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1호 해고자들, 한국지엠 비정규직

[기고] 5월 1일 노동절 해고 앞둔 한국지엠 비정규직

3월 31일, 퇴근을 앞두고 있던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하청 관리자들이 해고예고통보서를 나눠줬다. 부평공장 240명, 창원공장 79명 등 총 319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매우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한국지엠과 비정규직지회 노사는 불법파견 관련 정규직 전환 교섭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비정규직과 원청이 역사적인 교섭을 한다며 언론플레이를 해놓고선, 뒤로는 해고를 통보하며 뒤통수를 쳤다.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와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지난 12일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에 한국지엠 불법파견과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한 해결을 촉구했다. [출처: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꼼수 발탁채용-불법파견 범죄 축소하기

한국지엠은 해고를 통보한 319명 중 260명을 신규 발탁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규직화 하는 것이지 해고는 아니라며 보도자료까지 냈다. 하지만 319명 중 260명 채용하면 59명은 해고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지엠은 발탁채용 면담 과정에서 ‘일체의 소송에 대한 소 취하 및 부제소 합의서’와 ‘카허 카젬 사장에 대한 불처벌 탄원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이번 신규 채용 대상자를 컨베이어벨트 직접 생산공정에 재직 중인 1차 하청노동자로 제한했다.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판결을 부정하고 불법파견 범죄를 축소하려는 꼼수다.

이미 노동부는 서열, 물류를 담당하는 간접공정과 2차 하청도 불법파견으로 판정하고 1719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불법파견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도 500명이 넘는다. 그런데 260명을 신규 발탁 채용하면서 불법파견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발탁채용에 응시하지 않는 비정규직은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교감을 나눈 것인가?

한국지엠은 먼저 교섭을 요청했다. 돌이켜보면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의 출국금지를 풀기 위한 명분 쌓기였다. 비정규직지회와 한국지엠의 첫 교섭 하루 전날인 3월 2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중국 상하이 지엠 총괄 부사장으로 발령 났다. 3월 3일 법무부와 검찰이 이를 확인하고 다시금 카젬 사장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불법파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최고 책임자의 해외 발령은 명백히 한국 법원을 무시한 도피성 발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월 25일 갑작스럽게 법무부와 검찰이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개 경제 단체 회장을 만난 후 벌어진 일이었다. 이 조치에 대해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피해자는 해고되고, 범죄자는 면죄부를 받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이 말한 공정인가?

5월 1일 노동절, 한국지엠 비정규직은 또 해고된다. 해고대상자 중엔 1996년부터 지금까지 27년간 창원공장에서 청춘을 바쳐 일해 온 이도 있다. 2005년부터 17년간 한국지엠 비정규직은 투쟁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조합원이 해고됐고, 또다시 해고를 맞이하게 된다. 한국지엠은 꼼수를 쓰며 비정규직지회를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투쟁할 것이다. 4월 29일~30일,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예고장을 들고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과 함께 인수위 앞으로 간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 해고 1호 사업장에 대해 입장을 물을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그 대가를 받는 ‘진정한 공정’을 우리가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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