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다

[질문들]


지난달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 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인구 5명 중 1명이 확진됐다는 믿기지 않는 숫자였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처음 알게 된 2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미래가 현실로 왔다. 2020년 3월 24일 당시의 신규확진자는 46명이었고, 2021년 3월 24일 신규확진자는 430명, 그리고 2022년 3월 24일 신규확진자가 33만 9396명이다. 그런데 엄청나게 늘어난 확진자 수에도 긴장은 크지 않은 듯하다. 이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잘 알게 되고 익숙해진 탓일까?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47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기록은 계속 경신되고 있는데, 정점을 지났다는 방역 당국의 말에 안심할 수 있을까? 숫자로 기록되는 죽음을 감염병 대확산의 시기의 어쩔 수 없는 불행으로 지나쳐도 될까?

숫자에 가려진 사람들

정부는 지난 1월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하자 “방역의 최우선 목표를 위·중증과 사망을 줄이는데 둘 것”이라고 밝혔다.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낮고 전파력이 높아 이전의 촘촘한 추적과 치료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늘었지만, 중증화율·치명률은 낮다”라며 “과도한 불안 말고 침착한 극복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확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불안감이 고개를 들지만, 정부의 메시지를 믿고 싶었다. 아픈 시간을 보내는 각자의 차이는 있으나 회복됐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내가 확진되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는 70대 부모님이 걱정이었다. 괜히 나 때문에 감염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때때로 전화를 해 어찌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다. 한동안 중단했던 스포츠센터에 다시 다니게 돼 좋아하셨는데, 말려야 할지 조심해서 다니시라고 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걱정이다가도 두 분이 집에만 계시면 얼마나 답답하고 우울할까, 라는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두 분이 혹시라도 확진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궁금해져서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1일 2회 건강모니터링을 하는 재택 치료로 충분한 걸까. ‘3차 접종을 완료한 60세 이상은 작년 12월 델타 유행 시기보다 치명률이 20분의 1 이하로 낮아졌다’라는 정부의 보도가 사실이길 바랐다. 결국, 얼마 뒤 부모님은 스포츠센터를 잠시 쉬기로 했다. 부모의 안위를 걱정하며 불안을 조금 덜었던 그 순간, 미처 알지 못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최근에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 가족과 사망자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로 사망해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코로나19 감염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숨이 차서 위·중증 환자로 치료를 받더라도 7일이 지나면 더는 코로나19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7일 뒤면 사라지니 환자의 상태와 상관없이 지침에 따라 음압병실을 나가고 병원도 옮겨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여전히 생사의 갈림길에 있어도 7일이 지나면 정부가 발표하는 위·중증 환자의 숫자에서 빠진다. 사망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아니다. 매일 정부가 발표하는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가 줄었다는 수치의 착시효과는 이렇게 펼쳐지는 것이었다.

7일이면 사라지는 코로나19 환자들

통계에서 사라졌을지는 몰라도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생명의 위협을 겪지 않았을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한다. 이들의 존재를 지우고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사망자가 급증한 것을 두고 ‘K-방역’이 실패했다는 평이 나오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총리는 “인구 대비 확진율과 사망률, 누적 치명률, 그리고 각종 경제지표 등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달라”라며 “2년 이상 계속된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인구가 비슷한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 왔다. 저는 온 국민이 함께 이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물론 총리의 말처럼 방역은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면서 경제 활동 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한정된 의료자원을 잘 분배해야 하는 ‘종합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지표만 내세우며 구체적인 사람과 삶을 보지 않는다면, 정부의 공적 책임이 무엇인지, 국가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세고 있는 숫자 ‘1’은 누군가의 생명이자 삶이고 그와 함께하는 가족과 친밀한 관계들의 세계다.


격리 기간만 감염병 상태라는 규정 때문에 격리 해제된 위·중증환자와 사망자에게는 공적 지원이 배제된다. 코로나로 건강이 악화해 여전히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와 같은 기계를 달고 있는 환자에게 이제 7일이 되었으니 퇴원하라는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건강과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완치’라는 말과 함께 수백, 수천만 원의 병원비 통지서가 날아든다. “단기 치명률은 계절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던 보건 당국은 위·중증 증가세보다 사망자가 더 크게 늘자 “확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기저 질환자들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상황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중증환자보호자모임이 문제를 제기하자 “코로나가 아닌 별개로 갖고 있던 기저질환이 악화한 것까지 국가가 계속 지원하는 문제는 감염병법상 맞지 않고 재원 적정성 문제도 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기저 질환자 개인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태도는 위·중증환자와 사망자, 그들 가족의 고통을 가중할 뿐 아니라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질병관리청의 홍보물에는 “오미크론 정점 위기, 고위험군 보호에 함께”라는 문구가 있었다.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보건 시설과 의약품,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차별이나 경제적 두려움 없이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대책 없이 어떤 보호를 하겠다는 것일까? 공허한 말뿐이라면 이 문구는 ‘7일 동안만의 보호’를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겪으며 알게 된 것은 위기는 가장 취약한 집단의 취약성과 재난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지만 어떤 사람들의 고통은 드러나지도 못한다. 코로나19 사망에 대해 누군가는 “매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과 같은 죽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점은 목격되는 죽음과 목격되지 않는 죽음이라는 점이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응급 이송되지 못해서, 약이 없어서 발만 구르다 죽음에 이르는 것은 구조하지 않은 생명이다. 곧 세월호 참사 8주기가 다가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떤 성찰과 변화를 만들었을까? 오미크론 확산보다 더 두려운 것은 코로나를 겪으며 드러난 세상의 비참함이 성찰과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미래를 맞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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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겪으며 알게 된 것은 위기는 가장 취약한 집단의 취약성과 재난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지만 어떤 사람들의 고통은 드러나지도 못한다. 코로나19 사망에 대해 누군가는 “매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과 같은 죽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점은 목격되는 죽음과 목격되지 않는 죽음이라는 점이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응급 이송되지 못해서, 약이 없어서 발만 구르다 죽음에 이르는 것은 구조하지 않은 생명이다.

  • 아무개

    이런 기사가 이슈화 되었으면 한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7일이후 부터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는 뜻이고 코로나 완치가 되었다? 아픈건 기자질환 때문이다??왜 안아팟던 기질환들이 코로나 걸리고 더 심해지고 심지어 사망까지 하는지 원인은 코로나때문인데 더 치료를 해줘야 되는거 아닌가…7일이후 완치가 된다고 하면 왜 코로나 검사는 양성으로 나오나…어이없는 행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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