 상한선을 둘 수 있어요. 이자에도 법적으로 상한선을 두고 있거든요. 임대료라고 시장에서만 결정하라는 법은 없다는 얘기죠. 국가가 서민들의 주택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월세 상한선을 둬서 3% 이상은 못 받게 한다든지 현행 이자율과 연동을 시킨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면 돼요. 그런데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은 자신들이 사실 부동산 소유자니까 이걸 안 하는 거예요.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니까요. 부패한 국회를 청소하면 얼마든지 입법화할 수 있어요.

 

재테크에 윤리는 없다

경제 무식자 그럼 주식, 채권, 펀드, 연금 보험은 투기니까 못 하고, 부동산 임대는 돈이 없어서 부동산을 못 사니까 할 수 없고…. 그래도 뭔가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데, 윤리적으로 재산을 축적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김성구 그런 건 없죠.

경제 무식자 그냥 투쟁하는 방법밖에 없나요? 그 돈을 다 <참세상>과 여타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후원 기금으로 내야 하는 건가요?

김성구 글쎄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면서 그러기도 쉽지 않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얻으려면 자본가들처럼 행동해야 해요. 그렇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는 없죠. 그런데 좌파가 그렇게 투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느냐, 이런 원칙적인 문제가 있고요.

경제 무식자 은행에 저금하는 건 괜찮나요?

김성구 그건 이자 소득을 얻는 건데, 이자 소득의 원천도 사실 생산 부문에서 노동자들이 창출한 이윤입니다. 그 일부를 분배받는 건데 이자라고 윤리적으로 정당할 리가 없죠.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와 수탈에서 벗어난 윤리적 재테크라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이런 자본주의 경제 관계로부터 떨어져서 결백하게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마르크스주의의 공동 창시자인 엥겔스도 공장주, 자본가였어요. 좌파 단체나 조직이 이윤 증식이나 투기 이득을 추구하는 건 물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좌파라는 이유로 그 개개인이 공산주의적 도덕, 가치대로 살기를 요구하기는 어렵죠. 재테크에 윤리는 없겠지만, 재테크로 얻은 수익으로 사회 운동에 기여한다면, 그나마 윤리적인 재테크가 아닐까요?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재테크를 하면서 빠르게 자본가를 닮아 가거든요.

 

[오늘의 경제 무식자 요약]

 

집을 싸게 샀다가 얼마 뒤에 값이 올라서 팔면?

투기 이득은 호황기 때 막바지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피눈물 나는 돈. 좌파가 투기 이득을 탐닉하면 안 된다.

 

부동산 투기는 나쁘지만 주식은 괜찮다고 하던데?

주식도 투기 이득. 주식 배당금은 노동자들이 생산한 이윤 일부를 소유권에 근거해 영유하는 불로 소득. 다시 말해 자본가들의 착취에 동참하는 것. 더 근본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와 투기가 구분이 안 된다는 것.

 

좌파가 윤리적으로 재산을 축적할 방법은?

없음. 대부분 재테크를 하면서 빠르게 자본가를 닮아 감. 자본주의에서 이익을 얻으려면 자본가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

 

(워커스12호 201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