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트루히요: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서반구 차관보로 거론
<마이애미 헤럴드>와 기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북미, 중미, 남미 및 카리브해 국가들로 구성된 지역 국제 기구) 대사를 역임했던 쿠바계 미국인 카를로스 트루히요(Carlos Trujillo)가 새 트럼프 행정부에서 "라틴아메리카 담당 국무부 차관보 또는 유사 직책"에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한,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트루히요의 임명 가능성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의 주권과 자결권을 지지하며, 미국의 개입과 정권 교체 시도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카를로스 트루히요(Carlos Trujillo) 전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주재 미국 대사. 출처 : OAS
트루히요는 쿠바와 같은 국가들에 대한 강경한 경제 제재를 지지할 뿐 아니라, 2019년 볼리비아 쿠데타의 명분을 제공하고 이를 재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9년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선거 조작 의혹을 주장하며 이를 홍보했지만, 해당 주장에는 증거가 없었고 여러 연구와 보고서에서 반박되었다. 뉴욕 타임스와 툴레인 대학교 및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교수들, MIT의 선거 데이터 및 과학 연구소 연구진(이들은 워싱턴 포스트에 이를 게재), 133명의 경제학자 및 통계학자, 미시간 대학교 통계학자의 연구, CEPR(경제정책연구센터) 보고서 등이 이 주장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카를로스 트루히요 미주기구 주재 미국 대사는 OAS의 선거 감시단이 광범위한 사기를 보고하도록 유도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모랄레스 축출을 지지하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반대자들이 그의 가족과 내각 구성원들의 집을 공격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을 방화하며, 여성 MAS(사회주의운동) 시장을 거리로 끌고 나가 모욕한 사건이 발생한 며칠 후, 모랄레스는 사임과 망명을 강요당했다. 이틀 뒤, 카를로스 트루히요는 OAS 연설에서 이러한 폭력적 행동을 칭송했다. 그는 “선거를 훔치려는 정부에 맞서 싸운 볼리비아 국민의 용기와 힘에 경의를 표한다”고 발언하며 경찰과 군대의 행동을 찬양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반란을 일으켰고, 군대는 모랄레스에게 사임을 강요했다.
OAS는 예산의 약 60%를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조직으로, 투표 직후부터 선거 부정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퍼뜨렸다. <뉴욕 타임스>는 이를 두고 “남미 국가의 역사를 바꿔놓은 사건의 연쇄 반응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주장에 힘입어 반대파는 시위를 격화하고 국제적 지지를 얻어 군부의 지원을 통해 몇 주 후 모랄레스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OAS 사무총장 루이스 알마그로(Luis Almagro)는 이후 원주민 쿠데타 반대자들에 대한 학살이 이어진 상황에서도 폭력적 쿠데타를 옹호하며, “진짜 쿠데타는 모랄레스 캠프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트위터에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선거 부정 내러티브를 반박한 <뉴욕 타임스>를 비난하기도 했다.
OAS 대사로 재임 중이던 트루히요는 다른 반민주적 지도자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암살당한 우익 아이티 대통령 조브넬 모이즈, 자칭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나선 후 임기가 짧았던 후안 과이도, 그리고 현재 마약 밀매 및 무기 거래 혐의로 미국에서 45년 형을 선고받은 온두라스의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등이 포함된다.
트루히요는 이민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라틴아메리카 정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요커>는 지난달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트루히요는 추방된 이민자가 플로리다주에 재입국할 경우 중범죄로 간주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다른 공화당 주 의원이 발의한 특정 이민자의 주 입국을 막기 위해 주지사가 군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지했다. (두 법안 모두 법제화되지 않았으며, 트루히요는 이후 자신이 의도한 범위를 넘어선 수정안과 거리를 두었다.)
트루히요는 첫 트럼프 행정부에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수잔 와일스(Susan Wiles)의 권유로 자리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스는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캠페인 공동 의장이자 플로리다 정치 활동가로, 트럼프가 새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루비오는 차기 국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되었지만,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독립 언론인 켄 클리펜스타인(Ken Klippenstein)은 트럼프 캠페인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루비오에 관한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이란 해커가 언론에 유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클리펜스타인의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루비오의 신보수주의적(neoconservative) 입장이 트럼프와 충돌한 사례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미 폐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기타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지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 그리고 강력한 나토를 지지하는 입장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보고서에는 루비오가 2016년 이후 트럼프를 비판한 여러 발언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루비오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마르코 루비오의 국무장관 지명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라틴아메리카 정책을 감독할 고위 관리들이 지역 내 좌파 정부들을 대상으로 경제 제재와 정권 교체 시도를 강력히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그리고 쿠바가 주요 타겟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쿠바는 인도주의적,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일부 쿠바 주민들이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 설탕물을 마시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최근 허리케인으로 인해 섬 전역에서 주요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쿠바와 같은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경제 제재는 집단적 처벌의 형태로 민간인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수천 건의 초과 사망, 질병, 기아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제재는 국제법상 불법이며, 많은 학자와 정책 입안자, 현직 및 전직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쿠바와 베네수엘라 제재가 이주 물결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발생한 이주 물결은 트럼프가 중점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힌 문제와 연결된다. 트럼프는 약 1,100만 명 이상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언하며 강경한 이민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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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비튼(Dan Beeton)은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국제 프로그램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