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기후 딜레마, Next Level?

[이슈②] 효과 없는 신기술 개발과 시장규제


기술과 시장 중심의 탄소중립

정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석탄 등 화석연료발전의 단계 축소와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체 및 탄소포집기술(CCUS) 활용을 제시했다. 산업별로는 철강 부문에서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사용하고, 나머지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그린수소 생산 및 탄소포집기술을 이용한 탄소 저감 방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의 탄소중립 방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 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CCUS)과 그린수소 생산기술 발전 등 신기술 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 시장규제 형태로 탄소세, 탄소배출권 등 가격 규제를 도입해 탈 탄소 유인을 확대하고, 기술개발과 전환 비용을 지원하는 기후금융 확대 등의 제도적 지원이 추가된다. (부분적으로 그린수소 수입, 전력 수입, 해외 탄소 저감 사업 등 해외 대체가 포함된다)

그런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현실성 있는 기술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뿐이다.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태양광은 10분의 1 수준으로, 풍력은 3분의 1 이하로 낮아졌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이미 석탄 등 화석연료발전 비용과 같거나 낮아진 상태여서 에너지 전환에서 화석연료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오히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너무 낮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탄소포집이나 그린수소 생산 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최소 10년 이내에 큰 기술적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 10여 년간 많은 투자에도 이 기술들은 현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연구개발(R&D)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탄소포집 기술도 기초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CCUS)과 그린수소

전 세계에 운영 중인 탄소포집저장 공장은 26개에 불과하다. 10여 년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에도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연간 전 세계 배출량의 약 0.1%만을 감축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탄소 저장과 활용기술의 미비로 지금까지 포획된 탄소의 81%는 땅으로 펌프질해 기존 유정에서 더 많은 기름을 추출(EOR)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탄소포집저장 기술은 정부 예측으로도 10년 이내에 상용화될 전망이 없다. 이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환 부문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4.4%를 감축하기로 했는데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감축량이다. 여기서 탄소포집저장 기술 등을 활용한 탄소 감축은 기술발전 수준을 고려해 계획하지 않았다.

산업부문 감축 계획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탄소 배출량 260.5백만 톤을 2030년 222.6백만 톤(-14.5%)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51.1백만 톤(-95%)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기존 시설을 전력화하거나, 화석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바꾸고 시설을 효율화해 탄소 배출량을 고작 14.5% 줄인다. 그리고 2030년 이후 철강 부문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을 상용화해 나머지 80%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10년 후의 기술발전 수준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용화가 가능한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알 수 없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 대응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2021.9.16.) 보고서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기온이 2℃ 상승하는 시나리오와 기온이 1.5℃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나누는 기준이 바로 ‘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의 상용화’ 여부다. 이것이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온도 상승을 막는 주요 방법이자 언제 상용화될지 알 수 없는 ‘변수’라는 얘기다.

각종 기구는 2050년 온도 상승 1.5℃를 달성(파리협정 목표)하기 위해 2030년 최소 50% 이상 탄소배출 감축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 감축으로 상향했는데, 나머지 10%의 감축 계획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감축 수단인 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의 상용화를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환경연구소는 “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은 2030년에 탄소 배출량을 최소한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데 도움 안 된다”며 “시기를 맞추지 못하는 기술은 쓸모없는 기술이라 탄소포집저장 기술 대신 재생에너지 분야와 에너지 효율화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충고한다.1 현재 탄소포집저장 활용기술은 먼 미래의 기술발전을 전제로 화석연료 산업의 탄소배출을 허용하고 지속해서 생산토록 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그린수소의 생산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린수소는 여타의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생산비가 직접적인 문제다.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그레이수소, 블루수소보다 현재 약 2~3배 더 높다. 국제기구에서는 2050년이 돼야 그린수소의 생산가격이 그레이수소와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 등의 생산단가를 높여 그린수소의 상대가격을 낮추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그린수소의 생산과 이용을 늘리려면 높은 탄소가격(탄소세)을 시행해야 시장에서 그레이수소 대신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탄소가격 설정 문제는 뒤에서 다룬다)

