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에서도 돌봄노동자 차별 지속…공공성 우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 결의대회에 100여 명 참가


2019년 설립돼 운영 중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현장 노동자들에게 경력 반영 없는 생활 임금만 지급해 임금 차별 문제가 커지고 있다. 행정직과 비교해 여성이 대부분인 돌봄노동직의 임금이 낮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은 돌봄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공공기관이다. 노동자들은 설립 취지를 바탕으로 차별적 임금 체계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 사서원 측은 민간 기관보다 노동 조건이 낫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 사서원 돌봄노동자들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앞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돌봄공공성 강화와 돌봄노동자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결의대회엔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 진보정당 관계자 등 약 100여 명이 참가했다.

라정미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대회사에서 “서울시의 출자출연기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대부분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여성지배직종으로서 차별적인 임금체계에서 일한다는 것은 대부분 모를 것”이라며 “숙련된 돌봄노동자들이 지속가능한 노동을 할 때 이 돌봄노동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공공성은 강화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라 지부장은 “여성으로서 차별받아온 세월도 서러운데 이제 회사에서 차별적인 임금을 받으라고 한다면 이제 거부하겠다”라며 “노동조합으로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하나 됐다. 이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노동조합답게 투쟁으로 한국사회에서 저평가받는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과 여성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성혜숙 조합원은 “2019년 7월 입사하고 3년을 일했지만 근속 수당이 없다. 황정일 대표는 언론을 통해 교통실비, 호봉제를 이야기하며 처우개선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바뀌는 것 없는 꼼수다”라며 “처우개선은커녕 정당한 병가 사용도 통제하려 한다. 우린 돌봄노동자를 차별하는 대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투쟁결의문에서 “언론에는 교통실비, 호봉제를 이야기하면서 왜 임금협약으로 이를 약속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라며 “부자가 되려고 임금교섭을 요구한 게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인 돌봄노동에 있어서 최소한의 존중을 요구하기 위해 임금교섭을 해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가는 더 질 좋은 돌봄노동을 위한 노동자 자신에 대한 투자, 이용자와 사측에 하는 투자”로 “내 직원들이 아파서 쉬는데 이를 시간과 돈으로 계산해서 비판하는 것은 최소한 회사의 대표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병가 사용을 억제하고 있는 황 대표를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지금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은 지속불가능하다. 필수노동이라고 하지만 돌봄노동이 이런 처우와 현실에만 머무른다면 필수노동으로서의 우리의 전망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라며 “지속가능한 돌봄·돌봄의 공공성을 위해, 코로나 시대와 한국사회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필수노동으로서의 존중을 쟁취하기 위해, 여성지배직종인 돌봄노동자로서 구조적 성차별 철폐·돌봄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겠다”라고 결의했다.

“낙하산 사장, 사회서비스에 대해 하나도 몰라”

각계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돌봄노동자들이 병가낼 때 손목 한 번 다치고, 허리 한 번 다쳤다고 병가 내지 않는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다. 병뚜껑 하나 못 열 때 병가 내고, 조금만 나아지면 복귀한다. 그렇게 일을 그만둘 때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현장이 돌봄 현장이다”라며 “황 대표가 오세훈 시장의 낙하산을 타고 와 사회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선후보는 “기아자동차의 2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겪은 차별 중 한 가지는 엔진 만지는 노동자들에게만 수당을 더 줬다는 것이었다. 사측은 엔진이 중요하다며 다른 노동자를 부차적으로 취급했는데 돌봄노동자들이 여기 나온 것도 이와 같다고 본다”라며 “중요한 노동과 부차적 노동을 구분하는 사회에서 노동자가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대선후보로서 돌봄노동자를 국가가 직접 고용하고, 제대로 된 처우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허미라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서울경기지역지회 부지회장은 “공공의 목적으로 국가가 설립한 사회서비스원 사용자는 한국적 사용자의 본질을 숨기지 못하고 노조의 핵심인 교섭과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이웃을 돌보지 못하는 나라, 빈곤과 고립사, 자살을 방기하는 나라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허 부지회장은 “우리 돌봄노동자가 서울 사회서비스원 및 국가라는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로 교섭하고 단체 협약을 만들어 노동권을 획득하는 만큼 노동자 서민이 주역이 돼 지속 가능한 돌봄 사회와 민주주의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차별적인 임금 체계를 폐지하기 위해 서울시 사서원이 여성지배직종인 돌봄노동에 대한 성차별적, 신분차별적인 임금정책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국가인권위원회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상대로 차별진정서를 접수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돌봄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에 대해 사회적 저평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호주의 사회서비스 노조는 돌봄노동 분야의 저임금이 '여성 집중 직무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탓이라고 보고 정부에 진정을 냈고 2012년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8년 이내에 19~41%의 임금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뉴질랜드에서도 노조가 '여성의 일에 대한 역사적 평가 절하로 남성이 수행했다면 받았을 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이 책정됐다'라는 문제를 제기했고, 이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여 뉴질랜드 정부와 관련 노조와의 교섭이 시작됐다. 지난 2017년 4월 '돌봄 및 지원노동자 형평임금 협약'을 체결해 처우 개선의 바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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