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11조는 영세사업장을 보호하지 않는다

[워커스 상담소]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인 이유

사업장 규모에 의한 차별은 당연하지 않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5명 이상 사업장에만 전면 적용되고,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시행령에 따라 법의 일부만 적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1)

근로기준법이 처음부터 차별적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1953년 제정 근로기준법은 규모와 관계없이 전면 적용을 명시했다.(2) 하지만 위 조항의 위임을 받아 1954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하는 사업장의 범위를 ‘상시 15인 이하 사업장’으로 두었다. 이후 근로자 수 기준에 대한 개정을 반복하다가 1989년 법 개정을 통해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시행령으로 일부 규정을 적용토록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이라는 말의 공허함

근로기준법 제1조(목적)는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및 향상”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제3조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은 최저기준”임을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것은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근로 기준을 정하고 이를 강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이 대부분 배제된다. 손쉽게 해고될 수 있고,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는 노동자는 사업주의 계약 위반이나 불합리한 조치에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근로관계 전반에서 취약한 근로조건이 고착되고, 그나마 적용되는 법 규정도 무색해진다.

더 심각한 것은 근로기준법조차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으니, 차별이 확산하고 심화한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입법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많은 노력 끝에 만들어질 때도,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적용 제외됐다. 공휴일법 제정 당시 차별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컸지만, 근로기준법을 핑계 삼아 5인 미만 사업장은 또다시 적용 제외됐다. 이처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차별하는 근로기준법은 다른 차별제도의 근거가 되고, 수많은 차별받는 노동자를 만들어낸다.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가 아닌 차별지대인 이유이다.

  위. 정승네트워크의 직원이 신입 직원에게 "빨리 그만둬"라고 말하고 있다.
아래. 노동자가 면접을 본 회사와 근로계약서상 사업주 이름이 다른 이유를 묻자 사장이 "이상한 회사는 아니고 예영 씨가 개발팀이니까 따로 분리해 놓은 거야"라고 답했다. [출처: 〈좋소좋소 좋소기업〉 캡처]

거부하기 힘든 유혹 :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사업장 규모를 축소하면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 11조를 다시 풀이하면 이런 뜻이 된다. 즉, 노동법이 규정하는 사용자 책임과 법적 의무를 손쉽게 회피할 수 있는 길을 근로기준법이 제시하는 것이다. 사업장 규모를 줄이는 방법은 서류상 여러 개로 사업장을 쪼개는 A형(사업장 분리형)과 직원 4명까지만 4대 보험에 등록하고, 나머지는 무자료 고용 또는 ‘가짜 3.3’(3)을 만드는 B형(직원 미등록형),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A+B형(융합형)과 무턱대고 법을 위반하는 C형(무작정형)이 있다.

중소기업의 현실을 재현하며 인기를 끈 웹 드라마 〈이과장의 좋소좋소 좋소기업〉에서도, 사업장 쪼개기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정승네트워크는 새로 채용한 직원에게 ‘표준 근로계약서’를 당당히 제시하지만, 사업장 이름이 ‘JPD Soft’로 돼 있다. 사업장 이름이 다른 이유를 묻는 지원자에게 사장은 “‘JPD’는 내 이니셜이고, 이상한 회사는 아니고 개발팀을 따로 분리해 놓았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한다.

이렇게 사업장 쪼개기를 통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무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23일 발표한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의심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보도자료에서도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형식상으로는 사업장이 분리됐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인사·노무·회계 관리가 통합돼 있다면 관련 노동법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사업장 쪼개기가 유효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위법하더라도 걸리지 않으면 되고 설사 걸리더라도 손해는 아니다’라는 인식 하에 사업장 쪼개기가 만연해 있다.

깨진 유리창의 복구: 사업장 규모 관계없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확산하는 직관적인 이유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것은 유리한데, 5인 미만 사업장 그 자체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급한 웹 드라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작은 사업장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냉소적이다(드라마에서도 신입사원에게 선임이 “빨리 그만둬”라고 조언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작은 사업장이 ‘애초부터 가지 말아야 하거나’ 또는 ‘가능한 한 빨리 도망쳐야 하는 곳’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최소한의 근로기준도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로기준법 11조는 영세사업장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며 오히려 작은 사업장의 구인난을 심화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법체계에서 영세사업장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대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만 한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의 차별지대는 어느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있다. 과연 근로기준법 11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깨진 유리창을 복구하는 것이다. 차별 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이 필요한 사업주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것. 그것이 상시 근로자 수에 얽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고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복구하는 해법이다.

<각주>

(1)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2) 제정 근로기준법 제10조(적용 범위) 본 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단 동거의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 사용인이나 대통령령으로써 정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3) 업무에 대한 지휘, 감독을 받으며 노동자로 일하지만 사용자와 ‘민법상’ 또는 ‘위임 계약’(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국세청에 사업소득자로 신고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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