하지만, 그린수소 생산에 탄소중립위원회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현재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그린수소 가격이나 기술발전과는 무관하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치 못해 그린수소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다고 설계돼 있다. 그래서 그린수소 국내 생산은 2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수입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이렇게 되려면 해외의 그린수소 수입 가격이 아주 낮아야 한다. 그린수소의 수요가 증가할 경우 수입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그린수소 공급이 줄어, 탄소배출 수소의 가격과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다.

탄소세를 통한 시장규제, 가능한가?

현재는 기술개발과 시장가격 규제를 하나로 묶어 탄소배출 저감 유인을 확대하려 한다. 탄소 발생량이 많은 생산기술이나 제품에 세금을 매겨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가령 석탄 1t을 태울 때 약 3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정부가 이산화탄소에 톤당 50달러를 부과하면, 석탄 가격은 톤당 140달러가 추가된다. 석탄 화력 발전 비용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기술 전환 유인이 형성된다.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국경세 등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도입된다.

문제는 탄소배출에 대한 적정 비용, 즉 탄소가격을 어떻게 얼마나 매겨야 하는가이다. 탄소가격은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현재까지 제시된 가격은 계산 방법에 따라 작게는 CO2 톤당 14달러에서 많게는 386달러에 이른다. 미국 정책무결성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Integrity)는 수많은 피해를 정량화할 수 없어서 (많은 변수를) ‘생략’했으며 “이런 불확실성은 기후 시스템의 복잡성, 환경에 화폐적 가치를 부여하는 어려움, 기후 변화가 장기간 지속하기 때문에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변수가 너무 많아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책정하기 어렵다 보니 자의적으로 몇 가지 변수들만 취사선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생략되기도 한다. 특히, 기후위기가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피해 중 하나인 인간 사망률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기후위기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경제가 성장한다고 전제했다. 이는 ‘미래할인’ 즉, 미래의 손상을 현재 손상보다 현저히 작게 계산하는 것이다. 노드하우스는 미래할인을 3%, 니콜라스 스턴은 1.4%로 책정하는 등 다분히 자의적이고 정치적으로 규정했다. (손실의 미래할인이므로 할인율이 낮을수록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 올라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경제적 손실이 10% 수준에서 지속되고 경제성장이 감소하면 기존 결과보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은 15배 증가해, 톤당 수천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2

이렇게 변수가 많고 자의적이다 보니 탄소 가격이 모두 제각각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톤당 50달러로 설정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배출가스 영향을 미국 내로만 고려해 1달러로 책정했다. 그리고 올해 1월 바이든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탄소의 사회적 비용 계산할 것을 명령했다. TFT를 구성해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는 잠정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탄소 가격에서 물가인상률을 고려해 톤당 51달러를 제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2030년 톤당 100달러로 제시했다. 노드하우스는 최근 글에서 2030년에 톤당 300달러에서 500달러의 탄소 가격이 필요하고, 2050년에는 톤당 천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제안했다. 한국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 가격을 톤당 39.7달러(기준 시나리오)에서 36.5달러(기술진보 시나리오)로 밝히고 있다.


