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부부의 소소한 이야기

[어서 와요, 소소부부네] 우리가 다른 부부와 조금 다른 점

  소소부부의 결혼식 청첩장에 두 신랑의 사진이 크게 들어가 있다. [출처: 소소부부]

잇몸이 환히 보이는 순수한 웃음에 반하고,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목소리에 반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기 힘들어 술의 힘을 빌려도 보고, 휴대전화 벨 소리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서로의 마음을 간신히 확인한 후에는 싸우기도 많이 싸워서 성격유형 검사를 하고 카페에 앉아 도대체 왜 싸운 것인지 원인을 분석했다. 한 사람은 매운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매운 것을 먹지 못한다. 한 사람은 계획하기를 좋아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즉흥적으로 행동하기를 즐긴다. 그런 커플,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

우리 부부는 만난 지 7년 차에 결혼식을 올렸다. 300명이 넘는 하객들이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왔다. 박수 소리와 축하 열기 속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조금은 긴 축사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가족으로서 우리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눈물을 보였던 그런 평범한 결혼식이었다. 높이 던진 부케를 용케 잘 받은 친구들은 뷔페 음식이 맛있다고 했다. 결혼식 후 근처 술집에서 열린 피로연에서도 우리 부부는 사랑을 재차 다짐했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신혼여행은 스페인으로 다녀왔다. 조금은 다투기도 했지만, 선물할 기념품도 고르고 오래된 성당에서 두 손을 모아도 보며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부부는 동거하던 집을 정리하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서울에 신혼집을 새로 마련했다. 방 하나는 침실, 하나는 서재. 거실엔 TV를 두고 그 앞에 친구가 선물해준 소파를 놓았다. 소파 위에는 인형 뽑기로 얻은 인형들이 가득하다. 그렇게 알콩달콩 살지만 때로는 부부싸움으로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도 하는, 평범한 3년 차 신혼부부인 우리의 집에는 친구들도 많이 놀러 온다.

아주 조금 다른 얘기를 꺼내 보자면, 이토록 평범한 우리 부부를 욕하는 사람도 많다. ‘평범하지 않다’라고 손가락질한다. ‘더럽다’라고 하고 ‘죽이고 싶다’라고 한다. ‘너희가 걸리는 에이즈 치료비에 내 세금이 쓰이는 게 아깝다’라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 부부가 두 사람 모두 남성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주 조금 다른 점이다. 아, 결혼식에서 던진 부케가 두 개였다는 것도 조금 다른 점이긴 하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삶에는 조금 더 많은 도전이 필요했다.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주변에 말하는 것은 물론, 누나, 어머니나 아버지, 가족에게 말하는 것도 아주 큰 도전이었다. 길거리에서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것부터, 집을 소개해주는 공인중개사가 우리를 절대 부부로 보지 않아서 친구끼리 살만한 집을 보여줘도 꿋꿋이 부부로서 살 집, 부부에게 필요한 집 구조를 요구하는 것도 아주 큰 도전이었다.

비록 우리가 신혼부부로서 필요한 집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주변의 정말 많은 사람이 우리 관계, 우리 모습 그대로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지만, 어떤 친구는 떠났고, 어떤 가족은 못 들은 체한다. 몇몇 사람은 우리의 맞잡은 손을 보며 수군거리고 손가락질한다.

그래서 도전하는 것은 항상 긴장되지만, 그럼에도 성공한 경험이 참 많다. 신랑만 둘인 우리 결혼식의 청첩장에는 우리의 사진이 크게 들어가 있었다. 남자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버젓이 드러나는 청첩장을 제작업체가 거부하지는 않을까 사실 두려웠었다. 하지만 주문 의뢰부터 탈 없이 진행됐고, 배송된 상자를 열어 봤을 때는 우리 부부를 응원한다는 제작업체의 짤막한 손편지가 들어있었다.

결혼식 예복을 맞출 때도 잔뜩 긴장한 채로 양복집에 들어갔는데, 직원은 우리 부부가 찾는 독특한 색깔의 원단을 잘 찾아줬고 우리가 서로 잘 어울린다는 덕담까지 해주었다. 결혼반지는 처음에 응대해주던 직원이 불편해해 다른 직원으로 바뀌긴 했지만 우리는 결국 우리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는 반지를 골랐다.

