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증세 열풍 속, 거꾸로 가는 한국

[99%의 경제] 토지와 자본에 대한 증세와 조세개혁


불평등 확대에도 한국은 감세 중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재정통화 확대정책이 시행되면서 각국의 재정구조가 취약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자본주의 역사상 불평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각국에선 다양한 증세 방안이 논의되거나 실행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유럽에서는 억만장자세와 같은 부유세 형태의 증세 방안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소득세와 자본세 등 대규모 증세 방안을 내놨다. 영국의 집권 보수당 역시 지난해 3월 법인세율을 현행 19%에서 2023년에 25%로 6%P 올리고, 소득세 세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7월에는 139개국이 글로벌 디지털세와 최저세(15%)에 합의했다. 한편 일본과 캐나다, 스웨덴은 이미 탄소세를 도입했고, 유럽연합(EU)은 탄소 국경세를 2026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2025년 탄소 국경세 도입을 예고했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인 증세 기류와는 반대로 감세의 쓰나미가 덮쳤다. 상속세가 재벌 경영권 상속에 부담이 된다는 걱정이 연일 이어졌고, 실제로 상속세 개편을 논의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과세 방식을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고민 중이다. 이렇게 되면 과세표준이 낮아져 상속세가 감액되는 효과가 있다.

국회는 민주당의 주도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완화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시가격 11억 원은 실거래가로 15.7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는 한술 더 떠,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올해 시행 예정이던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에 대한 과세를 연기하고, 공제 한도도 대폭 상향하는 공약을 내놨다. 결국 가상 자산에 대한 과세는 1년 연기됐다. 나아가 이재명 후보는 2주택자의 종부세를 완화하는 공약과 법안을 발의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사실상의 종부세 폐지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모두 감세다.

토지단일세?

감세의 나팔소리를 뒤로하고 증세와 조세개혁을 위한 토지세 또는 토지가치세(Land value taxation, LVT)에 대해 검토해 보자.

토지가치세는 토지의 가치에 비례해 토지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인 ‘국토보유세’ 역시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조세하는 것으로 토지가치세의 일종이다. 이러한 토지세는 지대(rent) 또는 토지소유자에게 집중되는 불로소득을 국가가 환수해 국민 전체의 편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는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1879)에서 토지공개념과 토지가치세를 주창한 이래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헨리 조지는 토지 가격이 오른 이유가 토지 소유자의 노력과는 무관하며 철도 개통과 같은 외부효과에 좌우되는 만큼, 그 이익은 모두 환수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신 다른 세금은 전부 철폐해 오로지 토지가치세 하나만으로 세금을 걷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토지세, 토지단일세는 네 가지 근거로 설명된다. 첫째, 토지세는 국민소득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노동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면 노동 공급이 줄어든다. 자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면 자본 축적이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 생산이 감소하고 세금 부과로 가처분소득이 줄기 때문에 소득이 감소한다. 하지만 토지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토지가 줄어들지 않는다. 소득을 감소시키는 것도 아니고 생산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둘째로 토지 가치에 대한 세금은 타인에게 전가되지 않는다. (반면 건물이나 택지개발에 따른 부동산세는 전가될 수 있지만) 공급이 제한된 토지에 대한 세금은 오직 토지소유주에게만 부여될 뿐 이전되지 않는다. 셋째, 현대적인 조세체계가 확립된 이후, 자본에 세금을 매기는 부유세 등은 해외 도피가 가능하지만, 토지는 땅에 고착돼 있기 때문에 해외 도피가 불가능하다. 넷째, 토지가치세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환경세와 마찬가지로 유휴 토지 투기를 억제하고, 토지의 낭비, 무분별한 개발 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토지가치세를 전체 세금 규모로 인상하고 대신 다른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심지어 완전히 없애도 생산과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최근 마이클 허드슨, 찰스 굿하트 등 영미권의 대표적인 케인스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를 모델로 다시 토지가치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1

