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리 행진 마친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 ‘4차 파업’ 준비한다

10일 청와대·노조 면담…“교섭 중단·교착 시 4차 파업 나설 것”

지난 9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500리 청와대 행진을 마쳤다. 그리고 이날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직무대행의 18일간의 단식도 마무리됐다. 오는 9월 4차 파업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돌입한 3차 파업도 11일부터 중단한다. 현장 복귀 후에도 지부는 현장 투쟁과 간부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가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는 2006년부터 외주화돼 15년간 운영됐다. 이로인해 발생한 국민 정보에 대한 공공성 훼손과 간접고용 착취구조를 바꾸고자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 1천여 명은 지난 2월 1차 파업을 시작으로 7월 3차 파업까지 98일 동안 전면 파업을 벌이며 ‘직접고용’을 외쳤다. 이 투쟁을 통해 공단이 민간위탁이나 자회사 등의 업무수행 방식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3차 파업을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던 건강보험공단을 다시 교섭 테이블에 앉혔다. 10일에는 청와대와 노조와의 면담이 성사됐다.

“다음 파업에는 꼭 승리하자”

지부 농성장이 위치한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부터 청와대까지의 행진이 끝이 난 9일 오후, 노동자들과 건강보험고객센터 시민대책위 등 행진단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 모여 해단식을 했다. 이 곳에 모인 노동자들은 3차 파업 중단을 아쉬워하면서도 앞으로의 투쟁 의지를 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경인지회 조합원은 “청와대 행진은 끝났지만, 각자 자리에서의 소임이 있을 것이다. 다시 파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각자 자리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임무를 완수해 다음 파업에서는 꼭 승리하자”라고 말했다.

또 부산지회 조합원은 “우린 그간의 투쟁으로 얻은 것이 많다. 청와대와 경찰도 이제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우린 그런 곳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요구사항을 듣고, 만들어내면 되는 문제다. 성과가 없이 복귀하는 것이라 말하지 말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지회 조합원은 “같이 자고 먹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라며 “2차 청와대 행진 때도 만나자”라고 전했다.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 행진단을 기다리던 이은영 지부장 직무대행이 조합원을 만났다.

단식 중이던 이은영 지부장 직무대행은 “(청와대 행진에) 함께 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조합원들의 모습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봤다. 잠시 쉴 때 쓰러져 있는 모습, 당당하게 경찰과 맞서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했다. 여러분들이 한 행동은 우리 고객센터가 존재하는 한, 끝까지 노조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노조, 청와대·정부·공단에 직접고용 대책 요구·4차 파업 경고

지부는 현장으로 복귀하는 오는 11일부터 조합원 지명파업을 통한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농성을 이어간다. 2차 청와대 행진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공단과의 교섭과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 집중하면서 논의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전국 7개 지회별 파업과 9월 4차 전면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책임도 끝까지 묻는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공공운수노조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공단이 직접고용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4차 파업은 필연적이고 그 시기는 더 당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왜곡된 공정성 논리를 주장하는 일부 정규직들을 방패 삼아 최고 책임자로서 임기 내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라며 “하루빨리 정부 정책과 지침에 따른 ‘직접고용’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기획과 실행부처로서 해당 공공기관들이 자의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도·감독을 포기한다면 고용노동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도 “청와대 행진과 단식을 중단한 어제(9일), 이재용 가석방 결정 소식은 우리를 더 분노케 한다. 재벌총수와 차별과 불평등에 신음하는 절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이 정부가 과연 누구 편이었는지 근본 물음을 갖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직접고용에 대한 자신의 정책 의지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 아닌가는 지금 정부의 행보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진 중인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경찰에 막혀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청와대와 노조 간 면담은 30분 정도 진행됐으나, 노조 측에서 국민건강고객센터 직영화와 관련한 요구를 전달하는 정도로 끝이 났다. 이 자리에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행정관과 노조에서는 현정희 공공운수위원장과 이은영 지부장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오는 13일에는 9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가 예정돼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운수노조는 효과없는 단발파업 그만하라. 사측이 교섭테이블에 앉지 않는다면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전국 투쟁으로 수위를 높여라. 우리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힘에 부친 상황을 고려해도 이건 잘못된 전략이다. 다음 현장 파업 투쟁도 '교섭 테이블 앉히기 위한 파업'이 될 순 없다. 방역 지침 집어치우고 공공으로 투쟁하라. 민주노총으로 투쟁하라. 모든 노동자를 조직해 전국적 투쟁을 만들라. 현장의 저하된 사기도 오를 수 있다. 종로에 8천이 모였듯 비정규직 최전선에 있는 고객센터 투쟁을 위해 수많은 연대자들이 나설 것이다. 지금 약자의 저항은 방역지침이 가진 사회적 가치보다 크다. 이재용 석방까지 이어진 촛불은 집어치우고 횃불을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