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죽음 외면하는 ‘전속성 기준’ 폐지해야

[기고]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잇따르는 배달노동자 사망사고

지난 3월 30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서 40대 여성 배달노동자가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배달하다 화물차에 치어 사망했다. 이 같은 배달노동자의 사망사고 최근 끊이질 않는다. 2021년 산재사망 관련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산재사망은 줄었으나 배달노동자 사망은 크게 늘어났다. 게다가 수많은 화물과 건설기계노동자들이 일하다 죽거나 다치고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심지어 손님을 만나러 가다가 공사현장에 빠져 다리를 다친 대리운전기사는 업체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에는 대리운전, 화물, 건설기계, 택배, 배달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죽거나 다쳐도 알려지지 않는 250만 명의 노동자가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특수’라는 고깔을 씌워놓고 노동기본권을 부정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인 산재보험조차도 제대로 적용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노동자들도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반복하고 있다.


‘특례’로 산재보험 적용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

지난 20년 간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던 정부도 산재보험만큼은 우선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특례’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었다. 특례적용이란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도 적용을 한다는 것이다.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면 모두가 ‘근로자’인데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고 애써 우회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우회로를 통해서는 노동자들이 온전하게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다른 노동자와 달리,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최소한 안전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조차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비껴가고 있는 것이다.

죽음조차 외면하는 ‘전속성 기준’

또한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모든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아닌 일부 직종으로 제한됐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250만 특수고용노동자들 중 겨우 75만 명만이 가입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 모두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전속성 기준’ 때문이다.1

‘전속성 기준’이란 특정 사업주에게 전속돼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준인데, 여러 업체의 일을 해야 생계를 꾸릴 수 있는 다수의 특수고용노동자를 아예 가입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대리운전을 포함해 배달, 퀵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장이 한 명이면 노동자이고, 둘이면 노동자가 아니라는 기준은 말도 안 되는 형정편의적 발상이다. 이 기준 때문에 이번 고속터미널에서 사망한 배달노동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전속성 기준> 폐지를 위해 2020년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89일간의 농성투쟁을 벌였다. 당시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속성 기준>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폐지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최근 라이더유니온도 인수위원회 면담에서 <전속성 기준> 폐지를 요구했고, 인수위도 이를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국회와 정치권이 현장의 요구와 사회적 여론에 밀려 법 재개정을 표명하긴 했지만, 현장의 절박함만큼 정치권의 약속이 실현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임종성 의원이 2021년 10월 <전속성 기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 와중에 윤석렬 당선자는 기업에 부담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 압력을 행사해 가장 사고가 빈번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에 내몰려 있는 비정규노동자를 배제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직종이나 전속성 제한 없이 특수고용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근거법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전속성 기준에 따른 특수고용 중 14개 업종만 적용대상이 된다. 대다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중대재해는 처벌이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시행령에서는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 중 일부 조문에만 용역, 도급 등의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적용을 명시해 원청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만들었다.

“내가 싸운다고 가족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은 막아야 하겠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20년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에 나섰던 유가족의 가슴 아픈 외침이다. 밥 벌러 나왔다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조차 손대겠다는 윤석열 정부,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4월 29일~30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절을 앞두고 인수위원회 앞에서 1박 2일 투쟁을 하는 이유다.

전속성 기준 폐지하고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에 산재보험 전면 적용을!
원청사용자에게 일터에서의 재해와 죽음에 대한 책임을!
모든 일하는 노동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각주>

1.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 가입대상이 돼도 실제 가입한 경우는 매우 저조했는데 대부분의 사용자가 알아서 산재보험가입을 하지 않을뿐더러 <적용제외신청> 제도를 활용해 유명무실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적용제외신청>을 예외적으로만 인정하고 강제가입방식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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