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재개발 위기

꿀잠대책위 “정비계획에 꿀잠의 ‘존치’ 의견, 기재조차 안 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인 ‘꿀잠’이 재개발 위기에 처했다.

[출처: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

100여 개 단체·개인으로 구성된 ‘꿀잠을 지키는사람들’ 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삶의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존치·재개발을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2017년 개소한 꿀잠은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 시민사회 활동가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종교계, 문화예술계, 법조계를 비롯한 전문가, 활동가, 노동자 등이 기금을 모았다. 이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엔 연인원 1천여 명이 참여했다. 꿀잠의 한해 평균 이용자는 연인원 4천여 명에 이른다.

꿀잠 이용자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꿀잠을 지켜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아들인 태안화력 고 김용균 노동자의 장례식장 빈소를 서울로 정하는 과정에서 꿀잠을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계속되는 상경 투쟁에 만신창이 된 몸으로 지쳐 있는데, 저녁때가 되면 꿀잠에서 정성을 다해 제공하는 숙식으로 안정되고 편안하게 쉴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오은주 문중원 열사 부인도 “2019년 남편이 한국마사회의 부당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투쟁을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라고 했다. 이어 “꿀잠은 저에게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서서히 녹게 하고 100일이라는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준 공간”이라며 “마음의 쉼이 필요하듯 유족, 비정규직, 해고자들도 힘든 투쟁 과정에서 꿀잠에서만큼은 지쳤던 몸과 마음이 잠시라도 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

대책위는 꿀잠이 공공재로서 존치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책위는 “최근 재개발조합이 공시한 정비계획변경조치계획에는 꿀잠의 의견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정도로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라며 “영등포구청과 재개발조합이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책위는 재개발의 결과는 “힘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 원주민들의 추방”을 불러왔다며 “최근 구 도심의 존치·재생을 모색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이익을 위한 공동체 파괴를 막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일 것이다. 문화적 혹은 역사적으로 존치할 것은 존치하고 새로운 주택들과 공존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고 모색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한편 꿀잠이 위치한 서울 신길2구역은 지난 2009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장기간 진척 없다가 지난해 3월 재개발조합이 설립되며 급물살을 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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