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전력 정책’, 그리고 운동의 과제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전망하다①] 원전 확대와 전력산업 민영화

오는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를 중심으로 기후·에너지 정책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는 기업 지원을 통한 에너지 전환과 민영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연속성도 크다. 윤석열 정부 5년은 2020년대는 물론이고 이후 한국 사회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시기로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에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네 차례에 걸쳐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비판적으로 전망하고 운동의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연재는 ①전력 정책 ②천연가스 정책 ③전기요금 및 탈핵 ④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과제 순으로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한 줄의 메시지를 올렸다. 이후에도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는 다른 방향을 밝혀왔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다며, 원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재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원전 확대는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 정책 영역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이 성장주의 경제정책 기조에 갇혀 있는 한계를 비판해 왔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공공성 파괴, 민영화 중심의 재생에너지 및 천연가스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일각의 문제제기에도 이는 전체 운동의 과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정의로운 전환이 실종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피해가 집중됐지만 당사자들의 저항 목소리가 연결되고 확산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재구성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에 이중의 과제를 부과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실종’과 ‘민영화’라는 기존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 중심의 전력 정책까지 저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원전 확대 반대 투쟁에는 민주당과 친민주당 세력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거부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원자력 확대’는 별다른 모순 없이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은 그럴 수 없다. 윤석열 정권 5년 동안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전략은 정의로운 전환을 중심에 두고, 여러 에너지원의 비율 조정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순진한 선호를 넘어 근본적 차원에서 재구성돼야 한다.

  국민의힘. 2022.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원전 확대, 얼마나 할 것인가?

원전 확대를 내걸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원전 가동이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말 확정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가 다시 포함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2016년 허가된 신한울 3·4호기의 환경영향평가는 2021년으로 만료된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통상 이 절차만 1~2년이 걸린다. 환경영향평가 후 바로 착공하면 완공까지 5~7년 이상이 소요된다. 완공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절차까지 고려하면 2030년 이전 가동은 사실상 힘들다.

설계 수명이 종료된 원전의 수명연장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6기의 원전의 수명이 종료된다. 수명연장을 위해선 4~5년 전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 10기의 수명연장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 4월 수명이 종료되는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은 각종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에 빨라야 2026년에나 다시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이 결정되더라도 정권 후반기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10기 이상의 원전 가동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탈핵운동과의 대대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탈석탄 속도 조절 가능성은?

원전 확대로 문재인 정부가 입안한 탈석탄 속도가 조절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은 30년 수명이 도래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종료시키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를 뒤집고 설비개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석탄발전을 계속 가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라 2020년 12월 확정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온실가스 감축량을 크게 높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NDC 계획에 따르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석탄발전 비중은 29.9%에서 21.8%로, LNG 발전 비중은 23.3%에서 19.5%로 낮아져야 한다. 국민의힘도 대선 정책으로 화력연료의 발전 비중을 임기 중에 40%대로 낮춘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올해 말 결정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의 조절되겠지만, 석탄과 LNG 발전 비중은 NDC 계획에 따라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정책 조정되나?

윤석열 정부에서도 민자발전 중심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원전 확대에 따라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인 30.2%의 목표는 낮아지겠지만 재생에너지 민영화는 계속 추진될 것이다. 금융자본과 해외자본이 진출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고, 자본도 해당 영역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지원되는 REC 정산금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는 민영화된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의 구조 속에서 전기 소비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이다. REC 대금으로 2017~2021년까지 5년 동안 약 11조 원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지원됐다. 2022년에는 약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규모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증가되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전력산업 민영화 추진되나?

민자발전 모델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확산되면서 결국 한국의 발전산업은 완전한 민영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2050년까지 대부분의 발전이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현대적 재생에너지로 대체된다고 보면, 발전산업은 민자사업 모델을 통해 자연스럽게 100% 민영화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력생산량이 지금보다 2배 내외로 더 커져야 하고, 재생에너지 설비의 가동률은 감안하면 설비용량의 규모는 더 커져야 한다. 2020년 말 우리나라의 발전설비 용량이 129GW였는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50년 500GW 내외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산업과 시장의 규모가 생산량으로는 2배, 설비용량으로는 4배 가까이 커지는 것이다.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치에 필요한 비용은 30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1년 57조 원인 전력판매 매출 또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금과 같은 민영화된 민자사업 모델로 진행될 경우, 민간기업과 금융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돈벌이의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 천연가스 직수입과 민자발전 확대, 민자사업을 모델로 한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영화를 향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민영화 정책이 터져 나올 위험이 상존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전력판매시장 개방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에너지 산업의 완전한 민영화는 기업과 금융으로의 부의 유출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환을 돈벌이를 위한 전쟁터로 만들어 노동자와 민중을 희생시키는 불의한 전환으로 만들 것이다. 빠르고 정의로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가능하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과제

2022~2027년까지 윤석열 정부 5년은 2020년대의 중간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2030년대의 밑바탕을 만드는 시기이다. 지금부터 5년의 시기가 현재 노동자·민중의 삶과 미래의 한국 사회, 그리고 지구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은 비상한 각오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맞선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정의로운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고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은 노동운동, 기후운동, 탈핵운동이 개별적으로 대응해서 막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늘리자고만 하면 ‘민영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 구조를 지속하자는 요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라는 그릇된 이분법을 뛰어넘어야 한다. “체제전환인가 현상유지인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인가 부정의한 현구조의 지속인가”라는 전선을 만들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럴 때 에너지원에 대한 선호를 넘어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윤석열 정부에 맞서 공동 전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를 위해 석탄발전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하다. 2030년까지 18기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고,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최대 15기가 추가될 수 있다. 가속화되는 석탄발전 폐쇄로 특히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고, 정규직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석탄발전 폐쇄는 한국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발전 비정규직뿐 아니라 전체 발전 노동자가 함께 투쟁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운동도 정의로운 전환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이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

셋째,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제2의 민영화 반대 투쟁, 즉 새로운 사회공공성 투쟁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민영화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이 실현되면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는 100% 민영화되고 원전은 100% 공영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미래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이런 미래를 바꿔야 한다. 우리에겐 공공적이고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2의 민영화 반대 투쟁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공유화, 공공부문을 통한 직접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의 한전과 발전공기업을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공공기관으로 바꾸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도 필요하다.

정권과 자본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길로 치닫고 있다. 다른 경로를 만들 힘은 운동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이 함께 윤석열 정부와 자본의 부정의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맞서 싸울 때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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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에너지 가격 급등, 천연가스 직수입과 민자발전 확대, 민자사업을 모델로 한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영화를 향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민영화 정책이 터져 나올 위험이 상존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전력판매시장 개방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에너지 산업의 완전한 민영화는 기업과 금융으로의 부의 유출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환을 돈벌이를 위한 전쟁터로 만들어 노동자와 민중을 희생시키는 불의한 전환으로 만들 것이다. 빠르고 정의로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가능하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 박종권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드세요.재생에너지 공사 설립을 유구하세요. 그냥 체제전환.민영화 반대만 외치는 사이 기후변화피해는 서민들이 당합니다.시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