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함'에 대해 이야기하자

[리뷰] 사라 커의 ⟪부, 빈곤, 그리고 지속적인 불평등: 웰서티에 대해 이야기하자⟫

출처: Sandra Seitamaa & Unsplash+

영어에 새로운 단어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동료는 몇 년 전 그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의학 논문이 "바닐라 섹스(vanilla sex)"라는 표현의 원출처라고 주장하는데, 이 표현은 원래 칼로리를 소모하는 신체 운동을 유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성행위를 의미했다고 한다.

바닐라 섹스에 대한 정의는 다소 모호한 반면, "웰서티(wealtherty, 부를 나타내는 'wealth'와 '소유' 등을 의미하는 'property'를 결합한)"는 이와 대조적으로 2021년 사라 커(Sarah Kerr)의 2024년 저서 ⟪부, 빈곤, 그리고 지속적인 불평등: '웰서티'에 대해 이야기하자(Wealth, Poverty and Enduring Inequality: Let’s Talk Wealtherty)⟫의 서론이 된 글에서 명확하고 철저하게 정의되었다:

"나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표현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웰서티(wealtherty). '웰서티'는 풍부한 재산이나 부를 통한 번영의 상태 또는 조건을 의미하며, 여기에 수반되는 정치적 권력과 영향력, 그리고 그로 인한 민주주의 과정에 대한 위험을 포함한다. 이 표현은 (사회 정책의) 사회가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도덕적, 정치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잉여 부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 부가 사회에 해로운 정치적 영향력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가정을 한다. 또한 긴급한 필요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잉여 부의 존재는 용납할 수 없다는 가정을 포함한다. 이는 대체로 돈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제한된 능력(예: 미디어와 정치적 영향력) 세트가 있으며, 이러한 능력들이 작동할 때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음을 가정한다. 마지막으로, 인종에 따른 특권 이론에서 전환해 보면, '웰서티'는 이 역학이 자기 유지적이며 스스로를 보이지 않게 만든 상태에서 존재한다 – 일종의 부에 기반한 특권으로, 이는 시스템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변화를 실행하려는 동기를 가질 가능성을 낮춘다."

몇 년 후에는 '웰서티'도 바닐라 섹스처럼 흔히 쓰이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 제목이 그냥 ⟪부자들: 부, 빈곤, 그리고 지속되는 불평등⟫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물론 “부자들(the rich)”이라는 표현을 활용한 책 제목은 많다. 나도 그중 몇 권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즐겨 읽은 책은 조지 커스틴의 ⟪부자들: 그들은 다른가?(The Rich: Are They Different?)⟫로, 1968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이 책을 즐겁게 읽은 이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실로 여겨지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 당시 그들의 부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시점에서도 사람들이 부유층의 탐욕과 기만을 비판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낮은”이란 기록된 전 세계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반세기 전의 부유층과 오늘날의 부유층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는 오늘날 부유층이 그들의 더러운 부를 자랑하는 데 있어 부끄러움이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커스틴의 책은 1960년대 미국에서 “부자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나머지와 구별되는 것을 꺼려하며, 자신의 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심지어 종종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부정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와 관심사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라 커가 ⟪부, 빈곤, 그리고 지속적인 불평등⟫(약칭으로 ‘웰서티’)에서 이룬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오늘날의 부자들이 1960년대의 부유층보다 자기 인식이 덜 되어 있고, 덜 의식적이며, 더 사회적으로 무감각하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의 문제

