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의료 현장…환자 감염에 간병비 떼이고 치료비 요구도

의료연대본부, 의료·돌봄 현장실태 폭로… “정부의 방역 완화, 안일했다”

정부의 방역 완화로 의료 및 돌봄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동자와 돌봄노동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데도 정부가 방역 지침을 완화해 현장 노동자들과 환자들이 비상식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정부의 현 방역대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방역완화지침을 중단하고 방역지침 준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출처: 의료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4일 오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병덕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건의료·돌봄분야 현장실태를 폭로했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간병사 등이 직접 각 현장의 참담한 상황을 증언했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민정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병원들이 정부의 BCP(업무연속성계획)지침을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진 중 무증상 혹은 경증일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 중 동의를 받은 사람에 한해 최소 3일 격리 후 근무할 수 있다는 지침을 병원이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 조직부장은 “3일 격리 지침이 시작된 이후 최소 3일이 아닌 최대 3일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라며 “증상이 심해도 그 이상을 쉬려면 개인연차를 강요받는 등 감염위험성이 존재함에도 근무를 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인력부족의 탓이 크다. 김 조직부장은 “현장 간호사들은 감염 발생 초기인 2020년부터 계속해서 감염병동 간호인력기준을 마련해 그에 맞게 인력을 확충하라고 요구했음에도 결국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라며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더블듀티라는 16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하거나 쉬는 날 없이 6~7일을 연속해 일하는 등 과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간병노동자도 격리기간을 박탈당하는 문제를 그대로 겪고 있었다. 더욱이 간병하던 환자가 확진됐을 때 간병노동자에게 감염책임을 물어 간병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치료비까지 요구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었다. 문명순 서울대병원희망간병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병노동자는 돌보던 환자가 확진되자, 환자의 보호자가 간병비를 주지 않겠다고 해서 결국 간병비를 받을 수 없었다. 대구에서 일하는 간병노동자는 환자가 감염된 것에 대한 치료비까지 내라고 요구받았다”라고 사례를 소개했다. 문 분회장은 “간병하던 환자가 확진돼 환자와 간병인이 함께 코호트 격리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만 식사를 지급해 간병노동자는 개인이 비축한 음식을 먹거나 외부에서 누군가 식사를 넣어줘야만 했던 사례도 있었다”라며 최소한의 인권보장도 안 되는 간병사 노동 환경을 지적했다.

최현혜 서울시립요양원 분회장은 요양시설을 ‘지옥’에 빗댔다. 최 분회장은 “요양원 입소자들은 기저질환자가 많고 중증도가 높은 노인들로, 요양원 구조상 독립된 격리공간이 없어 확진 후 신속하게 병원이송을 못 하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입소자들을 병원에 이송하려 했지만 중증도가 높으신 몇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못했다. 병원이 없어서 몇 시간 만에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력부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나 지자체에 긴급대체인력 투입을 요청해도 지원되지 않고 24시간 교대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감당하고 있다. 최소한의 돌봄마저 제대로 해드릴 수 없는 상황에 입소자와 요양보호사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고용 불안으로 인한 생계 위협과 이용자들로부터 받는 부당한 요구들을 거론했다. 김완수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사무국장은 “시간제 노동자인 활동지원사에게 코로나가 재난인 것은 감염병에 노출되는 것만이 아니라, 소득감소로 인한 생계에 대한 위험이 함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에 확진된 중증의 독거 장애인으로부터 활동지원지원사가 감염되었지만 그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됐다. 안정적인 돌봄서비스를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사 월급제가 보장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이용자가 활동지원사의 서비스 제공 외 시간에 동선을 확인하거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활동지원사는 서비스중개기관에 소속된 노동자이지만, 현장에서는 장애인 이용자가 사실상 사용자와 다름없는 지위를 가지므로,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지원사에게 부당한 것을 요구할 경우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턱대고 방역지침 완화한 정부”

의료연대본부는 아비규환으로 돼버린 의료 및 돌봄 현장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방역완화지침 결과는 바로 처참한 의료현장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발표와는 다르게 전담병원 의료현장 병상을 직접 살펴보면 중환자 병상도 현재 90~100% 차 있어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은 코로나 확진 후 위중증이 되어도 갈 수 있는 전담병원에 빈 병상이 없어서 갈 수가 없다. 요양병원에 그냥 있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 정책위원은 이어 “코로나19 2년이 넘도록 정부가 간호인력대책을 제대로 준비해놓지 않아, 현장 간호사들은 2년 새 견디다 못해 병원을 수없이 떠나고 있다”라며 “정부는 간호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인력대책, 방역대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은 현장의 목소리들을 종합해 긴급 요구안을 발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요구안에서 ▲방역완화지침 중단 및 방역지침 준수에 대한 지원 강화 ▲민간병상 확보 ▲격리조치 미준수, 방호물품 미제공, 성희롱 등에 대한 현장 노동자 보호조치 마련 ▲인력 부족에 대한 근본적 해법 마련 ▲간병노동자 차별 및 인권 침해행위 중단 ▲장애인활동지원사 생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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