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성장? 꿈도 꾸지 마라!

[이슈①] 과잉생산과 기후재앙 속 성장 축소 사회의 도래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 신자유주의적 성장 이후 21세기 들어 성장률 하향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선진국 경제는 2000년 이후 평균 성장률이 0% 대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는 생산능력의 확대로 글로벌 수준에서 과잉생산(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과잉자본 문제로 장기불황을 지속했다. 특히 노동비용 축소를 목표로 한 생산의 세계화, 노동 유연화, 노동자 임금 자산 수탈을 위한 금융화,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축적체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파산한 후,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이윤율과 수익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출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전개된 2020년에도 이 경향은 지속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봉쇄 속에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 상대적인 공급과잉(과잉생산)을 더 부추겼다. 또한 세계 곳곳의 생산기지에서 생산 중단과 공급망 교란이 일어나며 대규모 성장 축소를 경험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확대로 일상이 회복되면 수요와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성장률이 대반전 할 것이라 전망했지만, 델타 변이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 문제가 여전해 더딘 회복을 보이고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공급망 교란과 공급 부족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공급 부족으로 곡물, 연료와 에너지, 물류, 주요 부품 값이 폭등했다. 이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이끌고 있으며, 느린 회복과 성장률 하락은 물론 빈곤의 고통을 더하고 있다. 특히 식량 생산과 공급 부족은 식료품비 인상뿐 아니라 세계 기아율을 높였다. 또한 공급 교란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높아져 코로나19로 잠시 줄었던 탄소 배출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공급망 교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지구적 규모의 기후재앙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위기가 심화하며 환경재앙과 이에 따른 충격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만 2019년 40건의 기상재해가 발생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발생해 경제적 피해와 공급망 교란 사태가 확대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미국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0억 달러 피해 규모의 기상·기후 재해’ (Billion-Dollar Weather and Climate Disasters) 18건을 겪었으며 올해는 그런 재앙 중 최악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자본 간 국제경쟁이 확대하면서 투자와 생산의 불일치 즉, 자본주의 시장 경쟁시스템에 의한 공급망 교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부품(중간재) 시장에서는 공급이 불균등해져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나거나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잉공급이 문제가 된다. 반도체의 경우 치열한 국제경쟁과 기술투자로 메모리 반도체는 과잉공급되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수요만큼 생산(투자)이 더뎌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다극 세계가 형성됨에 따라 더 많은 무역 분쟁, 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정치적 안정성이 세계 최하위 국가들과의 세계 무역 비율이 2000년 16%에서 2018년 2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알다시피 세계 무역의 80%는 정치적 안정성이 하락하는 국가들과 관련돼 있다. 그만큼 세계 무역에서의 지정학적 위기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공급망 흔들리는 혼돈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 의도치 않은 탈성장?

옥스팜과 스위스 리 연구소(Swiss Re Institute)는 (온실가스의 추가 감축 없이 현 수준의 기후 위기 대응으로 2050년 2.6°C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 세계 GDP의 13.9%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인도 경제는 27%, 호주는 12.5%,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7.8%, 한국은 9.7%가 축소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로, 무려 GDP의 36.3%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싱가포르(-35.6%), 필리핀(-35.0%), 태국(-33.7%), 인도네시아(-30.2%), 사우디아라비아(-29.2%) 순으로 큰 손실을 볼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이 시나리오(2050년 2.6°C 온도 상승)에서 파리협정 목표(온도가 2°C 미만으로 상승)에 도달하는 경우보다 최대 10%의 경제적 손실을 더 본다.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아 2050년 온도가 3.2°C 상승하는 경우, 전 세계 GDP는 파리 협정 목표가 달성됐을 때보다 14% 더 큰 손실을 본다. 파리협정 목표인 2°C 미만 상승에 도달해도 세계 GDP는 4.2% 줄어들어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1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유럽을 강타한 홍수, 산불 등 기후변화 위험에 따른 피해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30년간 유럽의 400만 개 기업, 1,600개 은행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의 잠재 영향력을 계산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기후 온난화를 막는 조처가 없으면 최악의 경우 유럽 GDP는 10% 감소하고, 기후변화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의 채무불이행 확률은 2050년까지 37.5%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2

기후변화의 영향은 그 자체가 초래하는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s)와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행(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s)를 통해 실물경제 각 부문에 파급된다. 이 조사에서 GDP에 대한 물리적 리스크의 영향은 모든 시나리오 및 예측 기간 전반에 걸쳐 전환 리스크보다 컸다. 아래 그림은 무질서한 전환(탄소 중립 정책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 위험의 영향이 유럽 GDP의 2% 이하로 제한됨을 보여준다. 반면, 더 빈번한 자연재해에도 온실 세계(hot house world) 시나리오에서 기후변화 완화 정책(전환 정책)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GDP를 10% 감소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온실(hot house) 시나리오에서는 전환 정책과 전환 비용이 없어 오히려 GDP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이익은 2090년에 최고를 이루지만 2% 이하로 제한되며, 물리적 리스크로 인한 피해 증가(-9%)로 상쇄된다.


