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선포

“중대재해, 기업 처벌 강화·작업중지권 보장하라”

민주노총이 오는 28일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4월 한 달간 중대 재해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와 제대로 된 작업중지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금융감독원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들을 향해 “중대 재해는 기업의 조직적 범죄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해 828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퇴근하지 못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적용이 유예·제외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 사망의 80%가 발생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험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2019년 14명, 2020년 29명, 2021년 36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는 경제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겠다 공언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겨냥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이 즉각적으로 생산·설비를 중단하고 작업을 멈출 수 있어야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50인 미만, 5인 미만 사업장이 유예되고 적용되지 않는 중대제해기업처벌법을 수정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당선자는 노동자 목숨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노총의 산별·연맹 단위들이 참석해 산업별 노동자가 처한 위험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위험 상황에 놓인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에 여전히 높은 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중지권이 강화됐지만, 노조에 가입했단 이유로, 회사의 잘못을 노동부에 진정했단 이유만으로 탄압받는 노동자에게 노동자 작업중지권 행사는 불가능에 가깝다. 작업중지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기준·절차가 마련돼야 하고 사용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가했을 때 사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분명하게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의 산재 사망자는 지난해 417명으로 전체(828명)의 절반에 이른다. 이에 대해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건설사들은 무리하게 공사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공사 기간을 보장하라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라며 “국회와 차기 정부 당선자는 이를 즉각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관사들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생리현상조차 해결할 수 없는 노동실태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15년간 수도권 전동차를 운행해온 이정민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구로승무지부 기관사는 “2016년 한 기관사가 불면증·우울증으로 치료받다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일주일 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화물열차를 운행하던 다른 기관사는 운행 중 고라니와 충돌했는데, 사람인 줄 알았던 이 기관사는 오래가지 않아 뇌경색으로 사망했다”라며 또 “기관사들은 (차량 운행 중) 정차 시간 20~30초 사이에 운전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용변을 해소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2007년에는 운전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관사는 “철도·지하철 산업에 맞는 직업 환경 작업 측정제도 마련과 근무시간 축소 및 충분한 휴양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노후 산업단지 설비가 핵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학물질 사고의 40% 이상은 다 노후 시설들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체 의료 인력이 없어 코로나19에 확진된 의료 인력이 휴식 없이 연속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정부의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으로 의료 인력은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라며 “인력 지원과 BCP 지침이 전면 개정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홍현덕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사무국장은 “지난달 쿠팡이츠의 50대 배달 노동자가 5톤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하지만 전속성 기준 때문에 산재 적용이 안 됐다”라며 “산재보험의 전속성 기준 폐지하고 단 한 건이라도 보수 받아 일했다면, 산재를 적용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단위들은 4월 한 달간 작업중지 요구 관련 현장 선전전, 선전물 배포 등의 활동을 벌인다. 세부적으로 오는 13일에는 ‘차기정부 생명안전 우선과제’ 토론회를 개최하고 20일에는 ‘지자체 노동자 시민 안전 우선과제’ 토론회를 연다. 27일에는 ‘2022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어 28일은 서울에서 집중 집회가 열리고, 29일은 한익스프레스 참사 2주기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산재 추모제가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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