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을 0원에 넘긴 신도여객의 비밀

[르포] 울산 시내버스 신도여객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 이야기

  4월 5일 오후 울산시청 앞에서 진행 중인 행진 마무리 집회 [출처: 연정]

그래 늘 함께 일했었는데…

4월 5일 오후, ‘신도여객 이용주 열사와 신도여객 해고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사회적 행진 104번 60리’ 2일 차 일정이 진행됐다. 신도여객에서 18년 동안 버스 기사로 일했던 고 이용주 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지 14일이 되는 날이자, 신도여객 해고노동자들이 울산 시청 앞에서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236일이 되는 날이다. 신도여객 노동자들은 동료의 목숨을 앗아간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행정의 당사자인 울산시(시장 송철호)의 사과를 요구하는 투쟁도 시작했다. 해고당한 후 투쟁해왔던 신도여객지회 소속 고 이용주(이하 이용주) 씨는 해고에 대한 억울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신도여객(사장 김대종)은 1980년에 설립된 울산 시내버스 운송업체로, 160여 명의 승무·정비·사무 노동자 등이 근무해왔다. 지난해 8월 중순, 신도여객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인 파산 신청을 냈다. 그리고 대우여객과 양도양수를 추진하며 40년 동안 운행해온 버스 66대와 노선 9개 등 사업권을 0원에 넘겼다. 대우여객은 고용승계 책임을 부정하며 퇴직금 포기에 동의하는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88명만 신규 채용으로 입사시켰다.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일해 온 47명의 노동자는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

이번 행진은 고인이 해고 전 운행했던 신도여객 104번 노선을 따라 걸으며 울산시의 사과와 고용승계 등 신도여객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첫날 차고지인 대왕암공원에서 시작한 행진은 두 번째 날 오후 울산시청 앞에서 마무리됐다. 아버지의 영정을 든 이용주 씨의 큰아들이 앞에서 걷고, 그 뒤로 상복을 입고 고인의 영정을 든 신도여객 노동자들이 걷는다. 해고당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동료 노동자들이 비통해한다.

“같이 배차하면서 버스 종점에서 커피 마시고 대화도 하고 어려운 거 있으면 이야기도 하고 늘 함께 일했었는데…. 생각이 많이 깊어지지요. 돌아가신 이용주 씨와 그동안 같이 생활했던 게 머릿속에 많이 떠오르고 같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납니더.”


이용주 씨와 같이 104번 버스를 운행했던 김인근 씨(16년 근무)는 해고된 지 7개월 만에 운행하던 노선 길을 이용주 씨의 영정을 들고 걷는다. 그와 길이 막히는 날의 어려움과 10분 만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애환을 나눴던 시간이 떠오른다. 인근 씨는 이용주 씨를 맡은 일에 늘 성실하고, 열심히 투쟁하던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시내버스 회사가 망할 일이 뭐가 있노

2021년 8월 12일, 신도여객에 김대종 사장 명의로 이사회에서 파산신청을 의결했다는 ‘파산신청에 따른 호소문’이 게시됐다.

“이래 망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 했어요. 공금을 빼돌려도 너무 많이 빼돌렸죠. 시에서 적자분의 95%를 지원받으면서도 5년 사이에 빚이 30~40억 늘어났는데, 말이 안 되는 거죠. (2019년) 기업회생을 신청했는데, 법원에서도 의아한 거죠. 흑자가 나는 회사인데, 왜 이만큼 빚이 생겼냐 이거죠. 결국 기업회생이 폐지됐잖아요.”


신도여객에서 11년 동안 버스 운전을 해온 오상열 씨가 당시의 황망함을 이야기한다. 시내버스 회사가 파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버스업체에 적자분의 95%에 해당하는 연간 천억 원(2021년 기준)의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손실 보상도 예외가 아니다. 울산시는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아 가며 민간사업체인 시내버스 회사에 살뜰한 지원을 하고 있다.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시내버스 회사들이 그 지원금을 어떻게 쓰는지는 관리·감독하지 않는다. 신도여객 사업주는 노동자 임금과 퇴직금, 연료비 등 시에서 준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18억 원의 연료비를 장기 연체해 일부 버스의 연료 공급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울산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지원금을 100%로 올리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올해로 신도여객에 입사한 지 15년 차가 되는 김인호 씨는 노동자들이 안일하게 있어 발생한 일이라며, 누굴 탓하겠냐고 했다.