이들의 주장은 단순하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국가 재정을 유지하려면 증세를 해야 하는데, 부유세 형태로는 자본이탈이 될 수 있고, 모든 형태의 재산에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생산 자본에도 영향을 미쳐 자본축적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토지단일세 또는 토지가치세 중심의 조세제도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즉, 생산적인 노동과 자본에 세금을 매기는 것에서 벗어나 노동과 저축(자본축적)을 위한 인센티브를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토지 중심으로 세제 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토지는 해외로 이주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정부 재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생산에도 큰 자극을 제공한다. 비금융 자산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서 60% 사이이며 현재 미국에서는 50% 이상이다. 미국 토지가치세 세율이 5% 포인트 이상 증가하면 노동, 건물, 장비 소득에 대한 세율이 감소해 생산량이 15~25%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토지가치세를 늘리면 노동이나 자본(건축물+자본재)에 대한 세금을 줄여 생산과 복지가 늘어난다. 또한 토지가치세는 자산의 가장 위험한 요소(토지)의 사적 가치를 감소 시켜 가치를 전체 공동체로 이전함으로써 자산 불평등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조세 개혁은 어떻게?

하지만 토지가치세가 희망처럼 국민소득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세금이 이전되지 않는지는 이론적, 현실적 근거가 없다. 특히 토지의 경우 절대지대의 존재로 토지보유세가 더 많아지면 그만큼 절대지대가 올라가게 돼 세금이 이전된다. 또한 노동과 자본에 매기는 세금이 생산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도 별개로 논의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토지가치세만이 생산과 소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세금이 잉여가치에서 분배되기 때문에 높은 세금이 자본축적을 방해하고 노동소득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세금, 자본세 또는 자본이득세가 정상적인 자본축적을 방해할 만큼 높았던 적은 거의 없다. 또한, 자본세가 높았던 시기에도 자본축적률은 세금 때문에 낮아지지 않았다. 세금이 오르더라도 노동소득 분배를 줄여 착취율을 강화하거나 심한 경우 자본가의 소비인 자본가 잉여를 줄여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의 세계화가 진척되고, 금융 세계화와 자본 자유화가 확산하면서 자본의 이동이 더 쉬워졌기 때문에 세금 인상에 따른 자본도피 성향은 더 확산했다.

그러므로 토지가치세가 생산과 소득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생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다만 토지는 자본도피가 불가능하다는 것만 현실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아래에서는 이마저도 근거가 약하다.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확산하면서 부동 자산인 토지를 MBS(모기지담보증권)나 ABS(자산담보증권) 형태로 유동화 할 수 있게 됐다. 땅을 떼서 해외로 가지고 갈 수는 없지만, 토지자산을 현금화해 해외로 유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토지 가치 세수가 증가해 노동 또는 자본(건물 + 자본재)에 대한 세금을 줄이는 데 사용되면 생산량과 경제적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다만 토지가치세가 자산 중 가장 위험한 구성 요소인 토지의 사적 가치를 줄이고 전체 사회에 가치를 이전함으로써 자산 위험을 다소간 통합할 수 있다는 주장에만 동의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일반적 요구사항의 첫째로 “토지 소유의 폐지와 모든 지대의 국가 경비로 전용”을 들고 있다. 지대의 몰수 또는 100% 세금 환수를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마르크스는 토지단일세로 자본주의 생산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는 헨리 조지의 주장을 “임금 노동과 자본주의적 생산을 그대로 두고 지대가 국세로 전환되면 자본주의적 생산의 모든 해악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도록 자신이나 세상을 속이려고 한다”라고 비판한다.2

그러므로 조세 구조도 직접세의 경우 노동, 자본, 토지의 보유와 소득에 각각 과세해야 한다. 현대 국가에서는 대부분 이와 유사한 과세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도 보유세는 각각 주민세(인두세), 자본보유세, 토지보유세(재산세 일부와 종합부동산세)로 걷고, 소득세도 근로소득세, 자본소득세(금융소득세, 이자, 배당소득세, 양도세 일부, 법인세), 토지소득세(양도세 일부, 임대소득세)로 각각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는 조세제도의 문제는 과세 대상과 방식이라기보다 조세 형평성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있다. 같은 소득세라 해도 불로소득에는 더 많은 세금이, 노동소득에는 더 적은 세금이 매겨져야 하고 누진적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현실의 조세체계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 측면에서 조세개혁의 방향은 자본과 토지의 보유세와 소득세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누진적으로 더 늘려야 한다.

