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이슈③]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회로 삼은 이스라엘

  2021년 5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사진을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폭격 사진이라고 올린 페이스북 유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포르투갈의 한 페이스북 유저가 폭격으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고층 건물 사진을 올렸다. “제3차 세계 대전: 러시아가 방금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이 포스팅은 하루 만에 4,400회가 넘는 ‘좋아요’ 및 공유 수를 기록했다. 다양한 나라의 많은 유저가 이를 직접 업로드하며 이슈가 더욱 확산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2021년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한 것이었다.

사실관계는 틀렸지만 단순히 가짜뉴스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무차별 폭격하고, 민간인을 학살하며, 천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이 국내외 피난길에 오르고, 마리우폴과 같은 지역들에서 러시아의 장기 군사점령이 확정시되는 모습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과장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진을 동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디어와 공론장에서 팔레스타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언급되는데,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중 잣대를 고수한다는 점은 문제적이다.

우크라이나는 되고 팔레스타인은 안 된다

러시아 침공 초기, 중무장한 군인을 맨주먹으로 위협하는 소녀의 사진과 영상이 ‘러시아군에 맞선 용감한 8살 우크라이나 소녀’라며 소셜 미디어에서 널리 회람됐다. 곧 이미지 속 소녀가 사실은 팔레스타인 활동가 ‘아헤드 타미미’의 2012년 모습임이 알려졌다. 타미미는 어린 시절부터 이스라엘 군정의 불법 토지몰수와 불법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 군사점령에 맞서 싸워 온 해방운동가다.1) 2월의 우크라이나에서 민소매 티셔츠로 야외에 있을 수 없다는 상식도 무시된 채, 단순히 ‘금발’에 백인 같은 ‘피부색’을 가진 소녀의 저항은 서구 사회로부터 분노와 공감을 끌어내는 데 이용됐다.

  러시아군에 맞선 8살 우크라이나 소녀라고 회자된 팔레스타인 활동가 아헤드 타미미

비단 소셜 미디어 유저들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도하는 기자들마저 “어디 시리아 같은 데도 아니고” “우리와 똑같이 생긴”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이들이 사는 “문명화된” “유럽”이 침공받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인종주의적 편향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을 종식하도록 이스라엘을 보이콧해 달라는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요청에 ‘정치’와 ‘문화/스포츠’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거부했던 서구 사회는 국제축구연맹(FIFA)부터 시작해 이미 1800년대에 죽은 차이콥스키와 도스토옙스키, 러시아산 고양이까지 보이콧하며 팔레스타인의 호소에 불응했던 자신들의 주장을 스스로 반박했다.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보이콧 요청을 거부한 것과 달리, 재빨리 러시아 철수를 선언하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팔레스타인계 모델 ‘지지 하디드’의 목소리가 검열당한 일도 있었다. 3월 7일 하디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2 가을 패션쇼의 수입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데 기부하고,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지원도 계속할 것”이라는 포스팅을 남겼다. 이에 패션잡지 〈보그〉(Vogue)는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셀럽들의 지지를 보도하며 하디드의 글을 인용했다. 하지만 시온주의자들이 ‘보그가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며 공격하자, 인용문 중 우크라이나를 후원하겠다는 부분만 남기고 팔레스타인 부분을 삭제했다. 많은 비판 끝에 〈보그〉는 결국 지지 하디드의 원래 메시지를 복구했다.

지지 하디드가 겪은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랄 수도 없다. 소셜 미디어상의 개별 계정을 넘어, 플랫폼 차원에서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관련 포스팅을 규제하는 데 명백한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 미국 언론 〈더인터셉트〉가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 플랫폼스’는 3월 초 혐오 발언 정책에 대한 한시적 예외를 규정했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서 러시아인들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와 같이 원래대로라면 혐오 발언과 폭력적인 선동을 이유로 삭제됐을 게시물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플랫폼 측은 네오나치 이데올로기를 이유로 금지했던 악명 높은 아조프 연대에 대한 찬양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변경하기까지 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4월 라마단 기간 동안 중무장한 이스라엘 국경 경찰의 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침탈을 보도한 팔레스타인 언론사의 계정을 사전 경고도 없이 정지시키는 등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을 규탄하고 인권침해를 기록하는 팔레스타인 게시물에 대한 검열을 계속하고 있다.

서방 정부들은 더 노골적이다. 팔레스타인의 무장투쟁을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제재하는 미국과 유럽 정부들은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아무런 모순을 찾지 못한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월 1일 UN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러시아를 규탄한 지 2분 만에 눈 하나 깜짝 않고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대한 기소도 아닌 조사 여부를 검토하는 데만 3년이 걸렸지만, 러시아 전쟁범죄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침공 후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2)

  우크라이나 연대 집회에 나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들 [출처: 김민]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회로 삼은 이스라엘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어떤가?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도 거부하고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구의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으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수적 효과로 무기 판매고를 올려 이득을 취하고, 우크라이나 유대인을 이스라엘로 대량 이주시켜 이스라엘 내 유대 인구의 수적 우위를 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회 요소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취약한 연정을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 지위를 박탈하는 UN 총회를 앞둔 4월 4일, “고의적인 민간인 살상은 전쟁범죄이며 이를 강하게 규탄한다”라는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렸다. 물론 이는 자가당착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원주민 인종청소로 건국해 여전히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군대의 사격 원칙을 고수하며 고의로 민간인을 살상하고 있다. 아무튼 이스라엘은 침공 초반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지만, 시리아 관련 러시아와 맺은 협력 관계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나아가진 않는다. 러시아군은 2015년부터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주기적인 시리아 폭격을 용인하고 있다.