“시내버스 회사가 망할 일이 뭐가 있노. 우리가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는 동안 경영주가 곶감 빼먹듯이 다 빼먹고 튀는 이런 사태까지 발생한 거예요. 울산시는 알면서도 다 눈감아주고. 내가 2008년 입사할 때만 해도 회사가 은행 대출은 못 받아도 빚은 없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러다가 김동균 원 사장님이 형님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부도가 한 번 났는데, 사장님하고 우리 노동자들이 열심히 해가지고 회사를 정상화시켰을 때 김동균 원 사장님이 암에 걸려가지고 돌아가셨어요.”


7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부채

2011년 창업주 김동균 전 사장의 사망 이후, 직장생활을 하던 창업자 아들을 대신해 창업자의 동생 김일균 씨가 신도여객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신도여객에 와서 본인과 아들의 사업 빚을 갚았다.

“큰아버지 빚을 갚다 보니까 우리 회사에 들어갈 돈을 모두 다 미납하는 거야. 가스비, 기름값, 타이어값, 차 부속대, 4대 보험. 이 모든 걸 다 미납시켜버린 거예요. 고의적인 부도를 낸 거예요.” (김인호)


  4월 5일 고 이용주 열사가 생전에 운행했던 104번 버스 노선을 걷고 있는 신도여객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노동자·시민들 [출처: 연정]

몇 년 뒤에 사장으로 취임한 김대종 씨는 회사 법인카드를 들고 술집 등을 다니며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 이미 12억 원이었던 부채가 2021년에는 138억 원으로 커졌다.

“회사가 어려우니까 가스비라든지 이런 걸 내야 한다고 매달 월급에서 30만 원씩 해달라고 해요. 나중에 되면 준다고 하는데, 그것도 줘야 주는 거지. 안 해주면 회사 문 닫는다거 하는데…. 임금 착취하다 모지래 가지고 그것까지도 해먹을라카이.” (오상열, 승무 노동자)


파산 직전, 회사는 매달 노동자의 월급에서 공제한 30만 원(월 총 5천만 원 상당)을 노동조합을 통해 회사로 달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경영 악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회계장부를 열람한 후 정말 어려우면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얼마 뒤 회사는 정말 파산신청 공고를 냈다. 노동자들이 그 30만 원에 동의했다면 신도여객은 지금도 지원금을 빼돌리며 유지하고 있었을까?

신도여객의 부채 138억 원 중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 금액만 90억 원(퇴직적립금 60억, 4대 보험 미납금 20억, 체불임금 10억)에 달한다. 경동도시가스에 체불한 연료비는 21억 원이었다. 신도여객 사업주의 유용으로 만들어진 부채는 회사가 노동자, 거래처 등에 정당하게 지급했어야 하는 비용이자 울산 시민의 세금이었다.

더 기각 막힌 건 파산공고 이후였다. 운영할 의지가 있는 회사에 정상적으로 매각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도여객은 백억 원에 달하는 차량과 노선을 0원에 대우여객에게 양도했다. 대우여객은 0원에 신도여객의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그곳에서 수십 년간 일해 온 노동자의 퇴직금은 물론이고 고용승계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사업주의 개인 재산은 진작 빼돌려 압류가 불가능했다. 남의 돈을 떼먹는 신종 ‘먹튀’ 기술이다.

100억의 재산을 0원에 양도

“대체 신도여객은 왜 0원에 양도했을까요?”

“확인된 건 아니지만, 10원 하나 안 받고 대우에 넘겨줬을 때는 나중에 모든 게 정리됐을 때 그 지분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재산을 통째로 그냥 다 주는 건데. 우리 문제를 다 해결해 줘라 하고 넘겼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대우 여객에 좋게 넘기고 신도 여객은 모종의 혜택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죠.”


노동자들은 이제 그 정도는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파산하는 회사일지라도 가진 재산을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처분하고 싶은 게 사업주의 심리 아닐까? 현재 배임·횡령과 임금 체불 등 김대종 사장에 대해 진행 중인 형사 고소·고발 건만 9개로, 최근 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형사처벌을 덜 받기 위해서라도 재산을 잘 처분해 퇴직금 등 부채 변제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오현일 지부장(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울산지부)은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워낙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졌잖아요. 당하는 사람은 기가 차고, 보는 사람은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가?’ 이렇게 되는 거죠. 신도여객은 갖고 있는 재산이 노선권하고 차량, 사업권밖에 없습니다. 근데 전 재산을 0원에 넘긴 거잖아요.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버스 넘버 한 개 가격이 1억2천에서 1억5천만 원입니다. 노선권 역시 통상적으로 1억5천에서 2억 정도에 거래가 되고요. 100억에 가까운 재산을 0원에 양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냐는 겁니다. 이면 합의서 없이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일인 거죠.”


