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8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의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서 최소 275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했다.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이었고 7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공유한 영상에는 수백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으며, 많은 시신이 여전히 잔해 아래 있거나 폭격으로 파괴된 시장 골목에 흩어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한 유족의 어머니는 "아들을 조각조각 주웠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끊임없는 포격 속에서 사망자와 부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 목격자는 "개들이 사람들의 유해를 먹어치우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순교자 6명을 구출했는데, 모두 갈기갈기 찢긴 아이들과 여성들이었고, 목숨을 걸고 병원으로 옮겼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혼란에 휩싸인 병원 현장을 "악몽"과 "혼돈"으로 묘사했다.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호세프 보렐은 누세이라트에 대한 공격을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라고 부르며 "유혈사태는 즉각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학살 중 가장 큰 규모였다. 팔레스타인 저널리스트 호삼 샤바트(Hossam Shabat)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짐승처럼 학살당했다"고 말했다. 가족 전체가 학살당했고, 누세이라트 서부에 있는 아보 카렘 부르의 집 한 방에서 어린이 10명의 유해가 토막 난 채로 발견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려다 처형당했다.
라샤 마타르(Rasha Matar)는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자신의 열두 살 난 아들 야멘(Yamen)을 눈앞에서 어떻게 살해했는지 소름 끼치는 증언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내 눈앞에서 내 아들을 처형했다." 그녀의 살아남은 아들 아마드(Ahmad)는 자신의 형이 미군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의 군대가 제 동생을 죽였다. 그들은 미국 특수 부대였다."
세 명의 어린 자매를 포함한 다른 어린이들도 처형당했다. 리탈(Rital), 마야르(Mayar), 마리암 아부 유세프(Mariam Abu Yousef). 10살 소녀 하난 아켈(Hanan Aqel)은 폭탄에 맞아 얼굴이 지워졌다. 한 가슴 아픈 영상에는 살해된 동생을 묻기 직전 맨손으로 햇볕을 가리는 아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군의 융단 폭격으로 캠프 자체는 폐허가 되었다. 가자지구의 실향민을 위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누세이라트 캠프는 이제 끊임없는 공습과 지상 폭격, 해군의 공격을 견뎌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미국의 개입
이스라엘 보고서에 따르면 누세이라트 학살은 이스라엘 인질 4명을 구출한 이스라엘의 작전과 함께 진행되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군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쿠드스 뉴스 네트워크(Quds News Network)는 미군이 가자지구에 미국이 '인도주의적' 용도로 건설한 임시부두를 이용해 미군을 몰래 들여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하며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미군이 이번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를 실은 민간인 차량 두 대를 공격했다. 생존자들은 특수부대가 구호 요원과 이재민으로 위장한 채 민간인을 공격했다고 증언했다. 부상당한 한 목격자는 "그들은 트럭에 옷과 프라이팬을 싣고 있었다"고 이스라엘군을 묘사했다. 한 팔레스타인 언론인은 "미국은 이스라엘이 굶주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속이고 수백 명을 학살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 계획, 지원했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누세이라트 공습 이후 미국이 건설한 임시부두를 통한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중단했으며, 이 부두의 창고 두 곳이 공습으로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토요일(8일)에 미국이 건설한 부두를 떠나는 헬리콥터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인도적 지원을 가장한 미국의 가자지구 직접 군사 개입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학살은 바이든 행정부의 "원조 부두"가 다소 다른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점령 항구" 라고 부르는 3억 2천만 달러 규모의 부두는 5월의 영상에서 미군이 떠 있는 부두 근처에 배치한 C-RAM 시스템(로켓탄, 포탄, 박격포 등을 근거리에서 공중 요격하는 군사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조용히 군사 기지로 변모하고 있었을 수 있다.
가자지구 학살 사건으로 사임한 크레이그 모키버(Craig Mokhiber)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뉴욕사무소장은 트위터/X에서 "인도주의적" 부두가 누세이라트 학살의 출발점으로 사용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난민 캠프에 진입하여 피비린내 나는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고, 그 과정에서 4명의 포로를 구출했다. 이 잔학 행위를 축하하고 있다면 당신도 문제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미국 공직자들은 이 부두가 공격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토요일(8일) 발표된 성명에서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는 "누세이라트 캠프 난민 수용소에서 일어난 끔찍한 학살"을 비난하고 "이 학살에 미국이 개입했는지, 학살을 수행한 부대에 미국인이 있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이러한 일상적인 대량 학살 사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의 영향력을 사용하여 대량 학살을 막고 모든 인질과 정치범을 석방하고 폭력의 근원에있는 팔레스타인의 불법 점령을 종식시켜야 한다."
출처: Unsplash, Ehimetalor Akhere Unuabona
팔레스타인 생명 지우기
이스라엘 인질들의 귀환을 기뻐하는 미국 주류 언론은 이 학살 사건을 거의 무시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헤드라인은 "유혈 사태 속에서도 보기 드문 기쁨의 날"이라고 묘사했다. 귀환한 인질들의 웃는 사진과 축하하는 헤드라인이 뉴스를 지배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은 여전히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는 숫자에 불과한 존재로 남아있다. 한편,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에 탄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신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서 인질 3명을 사살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누세이라트 공습을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승리로 자축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공직자들이 누세이라트 공습을 축하하는 가운데 토요일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요구하며 백악관으로 행진했다.
미국 공직자들은 누세이라트에서의 학살을 승리라고 칭송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인질들의 귀환을 환영하며 모든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 대담한 작전을 수행한 이스라엘 보안 기관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 보안군의 "성공적인" 작전을 축하하며 "지속적인 협상 또는 기타 수단"(강조하여)을 통해 인질을 석방하려는 노력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언급했다.
반면 바이든 팀은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해서는 정보 지원 형태의 미국 개입을 인정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바이든의 축하 메시지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인질 구출이라는 명목으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은 인질을 이용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살해, 부상, 불구, 굶주림, 트라우마를 정당화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후 구금된 9천여 명을 포함해 1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계속 포로로 잡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고문실과 구금 수용소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학대가 보고된 교도소에서 수십 명이 구금 중 사망했다. 제테오(Zete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포로 중에는 가자지구의 집에서 납치된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 인질에 집착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은 거의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른 유엔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과 자의적 구금 상태에 있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스라엘 인질 4명의 석방을 축하하는 국가는 여러 세대 동안 도덕적 신뢰를 잃었으며 유엔 인권기구에 가입할 자격이 없다."
누세이라트 캠프 학살은 유엔이 이스라엘을 분쟁 지역 어린이를 해치는 국가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지 하루 만에, 그리고 이스라엘이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 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학교에 대한 끔찍한 공격으로 대부분이 어린이인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일어났다. 이스라엘은 누세이라트를 비롯해 가자지구와 라파 전역의 다른 캠프에 대한 폭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은 주말 동안 데이르 알 발라, 알 부레이 등 총 8곳에서 학살을 자행했다. 일요일(9일)에는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된 팔레스타인 작가 고 레파트 알라리르(Refaat Alareer)의 친척 6명(임신 8개월의 산모와 두 자녀 포함)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요일(10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연이은 공격을 감행해 최소 4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번 학살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끄는 서방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인을 여전히 인간 이하의 존재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최근의 사건일 뿐이다. 6년 전 사망한 고 안소니 부르댕의 말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많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기본적인 인간성을 빼앗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다."
[출처] Israel Has Carried Out Another Civilian Massacre in Gaza
[번역] 참세상 번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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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즈 아시(Seraj Assi)는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작가다. 최근 저서로 'My Life As An Alien'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