학술서적이 약속한 바를 실제로 이행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 책은 대체로 그러한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커는 자신의 용어를 가능한 한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의하며, 이 책이 “변화를 원하는 만큼이나 사회학적(사물이 왜 그리고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에서 규범적이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미 그 필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빠르게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부제는 ‘웰서티에 대해 이야기하자’인가? 이 책의 핵심 논지는 가난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고, 이제는 유효 기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자들이다. 아래를 보는 대신 위를 봐야 한다. 해를 끼치는 부자들의 삶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불평등과 빈곤을 걱정한다면, 시선을 부자들에게 고정해야 한다. 질병의 증상이 아니라, 그 근원을 가진 이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기 제공된 그래프는 원래 회색 문헌(grey literature, 비공식 자료)으로만 보고된 연구에서 가져온 것인데, 사회학자들은 이제 불평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커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부자들에게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커는 R.H. 토니가 1931년에 한 “부의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책을 시작한다. “사려 깊은 부자들이 빈곤의 문제라고 부르는 것을, 사려 깊은 가난한 사람들은 부의 문제라고 똑같이 정의한다.” 토니의 이 관점은 우리가 부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권력 구조를 강조하며, 이는 이제는 자명하게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던 과거의 활동가적 학문적 주장에서도 반영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칼 마르크스가 1852년 11월 9일 사건에 대해 언급한 말 -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지만,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상황에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과거로부터 주어진 상황 속에서 만든다” - 은 부와 권력의 구조가 이전 세대로부터 유산으로 이어지며 개인과 집단의 행동을 제약함을 강조한다. 옛 독일 라인 강 지역 출신 인물(마르크스)에 대한 생각이 어떻든 간에, 부의 분배에 대한 논의에서 마르크스의 중심적 위치를 고려할 때 그가 커의 텍스트에서 생략된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마르크스를 적어도 한 번은 언급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1975년에 작성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들에 대한 짧은 언급과, 마르크스와 성, 페미니즘을 다룬 책에 대한 한 번의 언급만 있을 뿐이다.

사회학이 세부조항을 만날 때 

롤러코스터 같은 시작 이후, '웰서티'는 아주 밀도가 높은 문헌 리뷰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간다. 커는 영국 사회학의 초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포괄적인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연구의 철저함을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대한 출처 목록은 앞으로 몇몇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만 유용할 것이다(15쪽에만 39개의 출처가 인용되어 있다). 이는 비판이 아닌 관찰일 뿐이다: 세부조항이 눈앞에 들이밀어져 있어 어떤 독자들에게는 안도감을 줄 수도 있지만, 다른 독자들을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하게, 마르크스에 대한 인용이 거의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문헌 리뷰에는 미셸 푸코의 저작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 아홉 작품이 전반에 걸쳐 인용되어 있다.

자신의 접근 방식, 이해, 출처에 대한 투명성을 지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일 수 있지만, 이 초반의 많은 자료는 오히려 더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부록에 두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일부 독자들은 22쪽에 이르기까지 "토하쿠의 이미지를 과하게 이론화하고 싶지 않지만, 왼쪽의 나무들은 새비지의 지속성에 대한 이해를 시각화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와 같은 문장이 가득한 밀도 높은 단락을 헤쳐 나가다가 결국 포기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삽화들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책에는 매우 유익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심한 편집자가 일부 섹션을 재배치하거나 다듬고, 책의 시작 부분의 흥미로운 어조를 전반에 걸쳐 유지하도록 제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어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웰서티'가 긴 설명을 통해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특히 부와 빈곤 연구의 역사에 관한 섹션에서는 대상 독자가 거의 전적으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2부에 이르면, 우리는 최근 영국 정치와 부유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로운 아이디어를 퍼뜨리도록 설계된 싱크탱크의 부상을 다룬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 탁월하고 몰입감을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이런 단체들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영국에서 그토록 성공을 거두었는가?

'웰서티'는 거의 영국이라는 작은 섬을 넘어서지 않는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유용하다. 최근 영국 역사에서 가장 흉악한 인물들의 간결한 전기가 한곳에 모아져 있는 것은 꽤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부터 왜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들의 사악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은 분명히 나타나지만, 책에서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든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직접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생생하게 담긴 사진과 다이어그램, 그리고 부자들의 초상화를 볼 만한 가치가 있는데, 이는 타인에 대한 그들의 권력과 얕은 경멸을 잘 포착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영국의 상태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제공하는데 그야말로 매우 슬픈 이야기다.

