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거와 침체의 지속

[역자 주] 10월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발표된 마이클 로버츠의 이번 글은 아베에서 기시다, 이시바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일본 경제의 '침체'를 분석하고 있다. 

출처: Levi Meir Clancy & Unsplash+

일본은 10월 27일 일요일에 중의원 선거를 실시한다. 집권당인 자민당의 신임 당수이자 현재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는 자신의 정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번 선거를 실시했다. 전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는 기업들의 선거 자금 조성용 ‘비자금’과 관련된 부패 스캔들로 사임했다. 이는 자민당이 적절한 정책을 내는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비밀 자금을 조달받으려는 관행의 일부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최근 스캔들은 퇴임한 기시다와 극단적 반공주의 성향의 기독교 종교단체이자 현재 고인이 된 문선명의 통일교와의 밀접한 관련성에 관한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보수 성향의 고령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으나, 젊은 세대는 점점 더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는 정치 개혁과 반부패 운동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성향의 일본유신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여론조사 추세로는, 자민당은 하원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며, 하원을 장악하기 위해 불교계 정당인 공명당과의 기존 연합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이미 상원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공명당에 의존하고 있다. 공명당은 일본 군사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거나 무기 수출 제한을 완화해 도쿄가 우크라이나나 남중국해에서 베이징에 반대하는 동남아 국가에 무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자민당보다 덜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의 대중국 외교 정책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경제 상황이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 물가와 서비스 요금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

실질 임금은 2년째 하락하고 있다. 물가 상승 속에서 일부 야당은 소비세의 인하나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시바는 사회 보장의 중요한 재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일본의 국민 소득 중 노동의 몫은 1980년대 일본의 호황기가 끝난 이후 크게 감소해 60%에서 현재 55%로 떨어졌다.

일부 지표에서는 일본이 다른 주요 경제국들만큼 개인 재산 격차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일본의 재산 불평등 지니 계수는 0.74(미국은 0.83), 소득 불평등 지니 지수는 0.54(미국은 0.63)이다. 하지만 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하며, 소득 불평등 수준은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위 10% 소득층이 개인 소득의 44%를 차지하고, 상위 1%는 13%를 차지한다. 하위 50% 소득층은 단지 17%를 가져간다. 재산 격차는 더욱 크다. 상위 10% 재산 보유자가 일본의 전체 개인 재산의 60%를 차지하며, 이 수치는 21세기에 들어 변하지 않았다. 상위 1%는 전체 재산의 25%를 소유하고 있으며, 하위 50%는 단지 5%를 소유한다. 일본은 다른 주요 경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엘리트층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운영하는 사회다.

일본은 계속해서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前) 총리 아베 신조가 추진했던, 성장 촉진을 목표로 한 통화 완화, 재정 적자, 신자유주의적 구조 ‘개혁’을 포함한 소위 “아베노믹스” 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 총리 기시다는 지난 선거에서 일본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며 ‘신자본주의’라는 구호를 내세웠고, 이는 아베와 같은 이전 총리들이 운영해온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그는 불평등을 줄이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사회를 ‘평준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연금 축소, 복지 지출 삭감, 경제 규제 완화를 강조했던 아베의 ‘구조 개혁’ 중점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신자본주의’는 오래가지 못한 듯하다. 생산성 성장은 여전히 저조하며, 일본 자본이 기술 혁신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도 오래전에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혁신’의 주류 지표 중 하나인 총요소생산성(TFP)을 보면, 1990년대에 연간 1% 이상이었던 TFP 성장이 현재는 거의 0에 가까워졌고,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대규모 자본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 일본의 잠재 실질 GDP 성장률은 0에 가까운 상태다.

많은 일본 기업들이 소위 ‘현금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 부문의 낮은 수익성을 반영한다. 그래서 기업 투자의 성장은 매우 저조하다. 일본 기업들은 임금을 희생하면서 수익을 증가시키고 자본 수익성을 약간 올리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 자본을 새로운 기술이나 생산성 향상 장비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실제 투자는 2007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출처: EWPT series 7.0

다른 주요 경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제조업 부문도 침체에 빠져 있다(50 이하의 점수는 수축을 의미한다).

아베에서 기시다, 그리고 이시바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일본의 자본주의 경제는 계속해서 침체하고 있다.

[출처] Japan election: stagnation continues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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