토지와 자본, 보유세와 소득세 급진적으로 확대해야

토지세의 경우 자본의 보유세와는 달리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형태로 보유세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자본세와 그리 다르지 않다. 재산세의 경우 토지, 주택, 건축물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토지는 과세표준의 0.2~0.5%까지, 주택의 경우 고급별장은 4%, 주거용 건물은 0.1~0.4%까지 과세한다. 건축물(주택 제외)은 0.25%에서 골프장, 고급오락장 등은 4%까지 과세한다. 직전 연도의 재산세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개인소유 주택은 1주택자 0.6%에서 다주택자 6%까지 과세하고, 법인은 3~6%까지 과세한다. 토지는 개인과 법인 모두 0.5%에서 3%까지 과세한다. (여기서 과세 면제, 비과세 대상 등의 문제는 제외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2020년 말 기준 국내 토지자산 총액은 9,679조 원이다. 이중 정부를 제외한 민간의 토지자산액은 7,364조 원이다(2020년 국민대차대조표). 민간 토지자산에만 보유세로 1% 과세하면 약 73.6조 원을 세금으로 걷을 수 있다. 케인스 경제학자들의 제안대로 토지세 5%를 부과하면 세액은 368조 원으로 2020년 국세 수입 총액인 285.5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면 현재 수준에서 조세체계를 완전히 대체하는 ‘토지단일세’도 가능하다.

이는 생산량 증가나 노동과 자본소득세 감세에 따른 소득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산술적으로만 봤을 때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금을 이보다 획기적으로 더 걷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경상 GDP에서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 27.3%로 OECD 국가 평균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현재의 재정 상황과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봤을 때 단순히 세율을 올리거나 누락 없이 조세수납을 강화하는 등의 개선 작업이 아닌, 토지세와 자본세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세제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자본세는 조세 형평성이 훼손돼 있고 심지어 국내 자본소득세는 사실상 역진적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주식, 뮤추얼 펀드, 채권 등이 상승해 이익을 보더라도 이는 모두 ‘미실현 이익’이기 때문에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기 전까진 자산 가치 증가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반면 주식 부자나 수퍼리치들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증가한 자산 가치에 비례해 아주 저렴한 이자로 현금을 가져다 쓸 수 있다. 이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현금은 부채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든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식과 채권의 미실현 이익 증가분에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대다수 금융자산은 평가이익이 발생하면 과세한다. 최근 새롭게 금융자산으로 편입된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들도 평가이익(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한다. 그런데, 유독 주식이나 채권같이 기업의 자본과 관련된 금융자산들은 평가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양도하거나 처분하지 않으면 미실현 이익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주식·채권과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도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를 발의한다고 밝혔다. 자본 보유세이면서 동시에 부유세(wealth tax)의 성격을 갖는다. 억만장자세는 소득이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소득이 10억 달러 이상인 약 700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 등의 미실현 평가이익에 과세한다. 가브리엘 주크만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자산 1위인 머스크는 첫 5년 동안 500억 달러(58조 원), 제프 베이조스는 440억 달러(51조 원)를 내는 등 상위 10명이 전체 세수의 절반이 넘는 2,760억 달러(322조 원)를 낼 것으로 추산한다. 와이든 상원의원은 이 세수로 의료와 보육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억만장자세 도입 얘기를 듣고 트윗에서 찬반 설문조사를 했다. 지난해 11월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최근 들어 미실현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에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라며 찬반 설문조사에 나섰다. 이 트윗은 테슬라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 1억7050만 주를 보유하고 있어 10%를 매각하면 210억 달러(25조 원)에 상응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주가 폭락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와 머스크의 협박에도 24시간 동안 진행된 설문조사에 총 351만9252명이 참여해 57.9%가 찬성했고 42.1%가 반대했다. 이후 머스크는 지난해 말까지 테슬라 보유 주식 총 1560만 주를 수차례에 걸쳐 매각해 약 164억 달러(약 20조 원)를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식, 채권 등의 재산 증가에 과세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세 세율을 아무리 많이 올려봤자 증가한 재산의 극히 일부만 과세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1) “Post-Corona balanced budget fiscal stimulus: The case for shifting taxes onto land” Michael Kumhof, Nicolaus Tideman, Michael Hudson, Charles Goodhart 14 January 2022
2) Marx-Engels Correspondence 1881, [London,] 20 June,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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