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보이콧’ 아니고 밀레니얼 선수노동자들의 ‘파업’

“여성농구단 영향 커”...농구·야구·축구·풋볼·테니스 종목 선수들도 일시 파업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잔인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며 NBA 프로선수들이 일으킨 살쾡이파업(노조 비승인 파업)을 보이콧이라고 부르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런 가운데 이를 밀레니얼 세대 선수들이 일으킨 ‘노동 쟁의이자 파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견이 계속돼 주목된다.

현지 언론 <더 컷> 등에 따르면, 앞서 26일(현지 시각) 밀위키 구단은 미국 위스콘신에서 발생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며 출전을 거부한 뒤 올랜도 매직, 휴스턴 로크츠 등 여러 구단이 이에 동참하면서 NBA 27일 일정을 모두 취소시켰다. 또 NBA 프로 농구선수들에 이어 파업은 야구, 축구, 풋볼, 테니스 등 전 스포츠 분야로도 확산됐다. 27일 뉴욕에선 메츠-말린스 첫 경기에서 양측 팀 선수들은 필드에 나가 42초 동안 침묵 시위를 벌이다 경기장에서 퇴장했고, 이외에도 모두 7개 메이저 리그가 취소됐다. 전미풋볼리그(NFL) 소속 9개팀도 경기를 취소했다. 프로선수들뿐 아니라 NBA 재무, 마케팅 등 사무 노동자 100여 명도 파업에 가세했다.

[출처: 커먼스 드림]

앞서 국내외 언론 다수는 NBA 파업을 ‘보이콧’으로 보도하며 선수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점에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미국 진보 인사나 노동계는 보이콧과 파업의 주요 차이가 ‘노동 쟁의’에 있다는 점을 주목하며 파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미국 진보연론 <커먼스드림>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원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즈(AOC)는 트위터를 통해 “NBA 선수들은 (그들의 달러나 구매를 거부한) 보이콧이 아니라 (노동을 거부한) 파업”이라며 “이는 노동자로서 자신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 운동을 조직한 전미여성농구협회(WNBA) (선수들) 역시 인정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WNBA 여성선수들은 인종적 차별 철폐를 위한 운동에 앞장섰고 이는 이번 NBA의 파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더네이션>의 스포츠 편집자 데이브 지린도 현지 독립방송 <데모크라시나우>에 “파업 물결은 보이콧 이상이다. 그것은 노동을 거부한 것”이라며 “이는 인종적 정의를 위한 전국적인 시위일 뿐 아니라 노동운동 전반에 새로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퀸스에서 민주당 지방검사장 후보로 나선 바 있는 티파니 카반도 트위터를 통해 “이 프로선수들은 파업에 나선 ‘노동자’”라고 불렀고, 캐나다 유명 풋볼 선수였던 맷 피어스는 “이 친구들은 NBA가 단체협약으로 금지하는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WNBA]

미국광산노조(UMW)는 “파업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NBA선수협회(NBPA)에 연대한다. 여러분은 정당한 이유로 오늘 일어섰다.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3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유나이티드히어(UNITE HERE)는 “경찰 폭력과 흑인 혐오, 인종적 불의에 맞서 파업한 NBA에 연대한다”며 “여러분의 플랫폼은 클 수 있지만 농구 선수들 역시 노동자”라고 밝혔다.

한편, NBA 선수들의 파업은 NBA 대주주 마이클 조던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잠정 복귀하기로 합의하며 종료됐다. 이 합의를 통해 NBA 측은 인종적 차별 개선을 위한 ‘사회정의연합’ 설립하고 광고 등을 통해 대선 투표 캠페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합의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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