불평등의 다양한 얼굴

'웰서티'는 일부 국제 비교를 포함하고 있다. 책의 한 그래프는 2018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의 곡선을 보여주는데, 이는 영국과 미국에서의 불평등 추세가 스페인,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의 추세와 유사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부유층이 자신들의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그들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대토지 소유자가 막대한 부를 통제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땅을 하이킹 등 목적으로 대중이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는 토지 소유자에게 안전과 유지 보수를 책임지도록 요구한다. 이는 부유층이 금전적 측면에서는 동일하게 부유해 보이더라도 권력의 균형을 다르게 만든다.

커가 인용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포함된 모든 국가에서 공공 자산은 감소했을지 모르지만, 공공 지출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다만 영국과 미국에서는 그 증가폭이 덜했다. 이러한 국제적 비교를 통해 단순히 영국의 이야기가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제시하기보다는 더 많은 논의가 있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최신 세계 불평등 보고서(2024)는 영국에서 자산 보유에서 파생된 상위 소득이 급격히 하락한 현상을 보여주며, 이는 다른 곳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추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발견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책이 향후 두 번째 개정판에서 이 최근의 변화를 다루며 업데이트되기를 바란다.

결론으로 가면, 이 책은 극단적인 부를 사회 문제로 정의하고, 불평등이 무해할 수 있다는 신화를 타파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제안된 몇 가지 해결책, 예를 들어 “모든 학교에서 상위 1~2명의 학생”에게 명문 대학 입학 자리를 할당하는 방안은 모든 학교에 그러한 우수한 학생이 존재한다는 가정과 대학 간의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가정을 포함한다. 이 점에서 '웰서티' 자체도 일부 타파가 필요할 것이다. 학교에는 내재적인 "우수" 학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날의 지배적인 기준에 의해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학생들이 있을 뿐이다.

이 서평의 시작 부분에서 언급된 커의 글(Sociological Review에 게재된)은 “우리 사회 문제의 표현으로서의 빈곤을 더 할 것도 없이(tout court)으로 거부하고 나아가자”고 결론을 맺는다. “더 할 것도 없이(tout court)”라는 표현은 추가나 자격 조건 없이, 단순하고 완전하게라는 뜻이다. 1980년대에 대처 정부가 사실상 "빈곤"이라는 단어를 금지한 이후 영국 학자들이 이 단어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싸웠는지를 고려할 때, 이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대처 정부는 부자들에 대한 이 책의 초점 자체를 혐오했을 것이며, 이 책은 그들의 약탈 행위에 대한 매우 필요한 조사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조지 커스틴의 1968년 부자들에 관한 책에서 분명히 했듯, 부자들은 “그들에게는 충분한 돈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 다르다. 어느 개인도 1968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의 사람들이 가졌던 것 이상의 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은 부유한 국가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이지만, 1960년대에는 소득과 부 측면에서 훨씬 더 평등했다 (비록 인종이나 성별 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영국 또한 그때는 훨씬 더 평등했다. 오늘날 영국은 소득 분배 측면에서 유럽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국가로, 때때로 불가리아와 상위 자리를 경쟁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비추어 '웰서티'는 특히 시의적절하다. 이 책은 영국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며, 이 나라의 주요 정당이 전 세계 부유한 국가나 중산층 국가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입장 중 일부를 채택하는 시기에 작성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정치적 도약이 우연이 아니며, 극소수의 극부층과 그들의 조력자들이 행사하는 해로운 영향력의 직접적인 결과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Let’s Talk About Wealth, Baby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대니 돌링(Danny Dorling)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인문 지리학 교수다. 그의 최근 저서는 ⟪일곱 아이: 불평등과 영국의 다음 세대(Seven Children: Inequality and Britain's Next Generation)⟫로 2024년 가을에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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