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진보 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후보 단일화를 통해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민주노총 후보·지지 후보 344명은 전국에서 공동요구안을 실현하기 위한 선거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최저임금 무력화를 공언했고, 노동자 건강과 생명, 인간다운 생활을 부정했다. 그가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 자유고, 첫걸음에 달려간 곳은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총·전경련이었다”면서 “지방선거를 또다시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 비전은 없이 보수 양당 간의 경쟁의 장으로 방치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1차 진보 단일후보 선정 현황’ 자료의 민주노총 후보·지지후보는 정당별로 노동당 7명, 녹색당 10명, 정의당 104명, 진보당 103명이다. 여기에 무소속 후보인 교육감 7명, 조합원 1명을 포함해 총 232명이다.
공동요구안의 5대 핵심 의제는 △노동 정책을 책임지는 지방정부 △노동자 생명과 사람을 책임지는 지방정부 △돌봄·의료·교통·교육 공공성을 책임지는 지방정부 △비정규직·노동권 사각지대 노동자를 책임지는 지방정부 △기후위기-산업전환을 책임지는 지방정부로 정해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진보 정당의 단결과 불평등 체제 전환의 새로운 출발로 만들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정권 교체를 요구한 국민도, 윤석열 정부의 출범이 우려스러운 국민도 이제 진보 정당에 눈을 돌려주길 호소한다”면서 “16개 광역시도 중 13곳에서 4개 진보 정당의 단일화 합의가 완료됐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각 진보 정당도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결의를 밝혔다. 나도원 노동당 공동대표는 “진보 정치의 약화가 분열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한편으론 진보 정당들이 근본적인 체제 변화에 지향했던 결의를 잃어버린 탓이 크다”면서 때문에 “진보적인 협력과 함께 진보 정당들의 혁신도 필요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확연히 다른 진짜 진보 정치가 바로 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는 “각 당의 정치 지향을 날카롭게 지켜가면서도 부드럽게 협력하는 강하고 유연한 진보 진영이 되자”라며 “녹색당은 기후위기와 소수자 차별에 맞서는 기조를 유지하며 굳건히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배진교 정의당 지방선거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은 “최악, 차악을 다투는 정치의 지속으로는 우리 사회는 결코 한 걸음도 진보할 수 없다. 노동의 가치, 평등의 가치, 기후위기 극복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기득권 양당에 맞선 진보 진영의 단결은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며 “지난 종로구 재·보궐 선거에서 정의당 배복주 후보는 진보 정당들의 단일후보로 출마했고 15%가 넘는 지지율을 얻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단일후보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의당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단일한 진보후보를 만들지 못하고, 진보 정당의 전체 득표율을 합쳐도 과거와 같은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데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을 버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돌파는 진보 세력의 단일화를 통한 연대강화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지방선거 이후 진보 세력의 단결과 연대 통합의 기운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들은 이날 5대 의제뿐 아니라 20대 요구도 발표했다. 그중 5대 핵심 요구는 △지역 노정 교섭 정례화 △지자체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도입 △돌봄 시설 지자체 직접 운영 확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사회보험 및 건강검진 지원 △기후정의 조례 제정 등이다.
공동요구안 취지에 대해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면서 “진보 진영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통해 중앙 정부에서 하지 못하는 진보적인 노동·복지 정책을 지역에서부터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018년 지방선거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던 것과는 다르게, 올해 지방선거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국면에서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지방의회 개혁을 견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