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나라가 후퇴한 것처럼 느껴졌다.
도널드 트럼프의 불규칙하고 산만한 퍼포먼스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것이 오늘 대부분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트럼프는 마치 실수 목록을 하나하나 체크하듯, 토론을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를 보여주었다.
그는 전국적인 임신중지 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단도직입적으로 "아니오"라고 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는 황당하고 근거 없는 우익 루머를 언급했다. 경선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다시 한 번 2020년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며 귀중한 토론 시간을 낭비했다. 상대 후보의 인종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려다가, 곧바로 다시 상대의 인종 정체성에 의심을 표명했다.
수많은 친공화당 인플루언서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토론 진행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가 토론에서 명백하게 패배한 것이 분명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중도 동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카멀라 해리스의 공식 X
하지만 이제 우리는 트럼프의 이런 모습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밤을 특히 실망스럽게 만든 것은 그의 상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었다. 해리스는 에너지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 찬 신선하고 흥미로운 인물로서, 나라를 더 희망적인 새로운 시대로 이끌어야 할 인물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지금까지의 선거운동을 특징짓는, 실체 없는 퍼포먼스를 또다시 보여주었다. 마치 그가 백악관에 들어간다면 실제로 무엇을 할지 국민들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바이든 이후 민주당 캠페인이 달성하려는 모든 것일까?
분명히 말하자면, 이것은 해리스에게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어젯밤 해리스는 유능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목표였고, 이를 훌륭히 해냈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는 기괴하고 혼란스럽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구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해리스는 두 달 전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를 요구했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가장 기본적인 일을 해냈다. 즉, 트럼프가 민주주의, 재생산 권리, 그리고 국가 전체에 위협이 된다는 조 바이든 캠페인의 메시지를 능숙하게 전달했으며, 그 과정에서 조 바이든이 아닌 자신으로서 이를 해낼 수 있었다.
바이든이 끔찍한 토론을 펼치고 의료보험에 대해 헛소리를 하기 훨씬 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아동 빈곤율은 급증했고, 주택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졌다. 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을 유발하는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나라는 여러 전쟁에 휘말려 있었고, 이로 인해 납세자의 돈과 정치적 관심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63%의 유권자가 바이든의 대통령직에서 '큰 변화'를 보고 싶다고 답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해리스에게는 매우 나쁜 신호였다.
해리스는 어젯밤 토론에서 그것을 전달할 것이라는 뚜렷한 신호를 거의 주지 않았다.
불과 3주 전에 큰 환호를 받으며 발표했던 아동 세액 공제 확대, 주택 300만 채 추가 건설,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2만 5천 달러 계약금 지원 등 몇 가지 정책을 단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외에는 해리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28%의 유권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할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텔레비전 대선 토론에서 미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비전, 예를 들어 완전한 공공 의료 시스템의 장점이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미국의 막대한 군사비 지출 방향 전환의 가치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다. 여기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트럼프는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어젯밤에도 그런 면에서 혼자가 아니었다. 해리스는 미국의 시급한 현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광범위하고 때로는 자기 모순적인 발언을 계속했다.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리스는 기록적인 수준의 국내 석유 생산량과 지속적인 프래킹에 대해 자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가자지구에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가 휴전을 계속 거부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후보들의 다른 공약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른다. 현재 매우 부적절한 최저임금 15달러는 바이든의 공약과 마찬가지로 해리스 공약의 일부이지만, 그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여전히 가장 큰 재정적 걱정거리인 의료보험(2,500만 명의 미국인이 보험을 해지한 것으로 집계된)과 바이든 후보 하에서는 후보들이 진지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강 관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해리스의 유일한 제안은 "건강보험개혁법 강화"라는 모호한 약속이었는데, 이는 민주당이 10년 넘게 의료보험에 대해 내놓은 상투적인 답변이었다. 메디케어 연령을 60세로 낮추고 청각, 치과, 시력을 보장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2021년 의회에서 사망한 바이든의 매우 인기 있는 정책 아이디어는 영원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힐러리 클린턴도 50세 이상의 미국인이 메디케어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더 나쁜 것은 이번 토론이 바이든과 해리스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했다는 것을 확실히 굳혔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것처럼, 부통령 해리스는 트럼프와 차별화되는 이민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트럼프보다 더 오른쪽에서 그를 공격했다. 이민 문제는 당에 매우 인기가 있고 정치적으로 유리한 대안이었지만, 해리스는 이를 제시하지 않았다.
토론 진행자인 데이비드 뮤어가 트럼프의 오웰적인 계획, 즉 무장한 정부 요원을 미국 지역에 보내 서류 미비자들을 체포하려는 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현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해리스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연애 편지"를 주고받거나 탈레반과 협상하는 등 외교 정책에서 너무 비둘기파적이라고 반복적으로 공격했고,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두 번째로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투력"을 만들겠다고 맹세했다.
즉, 어젯밤은 많은 사람들이 2016년 이후로 나라가 넘겼다고 생각했던 얕고 야심 없는, 우경화한 민주당 정치 스타일로 우울하게 되돌아가는 밤이었다. 해리스 팀은 이번에야말로 트럼프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아마도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해리스가 이런 방식으로 통치할 계획이라면, 또 다른 심판이 내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출처] What Does Kamala Harris Want to Do as President, Exactl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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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코 마르세틱(Branko Marcetic)은 자코뱅의 스태프 작가이자, <어제의 남자: 조 바이든에 대한 소송>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