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숫자 뒤, 가려진 얼굴들을 기억한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한 죽음-기억과 애도의 장 추모문화제 열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감염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사망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8일 0시 기준 누적 사망자는 1만9092명. 매일 3~400명이라는 참사 수준의 사망자가 발생하지만, 정부는 치명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강조하면서 방역 완화를 확대하고 있다. 현장에선 의료·돌봄의 공백을 이야기하며, 고령자, 기저질환자를 비롯해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정책은 부재하다.


8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기억과 애도의 장 추모문화제’는 코로나19 확진환자, 사망자 숫자 뒤에 가려진 개인의 삶을 기억하고 제대로 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추모제를 주관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를 비롯한 10여 개 단체는 “정점, 최악, 사상 최대, 최고치 등 확진 환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기준으로 위기를 갱신하는 말들이 언론을 오르내린다”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숫자 뒤에 가려진,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인 사람의 얼굴을 잊게 만들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의료공백, 더욱 어려워진 삶의 조건, 차별과 배제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떠난 이들의 삶과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고 기억하며 추모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소중한 이를 잃은 가족과 공동체의 나누지 못하는 슬픔이 더 깊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함께 애도해야만 하며 이들이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과 함께 이를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추모문화제를 개최한 이유를 밝혔다.


2020년 3월, 의료 체계 부실로 사망한 고 정유엽 학생의 아버지 정성재 씨는 이날 추모제에 참석해 “유엽이의 죽음이 어쩔 수 없었던 불행한 가족사로 기록되지 않고, 사회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건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라며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 아래 누구든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사회적으로 함께 아픔을 나누고 치료하며 상처를 치유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정 씨는 “아들의 죽음이 2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정부에선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의료 공백 속에서 사망하는 희생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재난 시 나타나는 의료공백과 의료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하루빨리 갖춰지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어머니 이지연 씨는 고인의 형과 고인의 일기장을 가져와 낭독하며 가족에게 고인이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기억했다. 이 씨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너의 이야기가 나오는 큰 형의 일기장을 발견했을 때 보물을 찾은 듯 기뻤다. 낡은 일기장 속에 태동을 통해 너와 형이 첫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우리에게 너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과 같았다”라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민지 씨는 유가족 8명의 사연을 모아 소개했다. 마 씨 또한 코로나 위중증 환자의 가족으로,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말 코로나 확진 후 회복하지 못해 지금까지 에크모를 달고 연명치료 중이다. 사연을 보낸 유족들은 코로나 사망자들이 병상 부족과 같은 의료 공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는 점, 홀로 외롭게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 격리 해제 후엔 코로나 확진자에게 주어지는 지원이 끊긴다는 점,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장례 절차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죽음의 구조적 원인, 계속 질문해야


의료진과 인권활동가 등은 코로나19로 드러난 부실한 공공의료체계와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강화하는 정책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애도하며, 죽음에 이른 구조적 원인을 계속 질문해 나가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서영 씨는 “괴롭지만 기억해야 할 수많은 죽음들을 들춰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라며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부실한 공공의료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자본과 정부와 관료들이 K-방역을 칭송했지만, 실은 노동자·시민의 희생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티다 지금은 붕괴한 것”이라며 “만약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팬데믹이 터진다면 코로나19 때와 비슷하게 무방비한 상태라고 보인다. 공공병상 수는 여전히 제자리이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에 대해 주요 대선 후보들은 답하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본엔 막대하게 투입되는 국가 재정이 공공보건의료체계에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상급 종합병원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함에도 환자 전원 수용이 어려워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한다. 병원이 이렇게나 많은 나라에서 병상이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지만 국가는 철옹성 같은 민간 병원 자본 앞에서 무력했다”라며 “정부는 사망자 감소하고 있다고 포장하지만, 화장장과 장례식장이 포화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중환자실조차 동원하지 못한 정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라고 정부의 유명무실한 ‘감염병예방법’을 비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는 어쓰 활동가는 “한국 사회에서 방역과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만 넘쳐날 뿐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공감이나 사망자에 대한 애도는 잘 들리지 않았다. 사망자에 대한 애도가 부재한 자리에 확진자에 대한 분노가 들어섰다”라며 “확진자에게 가해지는 강한 제재와 형사 처벌 등의 조치는 다시 재난의 원인과 해결책을 일부 사람에게 전가했다. 재난의 피해자를 위로하기는커녕 피해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치부돼 왔다. 재난을 개인화한 정부 정책의 효과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 확진자와 사망자를 배제하고 타자화할 때 결국 모두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재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 평등하게 연결될 때 우리는 더욱 안전해질 수 있다. 확진자에 대한 공감과 애도가 필요한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단체와 보건의료단체 등이 모인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정부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가족, 사망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전향적인 해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격리해제 기간과 무관한 위중증 환자의 안정적인 치료 보장, 의료 및 돌봄 공백의 대책 마련, 의료 및 돌봄 노동자들의 과로를 막기 위한 인력 충원, 선장례 후화장 지침의 준수 등이 요구 사항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