결혼식장을 예약할 때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전화로 응대해주던 직원은 잔뜩 긴장한 우리 부부에게 “세상이 변하고 있잖아요, 사회가 많이 바뀌었고 또 지금도 바뀌고 있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 식장 사용하실 수 있으세요,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친절히 대답해줬다. 식장으로 직접 찾아가 계약할 때에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곳이 신랑과 신부, 여/남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직원이 그 부분을 볼펜으로 찍찍 지우며 “(여/남의) 이런 구분은 필요 없죠!”라고 얘기하면서 우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줬다.

하지만 도전해도 아직 안 되는 것도 있다. 우리가 신혼집을 마련할 때 이용한 전세자금 대출은 ‘청년’으로서 이용한 대출이지, 금리가 더 저렴한 ‘신혼부부’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아니었다. 우리는 신혼부부지만 법과 서류가 우리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청조차 할 수 없다.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로의 등기우편물조차 대신 받아줄 수가 없다. 가족으로서 우리 부부를 건강보험 상 부양-피부양자로 등록했지만, 우리가 동성 부부라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건강보험공단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해 우리는 가족이자 배우자의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런데 그렇게 우울하지는 않다. 도전이 끝난 게 아니니까, 아직 부딪히는 중이니까, 될 때까지 할 거니까. 아직 안 되는 것들도 나중에는 성공한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게 될 것이다. 소소하게. 우리 부부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우리 부부의 삶이 다른 이들보다 특별한 것도 없기에. 자연스러운 삶에서 당연한 과정과 결과를 밟고 있는 것뿐이니, 참으로 소소하게.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도전은 우리 부부만의 일은 아니다. 소소부부의 신혼집에 찾아오는 친구들, 거리와 광장에서 만나는 동료들에게는 각자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고민과 이야기들이 있다.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아 법·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성소수자 가족의 이야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애쓰는 동료들의 이야기, 전파 매개 행위죄로 처벌받는 HIV 감염인의 이야기, 성별 정정을 위해 수술을 요구받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 젠더 표현으로 일상에서 위협을 느끼는 젠더퀴어의 이야기, 직장 내 괴롭힘을 우려해 일터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성소수자 노동자의 이야기, 군형법 92조의 6으로 처벌받게 될까 봐 두려운 동성애자 군인의 이야기 등….

장애인도 자유롭게 버스를 타고 이주민도 난민도 동등하게 시민권을 누릴 수 있는, 낙태죄가 있던 자리를 재생산권이 온전히 차지하고, 노동이 안전한 나라가 되었을 그 ‘미래’에는,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이 술 한 잔 기울일 때 안줏거리로 삼을 수 있는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겐 ‘현재’인 그 이야기들을, 소소부부가 이야기꾼이 되어 전하려 한다.

미래에는 그렇게, 청첩장에 적었던 우리 부부의 소소한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길거리에서 손을 잡아도 이상하지 않은,
머리 길이 때문에 놀라는 사람이 없는,
화장을 하든 말든 괜찮은,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가고
또 머무를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울어도 괜찮고 웃어도 괜찮은,
사랑한다는 표현이 비난받지 않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사랑해도
사랑을 속삭이는 게
그저 사랑스러운,
그렇게,
너무나도 그저 그런,
그저 그래서 더욱 특별한,

소소한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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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문경락

    그런데 그렇게 우울하지는 않다. 도전이 끝난 게 아니니까, 아직 부딪히는 중이니까, 될 때까지 할 거니까. 아직 안 되는 것들도 나중에는 성공한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게 될 것이다. 소소하게. 우리 부부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우리 부부의 삶이 다른 이들보다 특별한 것도 없기에. 자연스러운 삶에서 당연한 과정과 결과를 밟고 있는 것뿐이니, 참으로 소소하게.

  • 류혜숙

    멋찌네요 도전이 어렵지만 또 그만큼 누리게 되는거니까 좋아보여요

  • 홍경옥

    소소부부의 사랑을 응원하며 동성혼 합헌을 위해 함께 목소리 내겠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