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파업 핑계로 교섭 거부…노조 “이율배반적”

노조, 청와대 행진 돌입…청년 노동자들도 파업 지지 선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노동자들과 대화를 위해 만들었던 교섭 자리를 파업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2월부터 6월, 그리고 현재까지 세 차례 전면파업을 벌이는 중이다.

앞서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지난달 2차 파업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논의 테이블(교섭)이 공단의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판단으로 지난 1일 3차 파업에 들어갔다. 공단이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지 않은 까닭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교섭이 지지부진해 3차 파업에 돌입했으나, 공단은 이를 이유로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대화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입장을 내놓고 논의해야 함에도, 공단은 정규직 전환방식에 대한 공단의 입장마저 제출하지 않으면서 대화는 자신들이 거절하지 않았다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4일 보도자료에서 “정부 방침에 의한 사무논의협의회가 건보노조와 고객센터 노조 양 당사자가 참여해 진행 중인데, 공단이 먼저 확정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임을 명확히 했다”라며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교섭 재개를 요청했으나, 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린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서 공단 측은 오는 23일 예정된 파업 관련 노조 결의대회 진행에 우려를 표했고, 이에 노조는 교섭 재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거절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23일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3차 결의대회를 앞두고 있다. 노조는 공단이 교섭조차 거절하는 등 논의 진척이 없는 상황이어서 집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하다가 이제 와서 집회를 막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책임을 7월 3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로 뒤집어씌우려다 실패한 정부는 다시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라며 집회 취소가 아닌 공단이 성실한 교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21일 전태일 다리에서 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한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1일 오전부터 매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다리부터 청와대까지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자들은 20분에 한 명씩 행진을 이어 간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4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 신세”라며 전태일 열사와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투쟁 정신을 기억하며 매일 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들, 고객센터 직접 고용 투쟁 지지
“일부 청년의 ‘공정성 훼손’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날 청년 노동자들도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629명의 청년 노동자들은 21일 선언문을 통해 “일부에서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반대하면서 ‘청년들의 박탈감’을 핑계로 삼는다. 또 청년이 소환됐다”라며 그러나 “우리들은 그들이 내세우는 ‘공정성 훼손’, ‘로또 취업’, ‘사기업 정규직’ 등의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노동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경쟁의 공정한 조건, 소위 말하는 ‘기회의 평등’이 단 한 차례라도 존재했던 적이 있는가”라며 “절대다수의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규직 같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성패가 불분명한 기약 없는 수험생활을 몇 년씩 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 당장 생계를 잇기 위해, 심지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동을 해야 했다. 그런 청년노동자들에게 ‘너희는 경쟁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니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회적 폭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공정성 훼손’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청년들이 대표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청년 노동자들은 “수많은 청년이 하청 노동자로, 플랫폼 노동자로, 단시간 노동자로, 간접고용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원해서도 아니고, ‘노오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이 사회가 이윤과 비용의 논리로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을 확대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축소하고, 청년을 취업 문 앞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경쟁하도록 내몬 정부와 자본에 책임을 묻는다”라고 했다.

앞서 7명의 청년노동자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 선언문에는 지난 14일부터 7일 동안 병원, 쿠팡물류센터, 배달라이더, 학교, 출판, 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들이 연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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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센터 직접고용 지지합니다
    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 분들 응원합니다~~~

  • 하창완

    진짜 인간혐오가 생기려고 하네ㅋㅋㅋㅋ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노숙자같은 얼굴보느라 토나올거같아

  • 매너좀

    건강보험 직원분들중에 남의 영업장에서 큰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좀 지르지마세요 퇴근하고 치킨포장 해갈려는데 치킨집 전세냈어요? 시끄러워죽겠네 지금 파업하는분들 싫은것도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너내 회사에서 소리지르면서 악쓰던가 집가서 하세요 지금 처럼 기사에서 ㅈㄹ을 하던가 원주 시민분들은 파업하는분들보다 너내가 더 싫어요 질질끌어가지고 이 지경만든게 누군데 저분들 욕하는건지
    듣어 보니가 저분들은 대화하자고 하드만 건강보험에서 싫다하는거라면서요

  • 신계숙

    노동자의 노동가치 인정해달라 외치는 저분들이 노숙자 같고 혐오스럽다니 .. 당신의 인성은 바닥인건가요? 쯧쯧

  • 문경락

    공정성 훼손’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청년들이 대표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청년 노동자들은 “수많은 청년이 하청 노동자로, 플랫폼 노동자로, 단시간 노동자로, 간접고용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원해서도 아니고, ‘노오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이 사회가 이윤과 비용의 논리로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을 확대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축소하고, 청년을 취업 문 앞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경쟁하도록 내몬 정부와 자본에 책임을 묻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