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흐름 끊기 위해 건보고객센터 투쟁은 꼭 필요”

[인터뷰]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단식 7일 차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직접고용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 전날, 또다시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농성장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오는 30일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 농성장에서 진행될 집회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가맹 산하 대표자 10여 명만이 참여할 예정이지만 경찰의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29일) 아침 일찍부터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농성장 뒤편 도로에는 경찰버스 12대가 줄지어 있다. 경찰은 집회 당일, 1천여 명의 인력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로 단식 7일째를 맞는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을 만났다.


  단식 7일 차인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


3차 파업 29일 차에 단식에 돌입한 지는 7일째가 됐다. 지금 건강 상태는 어떤가.

오늘부터 좀 힘이 달리는데, 아직은 괜찮다. 어제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전진환 동지가 와서 혈압을 체크하고 갔다. 혈압 체크 결과 140대로 조금 높게 나왔다. 몸무게는 아직 체중계가 없어서 얼마나 변한 지는 모르겠다.

최근 농성장 분위기는 어떤가.

지난 23일 공공운수노조 주최 집회 때 경찰이 농성장 출입을 못 하게 하면서 화장실을 순번을 정해서 가야 했다. 지금은 도로 건너편의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이 화장실 사용을 허락해서 가능했지만, 이것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한다.

올해만 2월, 6월에 이어 세 번째 파업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는 만큼, 단식을 결심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공단이 시간을 끌어대니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앞서 지난 6월 2차 파업 때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 들어와 같이 얘기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7월 말 쯤에는 고용 전환 방식이 결정 나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공단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몇 달 동안 공단 지사 방문을 통한 ‘MZ세대’(공단 정규직 노동자) 얘기를 청취하겠다는 말로 일관했을 뿐이다. 최근에도 민간위탁 유지, 자회사, 직접고용 등의 방식에 대한 각각의 장단점을 놓고 논의하겠다고 한다.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 주기도 1주에서 2주로 늘렸다. 이를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어 노동자들의 마지막 수단인 단식을 결심하게 됐다.

단식을 버틸 힘은 어디서 나오고 있나.

조합원들의 의지가 커서 가능했다. 첫 전면 파업이었던 지난 2월에도 파업을 중단하자고 하니, 조합원들이 반대했을 정도다.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가 매우 높다. 그리고 매일 가슴이 뭉클한 일이 있다. 지난 23일 집회 때도 그랬다. 당시 집회 장소였던 농성장이 출입통제가 됐다. 높은 언덕을 넘어 농성장으로 오는 방법밖에 없어, 여기로 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집회 시간이 되니 전부 다 그 높은 언덕을 타고 올라왔다. 파업을 처음 시작했던 2월, 전국의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동지가 있다는 것에 든든함을 느끼기도 했다.

  29일 오전,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투쟁 상황 보고를 듣기 위해 모여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삶은 어땠나.

화장실을 줄 서서 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점심시간은 1시간인데, 대전 건강보험고객센터의 경우에는 20분만 보장했다. 그 시간에 대한 대가도 없다. 그리고 오전 9시가 근무 시작이지만 9시 40분까지는 미리 컴퓨터를 켜 놓고 10분 전까지는 대기 상태에 있어야 했다. 아파서 병원을 가려면 내 연차를 써야 했고 이마저도 감점 대상이 됐다. 또한 팀별로 성과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팀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상담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공단의 분기별 업체 평가 기간에 업체는 노동자들을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놓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상담은 평균 2분 30초 안에 끝내야 한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업체 관리자가 빨리 처리하라며 다그친다. 이것에 대한 감정은 쌓여서 고객에게 표출이 된다. ‘불친절’에 화가 난 고객은 또 공단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남긴다. 이로 인한 감점이 또 나에게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민간위탁 업체가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콜을 많이 받을수록 월급이 오르는 구조를 낳는다. 고객이 보험료 체납과 관련해 상담할 때, 상담사가 체납액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도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구조는 민간위탁 운영으로 바뀌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다른 유사 기관의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이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향한 분노가 클 텐데.

가장 큰 문제는 공단이 공단 정규직 노동자들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 뒤에서 노·노 갈등을 조장하면서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등 정규직 반대가 없었던 공공기관은 없다. 그러나 막상 민간위탁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이 되면 그 갈등은 없던 것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보다 인원이 두 배나 된다. 이것이 정규직 전환의 반대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고객센터의 경우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3단계(민간위탁) 대상으로 규정됐다. 이로 인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공단이 자율적으로 검토하게 됐다. 이러한 정책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3단계로 분류했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실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취지에 맞게 정책을 만들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면서 건강보험공단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엔 2단계(자지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비정규직)로 분류되기도 했다.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단이 임대한 곳에서 일하고, 컴퓨터 등의 기기들 역시 모두 공단 것이다. 이것이 과연 민간위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동계 일각에서는 건강보험고객센터 투쟁이 앞으로 전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담도 클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

공공부문은 그래도 노조를 만들지만, 다른 민간 기업의 콜센터의 경우엔 노조 설립 자체를 틀어막고 있다. 우리가 승리해야 다른 콜센터 노동자들도 용기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청년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일자리보다 정규직이라는 안정된 일자리가 마련돼 있었으면 한다.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하단 점에서 우리의 투쟁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의 투쟁은 꼭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규직 직원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으려 하는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는 민간위탁 업체의 노무비 중간착취 부분을 해결하고 다른 공단의 다른 직군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다. 공단과 민간위탁 간의 계약서를 보면 1인당 인건비는 307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중 직접노무비는 214만 원 정도다. 경쟁을 통해 임금을 다르게 주기 때문에 직접 노무비를 받는 사람은 3분의 1이고 나머지는 그조차 못 받게 되는 구조다.

고객센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처음으로 민영화된 업무다. 이런 식이면 나중에는 장기요양급여 등도 민영화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공공이 운영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민영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민영화의 흐름을 끊어놔야 한다. 그 흐름에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직접고용도 있다. 민영화가 될 수 있는 것은 많다.

  농성장 근처에 부착된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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