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의 ‘기후정의조례’, 어떤 내용 담길까

17일 녹색당, 조례안 공청회 진행…‘녹색경제’ 포함돼 비판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이달 25일 시행을 앞두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녹색당은 자체 ‘기후정의조례’를 만들고 지역별 조례 제정 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조례안은 지역의 사회운동을 지원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의 체제 전환을 촉진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에 녹색당 기후정의조례운동본부는 17일 오전 온라인 줌(ZOOM)과 녹색당 유튜브를 통해 기후정의조례 초안을 두고 내외부의 의견을 수렴·토론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기후위기가 여러 영역에 영향을 주는 만큼 노동, 주거, 교통 등 관련 단체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녹색당 기후정의조례(안) 공청회 유튜브 화면 캡처

발표를 맡은 이치선 녹색당 정책위원장(기후정의조례안개발TF)은 “(조례안에는) 탄소중립법과 시행령이 위임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포함하면서도, 이외에 기후정의 실현과 정의로운 전환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까지도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초안인 이 안은 이후 녹색당의 공식 안으로 수정·보완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조례 개발의 방향은 △탄소중립법에 따른 조례 한계를 돌파하는 과감한 접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조항 개발 △지역 사회운동의 견제와 개입 기회 확대 △공공 및 사회연대경제 부문의 적극적 활용 △행정의 조직, 관행, 예산의 개혁 등이다. 조례 명칭은 ‘기후정의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기후정의조례)’다.

이치선 정책위원장은 이 안이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이 개발한 ‘경기도 탄소중립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시민안)’을 기초로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접근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보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당의 기후정의조례(조례안)에는 정부 목표인 2050 탄소중립을 비롯해 2030년 감축 목표가 담길 예정이다. 2030년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50% 이상의 범위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기후정의위원회)’가 정하도록 했다. 조례 주요 내용에 대해 발제를 맡은 한재각 녹색당 기후정의조례안개발TF 팀장은 “정부 탄소중립기본법의 우려스러운 점을 줄이기 위해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의 축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온실가스 흡수에 의한 감축은 최소로 한다’”라는 원칙을 명시했다고 전했다.

기후정의위원회는 지자체장과 위촉직 위원 중 한 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30명에서 5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다. 구성은 공무원·의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이해당사자 대표자로 세 집단을 동수로 하고, 위촉직 위원의 10분의 6 이상을 특정 성별로 위촉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공무원·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집단에 대한 위촉 시 지자체장은 ‘노동조합, 농어민회, 여성단체, 시민단체, 환경단체, 청년단체, 중소상공인단체, 장애인단체, 경제단체’로부터 적어도 1인의 후보를 각각 추천받도록 했다. 이 위원회에는 개발 사업에 대한 기후영향평가, 행정계획 등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또한 기후정의위원회가 기후영향평가 결과를 검토한 후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지자체장에게 주민투표에 부칠 것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다만 한재각 팀장은 “지자체법이나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등 별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주민소환을 명시한다고 해서 곧바로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상징적 의미에 가깝다”라며 하지만 “이를 통해 지역사회, 지역 운동이 지자체장을 압박·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의 주요 내용으로는 △지자체장에게 20년 이상 노후 건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추진 의무 부여 △버스 완전공영제 도입·100% 전기버스·지역교통공사 설립 등 친환경 공공교통 전환의 추진 △정의로운 전환 대책 수립과 시행 및 노동 부문의 대책 특화 △기후정의예산 제도의 도입과 기후정의기금의 설치 등이 있다.

보완할 점은?

토론에서는 ‘녹색경제·녹색일자리의 육성·지원’ 조항이 조례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조항에는 “지자체장은 녹색경제를 구현함으로써 지역경제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녹색산업을 육성하고 녹색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주민이 탈탄소사회 전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가 있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기후정의와 성장·경쟁력 강화가 양립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녹색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성장주의나 경제지상주의로의 굴종을 의미하지 않나”라며 “기후정의는 성장과 경쟁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민주노총도 지방 선거를 앞두고 ‘기후정의조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녹색 교통의 활성화’ 조항에 대해 현재는 교통수단 간의 단절이 심해 체계가 잘 잡히지 않는다며 보행, 자전거, 친환경 교통수단 등에 대한 ‘통합적 교통수단 체계 마련’이 포함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같은 조항의 ‘혼잡통행료’와 관련해서 김 정책위원장은 “한국에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면, 이를 감당하면서 타는 사람과 이를 감수할 수 없어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간의 감정적 격차를 차별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있다”라며 “수도권, 광역지자체는 어느 정도 교통 체계가 갖춰져 있는데 시, 군 단위로 가면 대중교통 체계가 열악하다. 이 때문에 이를테면 교통약자나 교통 취약지역과 관련해 대중교통 서비스를 우선 공급하는 내용이 함께 들어가면 좋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녹색당은 앞으로 조례안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고민 중이다. 이상현 녹색당 기후정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서울시비례후보 예정자)은 “녹색당 전국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후정의 풀뿌리 시민의회 운동본부’를 승인했다. 시민참여 공론장을 통해 정당의 정책을 논의하고 숙의 민주주의로 기후위기 대책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라며 “당내 유관 기구들이 협력해 녹색당 조례제정운동본부를 꾸리고, 지역사회, 노조의 참여로 지역별 기후정의 조례운동본부를 꾸려 조례제정 운동을 추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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