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운동에서 직접 정치 만들어나가자”

[인터뷰] 서린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위원장

지난 30일 기후 활동가가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이 열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사다리 사이에 목을 집어넣었다. 한국 정부가 주최한 P4G 회의의 ‘녹색성장’ 접근이 허구라고 비판하는 시위 중 발생한 일이었다. 그를 포함한 기후 활동가들은 녹색성장이 기업들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며 기후 정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위에는 지난 3월 15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인 여당을 규탄하며 여의도 민주당사 지붕 점거 직접행동을 벌인 서린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위원장도 함께했다. ‘멸종저항서울’에도 소속된 그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법을 어기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기후 운동 안에서 급진적인 정치 운동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하는 서린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30일 서린 활동가가 P4G 개최 장소 앞에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직접행동을 벌이고 있다. [출처: 서린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위원장]

지난 30일 기후운동단체인 멸종저항서울·멸종반란한국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녹색 물감을 뿌리는 등 기후생태위기의 진실을 말하자며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기도 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원래 계획은 DDP 미래로(路) 위에 사다리 세 개를 설치하고, 사다리 위를 발언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미래로 아래로 대형 현수막을 내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당일 DDP가 위치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 도보 10분 거리까지 경찰들이 빼곡해 실행하지 못했다. 경찰들이 많았던 이유는 다른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P4G와 관련해 DDP 주변에 집회 신고를 많이 냈기 때문이다. 사다리는 설치하자마자 경찰에게 빼앗겨버렸고, 사다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그 사이에 몸을 집어넣게 됐다. 사다리에서 끌려 나오고도 경찰 5~6명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다른 활동가들도 횡단보도에서 현수막을 펼치려다가 경찰에게 빼앗기면서 몸싸움이 크게 있었다. 이 상황이 30분 정도 이어졌다. DDP 건너편에서 집회를 진행한 기후위기 비상행동 200여 명도 동참하려 했으나, 경찰이 그들을 막았다. 결국 DDP 앞에서 직접행동을 벌인 활동가 10명은 시위 물품을 모두 빼앗겼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P4G에서 연설 후 돌아갈 때까지 약 2시간가량 구호만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시위대의 요구를 무력화하기 위해 고립시키는 전략을 취한 것 같았다.

지난 3월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는 건물 지붕에 올라 연행이 됐다. 몸을 던지는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만큼 기후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듯하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올라가면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런데 유엔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4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기온은 이미 1.2도 상승했다. 0.3도만이 남았다. 이 선을 넘어 버리면 아무리 탄소배출을 줄이더라도 지구 온도를 낮출 수가 없다. 계속 직접 행동을 벌이는 이유가 이 시급한 상황에 있다.

지난 31일까지 진행된 P4G는 ‘포용적인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실현’을 주제로 기업 대표를 비롯해 50여 개 국가 정상과 20여 개 국제기구 수장 등이 참석했다. 이러한 논의 방식이 기후위기의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적 행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전 세계 정상들에게 탄소 중립을 실현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해왔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용인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모순적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다음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한다는 곳에 기후위기의 주범인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잔치’가 된 거버넌스로는 기후위기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또 문재인 정부는 국가 간 협력도 기후위기 해결에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실천이라는 말을 많이 해왔다. 10여 년 전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온실가스를 실제 줄여야 하는 기업의 책임을 가리는 데 작용할 뿐이다.

그리고 거버넌스를 통해 무엇을 바꿔냈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2050탄소중립위원회도 그렇듯 거버넌스에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만 참여해 왔다. 이러한 전략으로 정부 정책 이상의 변화를 얻어낸 적이 있는가. 청년 기후 활동가들도 지난해 정부 주도 포럼, 토론회 등에 참여한 경험이 많다. 현재는 자체적으로 정부 정책의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린 상태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들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불과하다면, 정부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당장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멈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 했는데, 이도 2030년으로 시기를 당겨야 한다.

지난 두 차례 시위를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린 활동가가 말하는 ‘기후 정의’는 무엇인가.

사실 ‘생명을 지킨다’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너무 감성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가 지키려는 지구에는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여성과 장애인 등 차별받는 이들이 있다. 자연 회복에서 나아가 인간이 평등한 지구, 죽지 않을 수 있는 지구를 만드는 것이 진정 지구를 지키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되나.

사회주의 정당인 사회변혁노동자당의 당원이기도 하다. 대안 정치를 말하는 사람으로서 기후 운동 안에서, 더욱더 급진적인 정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보수적인 기성 정치, 대리 정치가 이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거 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정치가 아니라, 삶을 직접 바꿀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생태사회로의 전환, 어떻게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생산을 통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퍼져 있는 여러 운동을 기후 운동으로 모아내고, 여기서 직접 정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더 이상 급진화 된 요구로 그쳐서는 안 된다. 기후운동에 사회주의 정치 세력들이 개입하고, 활동을 펼쳐나갔으면 한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