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기완 선생 1주기…‘백기완노나메기재단’ 출범

“선생의 뜻, 이어가기 위한 재단”…오는 15일 추도식

한국 민중‧민족‧민주 운동의 큰 어른인 고 백기완 선생의 1주기를 앞두고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이 출범했다. 혁명가, 민중운동가, 통일운동가, 민족·민중 예술인인 고 백기완 선생의 뜻과 일생을 알리고 이어가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백기완 선생 1주기 추모주간의 계획을 밝혔다.

재단은 창립선언문에서 “선생은 평생 인간과 생명을 돈과 이윤의 노예로 삼고자 하는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모든 인간과 생명이 평등한 공동체, 곧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 벗나래(세상)을 세우는 바랄(꿈)을 실천하고자 올곧고 가열차게 투쟁했다”라며 “재단은 ‘내 평생의 뜻을 후세대들이 잘 이어받아 주기를 바란다’라는 선생의 유지를 받들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노나메기’는 고 백기완 선생의 뜻이 담긴 순우리말이다.

이어 재단은 “‘백기완’이란 이름은 한국 근현대 역사에서 ‘저항’의 상징이었다”라며 “2021년 2월 15일 쓰러지는 그날까지 한국의 왜곡된 근현대를 온몸으로 깨부수고 평화, 평등의 진정한 시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랄(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라고 고 백기완 선생을 기억했다.

재단은 앞으로 추모사업을 비롯해 △기본사업(기록물 관리보존, 백기완 아카이브, 출판 및 영상물 제작) △연대사업(투쟁 단위 지원과 연대, 남북 평화 교류와 협력) △연구사업(백기완 사상 연구 및 교육, 통일문제연구소·노나메기민중사상연구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고 백기완 선생 2주기에 맞춰 현재 통일문제연구소를 ‘백기완 기념관’으로 재건립할 예정이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신학철 씨는 인사말을 통해 “상위 10%가 소득의 절반을 점유하고 한 기업에서 임금 차이가 300배 이른다”라며 “이런 상황이기에 선생이 더욱 그립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발 디딘 현실은 그 꿈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기에 가진 자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히던 그 목소리 등 (고 백기완 선생의) 빈자리는 날이 갈수록 커진다”라며 “이 빈자리를 백기완 정신을 계승해 실천하겠다는 버선발로 채운다면 노나메기 벗나래(세상)는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 백기완 선생의 장녀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작년 돌아가시기 전에 봄이 오면 제가 아버님을 들쳐 엎고 여러 벗님들께 인사를 나누자고 약속했다. 이것을 못 하고 돌아가셔 가장 안타까워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섰는데 나라는 엉망진창이고 대다수 민중의 삶은 피폐해졌다. 생존해 계셨으면 호통치시느라 목이 다 쉬셨을 것”이라며 “이제 저희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족들도 모든 힘으로 함께 가겠다”라고 말했다.

출범 기자회견에는 재단의 고문, 상임자문위원 등을 맡은 노동시민사회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해 인사말을 나눴다. 여기에는 고 백기완 선생이 마지막까지 글씨를 쓰며 응원했던 이들도 함께했다. 고 백기완 선생은 생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김미숙(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힘내라’와 한진중공업 해고자 복직을 위한 ‘김진숙 힘내라’를 썼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저에겐 백기완 선생님이 노동교실이었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써준 ‘김진숙 힘내라’ 말씀대로 힘내서 꼭 복직하겠다”라고 말했다. 고 김용균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선생님은 힘든 몸을 이끌고 용균이 빈소 앞에서 큰절을 올리셨다. 세상이 똑바로 가기 위해 저도 발걸음을 함께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불평등 세상을 ‘노나메기 세상’으로 바꾸는 것은 한반도 분단체제,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 기득권 양당 중심의 정치체제를 바꿔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선생님의 저항 깃발을 앞장서서 들고 노동자·민중답게 싸워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17명에 대한 구명 촉구 결의문 채택

끝으로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등에 항의했다가 징역형을 구형받은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 대한 구명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선고는 오는 9일이다. 결의문에서 재단은 “재단 출범을 선포하며 김수억(전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특별 결의를 채택한다”라고 발표했다.

김수억 전 지회장은 “(백기완 선생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노조 할 권리를 빼앗겨, 고소·연행돼 장기 투쟁으로 힘들 때마다 언제나 달려와 주셨다. 선생님이 가신 지 1년이 지났는데 또 이름을 빌려 결의문이 채택됐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반드시 불평등을 갈아엎는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1주기 추모 주간 행사는 오는 14일부터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오는 14일 오후 2시 통일문제연구소 앞에서는 ‘백기완을 사모하는 화가들’이란 제목으로 추모전시회가 진행된다. 전시회는 총 두 차례로 1차 전시는 2월 16일부터 3월 2일까지, 2차 전시는 3월 3일부터 3월 17일까지 열린다.

추도식은 오는 15일 오전 11시 마석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되며, 같은 날 추모산문집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가 발간된다. 이어 19일 오후 3시에는 ‘백기완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비정규직 추모 및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진행한다. 오는 2월 21일부터 3월 6일(2주간)에는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기금 마련 전시회가 개최된다. 문화제도 계획됐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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