국가별로도 탄소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이 137달러로 가장 높았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상당지역에서는 탄소 가격이 아예 없었다. 한국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어 당시 거래가격인 16달러로 평가했다.3 전 세계 60개가 넘는 국가들이 탄소 가격(탄소배출권 가격을 포함)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탄소 배출량의 80%는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전 세계 탄소 가격 평균은 3달러에 머물러 있다. 있으나 마나 한 수준에다가 탄소배출권과 연계돼 있어 더욱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가별로 (물가수준을 고려한) 탄소 가격이 다르다는 것은, 동일 상품이라도 국가마다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고르지 못한 탄소 가격은 생산된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각국이 치열한 공급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수출이 주요한 국가에서는 탄소세를 더 올릴 유인이 없다. 오히려 경쟁국보다 탄소세를 더 내려야 할 유인만 작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탄소세를 균형 있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없진 않지만, 현실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6월 기본탄소가격제와 탄소가격하한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선진국·고소득 신흥시장·저소득 신흥시장으로 나눠 탄소가격하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EU, 중국 등 선진국은 톤당 75달러, 고소득 신흥시장은 50달러, 저소득 신흥시장은 25달러를 기본가격으로 제시하며, 배출량에 비례해 공평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기본가격에 차등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가 제안한 대로 국내에서 탄소세를 1톤당 75달러로 설정하면,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탄소세만 약 6조 원 넘게 납부하게 된다. 탄소배출 제조업 중심의 한국에서는 탄소 세액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기업이 다수 생기게 되는 것이다.4

자본의 기후 딜레마

현재 60여 개국이 시행하고 있는 탄소세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3달러에 불과한 톤당 탄소 가격도 시간이 지나며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나라에서든 자국 기업이 탄소 전환을 이루기 위한 속도만큼만 탄소 가격을 올릴 것이다. 동시에 국가는 탄소세를 많이 내는 산업에 대한 전환 지원과 뉴딜 사업과 같은 정부 프로젝트를 통해 사실상의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 것이다.

이처럼 가격기구, 시장규제를 통한 탄소중립 방안은 국가와 산업간 (이윤) 경쟁과 자국 산업과 기업 보호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시장기제는 수요와 공급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탄소 가격을 인상해도 화석연료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줄게 되면 다시 화석연료의 가격경쟁력은 회복돼 공급은 증가하게 된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전력수요에 맞는 전력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석탄, 천연가스, 석유 가격의 급격한 인상을 우리는 보고 있다. 여기에 가격통제를 한다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2050 탄소중립 또는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한다면 가격 규제나 탄소포집 기술 등 믿을 수 없는 기술발전에 기대서는 불가능하다. 신속히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하며, 고 배출 부문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산출량과 가동률을 줄여야 한다. 이 방법의 하나로 탄소세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면 기업의 (세금 부담이 너무 높아 낼 수 없거나, 이윤이 줄어들어) 도산을 감수하더라도 탄소 배출량이 목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탄소세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GDP성장과 국민 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또한 너무 높은 탄소세는 탄소 배출이 많은 주요 상품의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염려가 있다.

그렇다고 느슨한 탄소세를 도입하고 믿을 수 없는 기술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현재의 화석연료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으면 금세기 중반에 지구 온도가 2.0℃보다 더 올라가게 된다. 이른바 ‘무질서한 전환’이 뒤따르면 2℃ 이상 온도 상승과 함께 각종 기후재해의 정도가 더해져 성장이 더 꺾이게 된다.

이를 ‘자본주의 기후 딜레마’라고 부른다. 죽거나 나쁘거나.

<각주>

1. A Review of the Role of Fossil FuelBased Carbon Capture and Storage in the Energy System“, Friends of the Earth Scotland and Global Witness, 2021.1.
2. The social cost of carbon dioxide under climate-economy feedbacks and temperature variability, 2021.9.6. ERL
3. https://openknowledge.worldbank.org/handle/10986/35620
4. 전국경제인연합회, "탄소세 부과하면 추가 세금 부담만 연 7.3~36.3조 원에 달해,"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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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이처럼 가격기구, 시장규제를 통한 탄소중립 방안은 국가와 산업간 (이윤) 경쟁과 자국 산업과 기업 보호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시장기제는 수요와 공급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탄소 가격을 인상해도 화석연료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줄게 되면 다시 화석연료의 가격경쟁력은 회복돼 공급은 증가하게 된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전력수요에 맞는 전력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석탄, 천연가스, 석유 가격의 급격한 인상을 우리는 보고 있다. 여기에 가격통제를 한다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