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지부, 10일부터 무기한 파업 선포…공영화 요구

“낭비되는 혈세와 노동자·시민 안전 지킬 것”

용인경전철의 철도노동자들이 다단계 민간위탁 운영 방식의 철폐와 공영화를 촉구하며 10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이뤄지는 이번 파업은 새 정부가 예고한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맞선 투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포했다. 지부는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보다 민간기업의 돈벌이가 되어버린 용인경전철을 공영화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내일 5월 10일부로 전면 파업에 돌입하고자 한다”라며 “노동 현장의 안전과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그리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라고 강조했다.

2013년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기흥역부터 전대·에버랜드역까지(15개 역) 운행하는 경전철로 시행사와 운영사를 따로 운영하는 다단계 민간위탁 방식을 취하고 있어 끊임없이 잡음이 나왔다. 매년 300억 원, 10년 동안 2,3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이 투입됐지만, 운영사의 불투명한 회계로 운영비 사용의 관리·감독이 어려웠다. 또한 잦은 사고 발생에도 운영사가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더불어 수도권전철 기본요금인 1,250원에 ‘별도요금’이라는 이름으로 200원이 추가돼 용인시민들은 가장 비싼 요금을 치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이석주 용인경전철지부 지부장은 “노동자들은 낮은 처우,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으로 일터를 떠나고 있는데 운영사인 네오트랜스는 지난해 100억 원의 순이익을 남기면서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운영비 절감을 감행하고 있다”라며 “매년 파업하고 장기간 쟁의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고금리를 유지하는 사모펀드 시행사에 민간투자금의 잔액을 일시에 상환할 수 있으며, 운영사와는 운영 종료를 통해 다단계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용인시는 시행사인 ‘용인경량전철(주)’에 2043년까지 30년간 관리운영권을 주고, 시행사는 2016년부터 2023년 7월까지 민간기업인 ‘네오트랜스’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 네오트랜스는 신분당선 운영 사업도 함께 하고 있는데 노조에 따르면 신분당선과 용인경전철의 회계가 분리되지 않아 용인경전철의 운영비 사용의 관리·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민간기업의 이익 보장을 위해 최소한으로 책정된 ‘운영비’에 대한 대가는 노동자들이 치르고 있었다. 1인 근무가 상시화되고 안전 인원 부족으로 휴무도 없이 일해야만 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2021년 임금협상에서 사측은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반도 안 되는 시급 215원 인상안을 제시해, 아직까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및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산수만 해도 공영화가 더 이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어려운 용역 연구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라며 공영화 결정을 미루고 있는 용인시를 규탄했다. 이 정책위원은 “완전 공영제를 하게 되면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혈세를 절감하면서도 요금도 깎고, 인력을 충원해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남은 민간투자비 원금은 약 2,145억 2500만 원이다. 원금을 균등상환할 경우 민간투자비 잔액에 따른 이자는 2043년까지 836억 4,700만 원이 예상된다. 용인시와 용인경량전철주식회사의 실시협약에 따라 2023년부터 남은 원금 전체에 대한 상환이 가능하므로, 이 정책위원은 금리가 1.5%인 경기개발기금을 활용해 일시에 상환하면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는 3.4% 금리로 매년 70~100억 원에 달하는 이자가 지출되고 있다.

그는 “경기개발기금을 통해 이자 차액을 통한 이익을 볼 수 있고, 운영사 외주위탁을 하지 않으면 부가가치세도 절약된다”라며 “운영 주체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데 용인도시공사 운영 조례를 보면 별도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용인도시공사를 통해 운영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운수노련, 파업 지지 성명 발표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에 나선 명순필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서울교통공사도 민간위탁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고, 시민 안전도 위협받는 힘든 시절이 있었다. 용인경전철에서도 이러한 사고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금도 선로전환기, PSD 장애가 몇백 건씩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노동자 안전을 넘어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인경전철지부의 파업을 두고 국제운수노련(ITF)은 파업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운수노련은 성명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증가하는 환경위기의 맥락에서 전세계 공공교통 노동자와 승객은 공공교통 시스템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한 싸움에 함께 하고 있다”라며 “이 투쟁에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의 조합원들이 앞장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세계 도시에서 용인경전철과 같은 종류의 민관협력(PPP)방식은 노동자들의 일자리의 질과 대중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보다 민간 기업들의 이윤을 우선시한다”라며 “경전철의 소유와 운영을 공공으로 전환하면 노동조건과 서비스의 품질이 향상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공공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파업엔 150여 명의 지부 조합원 대부분이 참가를 결의했다. 지부 관계자는 “전체 직원 190명 중 필수유지업무를 위한 인원이 71명으로, 운행률은 유지되겠지만 유지보수 업무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열차 운행에 장애가 발생하면 복구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하루 수십 건씩 발생하던 신호장애, 선로전환기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지금도 원인 모를 장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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