2050 탄소 중립에도 역성장, 성장은 끝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밝힌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장기 전망 추정치는 다음과 같다. 2018년~2040년까지 GDP는 연평균 1.9% 성장하고, 2040년~2050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한다. 2050년 GDP 성장률은 0.9%로 예측한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의 ‘향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경로 추정’(2021.7)을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6%대, 2000년대 4%대, 2010년대 2%대로 10년마다 2%p씩 하락한다. 이와 함께 세계에서 제일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등이 지속한다면 향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에 이르러 여타 선진국들보다도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가진 모든 능력-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을 총동원해서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를 말한다)

2045년 잠재성장률 추정치의 낙관적인 시나리오와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각각 2.08%, -0.56%로, 중립의 경우 0.6%로 나타났다. 즉,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2045년에 잠재성장률이 0.6%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일반적으로 2030년 이전에 잠재성장률은 0%대에 접어들어 비관적인 전망에서는 2030년대 초에 역성장(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적 요인은 배제했다. 기후 위기의 물리적, 전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률의 최대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실제 성장률보다 높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까지 고려한 실제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 대응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2021.9.16.)에 따르면, 탄소세 등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 대응 활동으로 205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0.08~0.32%p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0℃ 이내로 억제하는 시나리오(탄소포집 활용 저장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연평균 성장률 하락 폭은 0.08%p였지만, 1.5℃ 이내로 억제해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0.32%p의 성장률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이 분석도 이행(전환) 리크스만 고려했을 뿐, 기후 위기 확대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것도 탄소세와 탄소포집기술 등의 요인만을 분석한 결과다. 물리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실제 GDP 감소 효과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의 물리적 리스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만,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이행 리스크가 물리적 리스크보다 최대 10배 가까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앞선 연구에서는 거꾸로 물리적 리스크가 이행 리스크보다 5배 이상 큰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온실가스 배출경로에 따른 기후변화 피해 비용 분석> 보고서(2020.7.30.)를 보자. 이 보고서는 2020년부터 2100년까지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받게 될 기후변화 누적 피해액을 최대 4867조 원으로 추정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행할 경우 같은 기간 발생할 누적 피해 비용은 1667조 원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전 세계 2050년 탄소 중립을 전제하더라도 GDP 감소 규모는 매년 증가해 2050년에는 GDP의 1%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분석에 사용된 기후변화 정책분석을 위한 통합평가 모형인 PAGE에 대한 한계도 많이 지적된다. 이 모형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의 지속성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를 반영하면 GDP 감소 규모는 더 크다)3

기후 영향을 배제하고 현재의 경제·사회적 영향만 고려해도 GDP 성장률은 계속 줄어 2050년에는 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기후 피해의 영향을 고려하면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더라도 GDP 피해액(감소액)은 연간 1%에 이른다. 이 두 영향을 고려하면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뤄도 실질 GDP 성장률은 ‘0’이 된다. 2050년 이후에도 기후 피해는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더 줄기 때문에, 실질 GDP 성장률이 0이 된 이후에는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역성장 국면으로 들어간다.

만약,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지 못하고 무질서한 대응을 한다면, 경제는 약간 성장하겠지만 기후 위기 확대에 따른 물리적, 전환 리스크 규모를 더 키워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대 초반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자본주의 구조 위기와 기후 위기가 결합한 성장률 전망은 어떤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역성장이 필연임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이제 전망할 수 없고, 성장은 끝났다.


무한경쟁의 가속화와 생태 체제로의 전환

많은 기후경제 모델은 세계 경제가 작지만 꾸준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른바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점점 더 많은 기후 경제학자들이 이 가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제가 기후 피해로부터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주의 생산성과 성장의 둔화, 그리고 기후 위기 손실의 (누적적) 증가로 이제 ‘지속 가능한 성장’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공급능력은 향상하는데, 공급망이 교란돼 공급 부족을 겪는 것은 그만큼 국제경쟁이 심화·확대한다는 의미다. 미국이 국방물자법을 동원해 주요 반도체와 부품 생산을 확보하려는 것처럼 국가가 주요 생산품을 자원화, 안보화하며 국가 독점적 생산과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은 물론 유럽도 미국과 같은 대응을 보이며 세계시장의 독점 경쟁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저감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탄소 저감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탄소를 활용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의 억제와 함께 에너지 수요의 증가에 따른 전력공급을 다시 화석연료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보여 준다.

이 상황은 기후 정치에 있어 성장주의의 힘을 더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장이 둔화·정체한 상황에서 이윤율 회복을 위해 다시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하며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성장이 축소·후퇴해 역성장이 현실화하면 탈 탄소-기후 정의 요구보다 폭력을 동반한 성장 우선주의가 확산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 정치의 방향은 탈성장이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지속 불가능, 성장 불가능을 인정하고 대안적 생산체계로의 전환과 생태적 생산체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생산량과 산출량의 계획적 조정 없이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없고, 탄소 중립을 이루더라도 더 이상 이윤을 축적해 성장하는 체제로는 나아갈 수 없다. 이는 생태적 계획과 (이윤이 아닌) 사회적 사용가치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각주>

1.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no action not an option”, Swiss Re Institute, 2021.04.
2.https://www.ecb.europa.eu/pub/pdf/scpops/ecb.op281~05a7735b1c.en.pdf?278f6135a442cd0105488513e77e3e6d
3. The social cost of carbon dioxide under climate-economy feedbacks and temperature variability, 2021.9.6. E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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