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체들의 ‘사회주의 정당’ 건설, 대선 후보 세운다”

[인터뷰] 이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한국의 좌파 세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통한 대선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은 올해 ‘사회주의 대중화’와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목표로 노동당, 노동해방투쟁연대(노해투) 등에 새로운 정당 건설을 위한 결집을 제안했다. 이들은 좌파‧사회주의 세력의 단순한 통합을 넘어, 새로운 주체 형성을 통한 한국사회의 대안적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 대중화’라는 사회주의 의제 전면화 운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3년 만에 복귀한 이종회 변혁당 대표를 만나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과 대선 대응 계획을 물었다.


3년 만에 대표직에 복귀했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해 변혁당은 ‘사회주의 대중화’라는 3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회주의 대중화’는 의제운동을 시작으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과 2022년 대선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대표로 복귀하게 돼 어깨가 많이 무겁다.

사회주의 정당 건설과 내년 대선 대응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프로젝트의 목표가 사회주의‧좌파 진영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당으로 세워내는 것이다. 변혁당만 가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변혁당과 노동당, 노해투가 1차 토론을 했다. 세 단위뿐 아니라 좌파진영 전체로 범위를 확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첫 과정이 시국회의다. 현재 노해투는 결합하지 않은 상황이며, 노동당에서는 이와 관련해 내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결정이 되면 본격적으로 좌파 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시국회의를 구성해 당 건설과 대선 대응 관련 토론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시국회의는 어떻게 구성되나.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자본축적의 과정을 거치면서 불안정 노동 체제로 전면 개편됐다. 특히 플랫폼 노동이라는 불안정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 노동자를 포함해, 스스로 정치 주체임을 선언하고 나선 여성, 청년들이 있다. 또한 이중적인 착취, 배제를 당하고 있는 장애인과 소수자 등도 존재한다. 최근에 일어나는 또 하나의 큰 쟁점은 기후위기다. 이 모든 분야와 사람들을 다 포괄하는 시국회의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는 곧 주체들을 새롭게 세워내는 과정이자, 경제적 토대의 변화에 따른 정치적 주체의 재편 과정이기도 하다. 첫 운을 띄우는 것은 변혁당이나 노동당 등이겠지만, 결국 목표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들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정당 및 조직을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현재의 논의는 기존의 조직 통합‧재편의 형태가 아니다. 과거 조직 간의 일대일 통합 등의 사례를 많이 봐 오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전망과 변화한 경제적 토대를 기초로 새로운 주체를 세워내야 할 시기다. 그러려면 기존의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역사적 부름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자본축적과 불안정노동 체제로의 경제구조 재편 과정에서, 대안적 전망이 사회주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런 면에서 논의의 결과도 낙관적일 것이라 본다.



만약 상층 주도의 통합논의로 그치면, 기존의 공동투쟁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 수도 있다.

2000년대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정치적 주체 구성이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대공장, 정규직, 남성 노동자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불안정 노동체제로의 재편을 거치고 있어서, 주체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기획이 토론돼야 한다. 시국회의를 거치면서 주체와 정치 전망을 재구성해 나갈 것이며, 이후 선거를 거치면서 분리, 배제된 이들이 정치적 주체로 거듭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운동사회에서 변혁당은 소위 ‘전위정당’이라는 인식이 있다. ‘등록정당’ 혹은 ‘대중정당’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나.

한국 좌파 정당, 특히 과거 노동자의 힘은 제도와 비제도를 넘나드는 정당 형태로서의 비제도 투쟁정당를 정책 기조로 삼아 왔다. 이를 근거로 제도와 비제도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효과적인 ‘비제도 투쟁정당’에 익숙해졌고, 외부에서도 ‘비제도 활동가 조직’에 가깝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렇다고 과거에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2002년 대선을 계기로 민주노동당과의 선거연합이나 입당 전술을 논의 또는 시도하기도 했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노건투에서 사회주의대중정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좌파 정당의 ‘등록 정당’ 전술은 절대 쓸 수 없는 카드가 아니다. 무엇보다 자본 운동과 부르주아 정치의 진전 속에서, 좌파 정당이 공개적인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존재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에 있어 이견이 없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그런 준비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체질을 바꿔 나가는 전화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사회주의 대중화’라는 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 어떠한 의제를 던지려 하나.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문제를 삶의 문제로 재편해 내려 한다. 한국에서 사회주의는 어색한 용어다. 유럽에서는 사회주의가 먹고사는 문제의 담론이었다면, 한국은 전후 분단의 과정에서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주의를 대중화하는 것 자체가 분단 이데올로기나 국가보안법 같은 것들로 가로막혔다. 지금 분단체제는 여전하지만 무너져야 할 사회적 장벽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삶의 문제가 전면화되면서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를 대중적으로 제기할 여지는 확대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 삶을 바꾸는 대안적 사회로서 사회주의를 보편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변혁당은 그동안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선언’이나 ‘레드 서울 프로젝트’ 등 의제 운동을 구체화하는 활동을 벌여왔고, 기간산업 사회화를 비롯해 여성, 기후, 주거, 소수자, 교통, 노동 안전, 교육, 비정규노동 등의 의제별 운동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의 극단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안적 전망이 사회주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핵심은 그동안 가로막혀 있던 사회주의 대중화 작업을 통해 삶의 문제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내년 대선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변혁모임이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세워 대선 투쟁에 나섰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나.