대우여객과의 양도양수 이전, 마창여객이 신규 근로계약 방식을 통한 100% 고용승계와 퇴직금 100% 지급 등을 제안하며 인수 의사를 밝혔었다. 신도여객의 사업권을 인수하는 대신, 부채를 떠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투표에서 반대표가 많았다는 이유로 신도여객은 마창여객에 양도하지 않았다. 반면, 대우여객은 전원 고용승계 불가·퇴직금 지급 불가 조건으로 0원에 사업권만 양수받으려고 했다.

“마창여객 관련해서 한국노총하고 회사에서 설명을 제대로 안 했습니다. 자기들 기준에 뭔가 부합이 안 되니까 그렇게 했겠죠. 기존에 울산 지역에 있는 버스회사 사업주와 울산시, 한국노총이 연결된 부분이 많습니다. 이들의 카르텔이 다른 지역 업체가 오는 걸 허용 못하는 거죠.” (오현일 지부장)


신도여객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대우여객-신도여객 사이에 이루어진 양도양수가 노동자들의 퇴직금·임금 지급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양도양수 취소를 요구하는 ‘사해행위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신도여객의 정상적인 재산 처분을 통해 노동자의 임금·퇴직금 정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도양수를 취소해 원상회복하라는 것이다.

고용승계 의무 조항 위반인 양도양수를 인가한 울산시

해고된 노동자들은 세 차례의 면접 끝에 모두 탈락했다. 대우여객이 요구하는 퇴직금 포기·민주노총 탈퇴·사해행위 취소소송 취하 확인서 작성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시청 앞 신도여객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 [출처: 연정]

“처음에는 운전할 때 입던 근무복으로 통일해서 입고 갔는데, 대우여객이 슬리퍼를 신고 왔다고 언론에 과장해 이야기했더라고요. 그다음에는 다 정장 입고 타이도 메고 갔는데, 그래도 안 됐어요. 그 확인서가 제일 문제죠. 여성 조합원이 한 명 있는데, 대우여객에서는 여성 기사는 채용을 안 한 대요. 거꾸로 가는 회사인 것 같아요.” (김인근, 승무 노동자)

“결국은 조롱만 당하고, 쓸데없는 취업 서류 준비한다고 시간이랑 돈만 날렸습니다. 거기는 애초에 우리를 채용할 마음도 없었는데...” (김인호, 승무노동자)


행진 참가자들이 마무리 장소인 ‘故 이용주 열사 추모 분향소’와 해고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있는 울산시청 앞에 도착하니 울산시 공무원 20명이 나와 있다. 참가자들이 시청 안에 들어갈 것에 대비한 일종의 ‘스크럼’이다.

울산시는 울산시장 명의로 만든 승무원 고용승계 의무 조항(양도·양수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면허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감수해야 한다)을 명시한 ‘양도·양수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8월 27일 신도여객-대우여객

두 회사의 양도양수를 인가했다. 울산시가 양도양수 내역 공개를 거부하자 노동조합이 석 달 만에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노동조합은 해고된 47명이 일할 수 있도록 울산시가 기존에 면허가 취소된 신도여객 2개 노선을 0원에 인수해 시가 직접 운영하는 부분 공영제 실시를 제안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운영 절차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김인근 씨는 행진하면서 104번 버스를 운행하던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했다. 태화시장과 중앙시장을 지나는 노선이라 연령대가 높은 승객이 많아 늘 주의를 기울여 운전했던 일, 술에 취했거나 시비를 거는 승객 때문에 곤란했던 일, 승객들의 수고한다는 한마디에 힘이 나던 일. 그저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하루 일을 마치는 게 보람이었던 평범한 날들이다. 신도여객 해고노동자들이 그 평범한 날들을 곧 다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우리가 앞에 얼굴 내밀고 팔 올리는 것도 어색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구호하자 카면 뒤에서 가만히 있고 이랬거든요. 지금 8개월 접어드는데, 힘듭니다. 저도 집에 가면 두통약을 먹어요. 잠도 잘 못 자고. 지금 전부 다 “2주만 악을 쓰고 열심히 해보자” 하고 있는데, 2주만에 해결 안 되겠죠? 한번은 애 저금통에 모은 돈이 우리 후원금으로 들어온 거예요. 찡해가지고, 이래 해주는데 열심히 해보자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인근, 승무 노동자)


덧붙이는 말

4월 21일 민주노총 신도여객지회 17명의 조합원을 포함한 신도여객 해고노동자 30명에 대한 유진버스 신규입사가 확정됐고, 4월 23일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고 이용주 열사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4월 25일, 신도여객지회 노동자들의 울산시청 앞 천막농성이 256일 만에 해제됐다. 이들은 5월 2일, 울산 유진버스 신설 노선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노동조합은 아직 남아있는 미지급된 퇴직금·체불임금·4대보험 미납·호봉·상여금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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