그때는 불안정노동체제를 각인하기 위해 ‘노동자 후보’를 세운다는 것이 기조였다. 이번에는 당 건설이 핵심이다. 2012년에는 무소속으로 대선 투쟁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당에 기반해 후보 전술을 펼 계획이다. 앞서 말했던 사회주의 정치 의제를 삶의 의제로 바꿔내기 위한 기획이기도 하다. 대선을 거치면서 사회주의 대중정당의 지위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다. 2012년에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였지만, 이번에는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다. 물론 사회주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여전한 현실에서, ‘사회주의 후보’를 내거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사회주의가 대안이라는 정치적 전략은 명확히 하되, 전술적 수준에서의 탄력성은 논의를 통해 결정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선 후보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나.

아직 대선 후보와 관련한 내부 토론은 하지 못했다. 우선은 당을 새로 건설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대선 후보군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대체로 두 가지 범주인데, 하나는 기존의 투쟁에서 지도력을 발휘한 대중적인 활동가이고, 또 하나는 기존의 사회제체나 가부장성과 싸워온 새로운 주체들이다. 논의를 하면 이렇게 두 갈래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한국의 좌파들은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내걸어 왔다. 사노위 시절 지난한 강령 논쟁이 있었는데, 그 쟁점 중 하나가 여성‧생태에 대한 관점이었다. 당 건설의 목표나 정치 원칙 등에 관한 이견은 없나.

최근 사회주의 여성운동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생태 운동에서도 대안적 전망으로서 사회주의를 이야기한다. 내부에서 실천 경로를 거치면서 과거의 논쟁을 상당 부분 넘어서는 과정을 밟고 있다. 과거 사회주의 정치 전략에 여성운동 등을 종속시켜왔다면, 최근에는 스스로가 정치적 주체로 선언하고 정치 전망을 만들어내는 운동을 해 오지 않았나.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된 논쟁이 정리된 편이다. 물론 여전히 중심 주체는 노동이다. 다만 기존에는 생산 수단에 긴밀하게 결박된 노동만을 노동으로 인식했다면,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이나 재생산 노동까지 범위가 확장됐다. 아울러 여성, 청년, 장애인, 소수자 등 이중적 착취 구조의 문제가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주체의 재구성을 통해 의제를 새롭게 재정립하는 과정이 요구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동안 의회주의를 비판해왔는데, 대선 이후 등록정당 혹은 대중정당으로서 어떠한 활동 전망을 그리고 있나.

대선 이후의 활동에 대한 가시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지자체나 총선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선거에 후보를 내고 전면적으로 임한다는 게 아니라, 최근 ‘레드 서울 프로젝트’처럼 변화된 전망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지역의 삶의 문제까지 개입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의회 내 질서에 익숙해지는 활동은 아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정당이 의회 내로 들어갔을 때 개량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사례가 거의 없어 내부적으로 우려도 많이 하고 있다. 제도정당과 제도정치를 넘어서기 위한 견제 장치를 고민해야 하고, 새로운 형태의 운동 양식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반자본주의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졌다. 반자본주의의 대안은 왜 사회주의여야 하나.

현재의 자본주의를 고쳐 쓰자는 입장과,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2008년 세계공황을 거치면서 자본주의의 근본적 위기가 제기됐다. 그리고 대안적 전망으로 제출된 것은 현재 사회주의밖에 없다. 미국, 유럽과 같은 다른 대륙의 정치지형에서 제시되는 일반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초기 노동자 정치 운동의 시작은 사회주의였지만 자본의 노동에 대한 개량의 여지를 둘러싼 이념적 굴절이나 어떤 경로를 거쳐 사회주의로 갈 것이냐에 따라 정의당, 진보당과 같은 지금 노동자 정치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자본의 책임을 외면하는 얕은 노동자 평등주의로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축적전략, 불안정노동체제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근본적인 삶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재편된 한국사회의 경제, 사회구조에 기반해 새롭게 형성된 주체들로 당을 재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것을 다른 좌파, 사회주의 조직들의 양적인 일대일의 통합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억압체제가 정치적 허무주의를 낳았고, 스스로 정치적 주체로 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노동자 정치 운동이 이를 넘어서고 특히 2016년 촛불을 거쳐 그 정치적 주체가 변화해가고 있음을 보고 있다. 새롭게 형성된 주체들을 모아 함께 정치적 주체로 섰으면 좋겠다. 스스로 발을 딛고 일어날 때만이 많은 사회의 문제들을 넘고 무너뜨릴 수 있지 않겠나. 배제되고 밀려난 많은 사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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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조각그림 맞추기라는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 수백개의 조각들이 모여 마침내 큰 그림을 완성시키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수백 수천 수만의 조각바람들이 모여 하나로 힘을 결집시킬 수있다면 우리는 마침내 통일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