3월 20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스라엘 의회(크네셋)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마주한 위협의 유사성을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양국의 적들이 양국의 존재 자체를 말살하려 든다고 말문을 열며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이스라엘 4대 총리를 역임한 골다 마이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골다 마이어는 “팔레스타인 민족이란 없다”라는 ‘팔레스타인 부정론’을 주창한 전형적인 식민주의자다. 젤렌스키는 또한 러시아의 침공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며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3)4)

사실 젤렌스키 자신이 시온주의자기도 하다. 2019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리는 고국을 지키는 데 있어 이스라엘인처럼 돼야 한다”라고 연설한 그는 우크라이나를 이스라엘에 비유하곤 했다. 2020년에는 유엔이 1975년 설립한 ‘팔레스타인 민족의 양도불가분한 권리 실행을 위한 위원회’가 반이스라엘적이라며 탈퇴하기도 했다.5) 이스라엘 정치가들은 개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심정적 지지를 표명했지만, 국가 차원의 무기 판매는 미국의 요청에도 거부했다. 한편 이스라엘 무기 제조 업체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이스라엘의 대표적 방산업체 ‘엘빗 시스템즈’는 스웨덴과 아시아 국가들(어딘지는 밝히지 않음)에 무기를 대량 판매해 주가가 40% 이상 뛰었다. 여타 이스라엘 방산업체와 마찬가지로 엘빗의 주요 세일즈 포인트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상대로 “실전 검증”되었다는 것이다.

식민자로 소환된 우크라이나 난민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올해 1월부터 우크라이나의 유대인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웠다. 이스라엘의 〈귀환법〉은 최소한 한 명의 유대인 조부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이스라엘에 귀화할 자격을 부여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10만 명의 유대인 우크라이나 이민자를 이스라엘 시민으로 만들겠다며 81억여 원의 예산을 승인했고, 당장 7월 말까지 최대 5만 명을 귀화시키겠다고 한다. 귀화를 관장하는 장관은 우크라이나 유대인들에게 “당신의 고향 이스라엘로 오시라”며 이주를 독려하고 있다.

이렇게 이주시킨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난민은 현대 이스라엘의 나깝(네게브) 사막과 군사점령지인 서안지구 및 시리아 골란고원에 불법적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서안지구와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의 영토가 아니며, 군사점령지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것은 제4차 제네바협약을 정면 위반하는 전쟁범죄다.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을 전쟁범죄의 수혜자로, 혹은 식민자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나깝 사막으로 이주시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정부는 숲을 조성한다는 핑계로 원주민인 팔레스타인 베두인들의 집과 마을을 파괴하고 주민을 추방하는 것을 국가 시책으로 삼고 있다. 파괴된 집터에 가건물을 지으면 다시 그 가건물을 파괴한다. ‘알 아라킵’이라는 마을 한 곳에서만 이런 파괴와 추방을 198회 거듭했다. 이스라엘 내로 이주시키더라도 원주민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한복판이다. 난민이 처한 고통에는 아무 관심 없이 이스라엘에서 유대 인구의 숫자를 늘릴 도구로 보는 태도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숫자로 대했던 이스라엘 초기 설립자들로부터 대대로 일관된다.6)

침략자들을 저지하기

중무장한 이스라엘 국경 경찰이 알아크사 사원을 공격하는 지금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2021년 5월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당시 종교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에 경악했던 세계가, 비슷한 장면에 더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얼마나 다를까? 지금은 세계의 눈이 우크라이나를 주목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에 따른 군사점령이 장기화할수록 세계는 마치 원래 그랬다는 듯이, 바뀐 상황에 적응할 것이다. 75년이 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화에 비춰볼 때, 그리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나 스스로도 관심이 멀어졌던 것을 반추할 때 군사점령이 장기화하고 그것이 기정사실화될 미래가 너무나 우려스럽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조건 없이, 전면적으로, 당장 철수하도록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이는 물론 미국이 이란이나 쿠바에 가한 제재처럼 민중을 고사시키거나, 서구 사회가 침공 직후 행한 러시아 국적을 가진/가졌던 개인들을 보이콧하는 방식일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오랜 투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스라엘에 맞서 전 세계의 BDS운동(보이콧, 투자철회, 제재)을 이끌고 있는 팔레스타인민족위원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는 동시에 서구 사회의 러시아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제재를 비판하며 개인의 국적, 신원 혹은 사상이 아닌, 군사점령 공모에 근거한 보이콧의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7) 어쩌면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에선 이것만으론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시민사회가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더 크게 분노하고,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그리고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더 많은 곳의 목소리에 좀 더 강력한 연대로 응답할 수 있도록, 길을 낼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각주>

1) 2017년, 타미미가 이스라엘 군인의 뺨을 때리는 영상이 이스라엘에서 널리 회람됐고, 이스라엘 사회는 타미미가 ‘테러리스트’라고 분개하며 수감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이스라엘 군사 법정에 끌려가 8개월간 수감됐다. 뺨을 때리기 전 타미미의 사촌 동생 무하마드(당시 15세)는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두개골의 3분의 1이 함몰된 상태였다.

2) 그렇다고 해서 유럽 국가들이 순수하게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온 것도 아니다. EU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에도 러시아에 계속해서 무기를 팔아왔다.

3) 홀로코스트에 대한 비유는 오히려 이스라엘 의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젤렌스키 연설이 ‘홀로코스트 부정론’에 다름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이스라엘 의원들에 따르면 끔찍한 전쟁, 집단학살이 벌어지더라도 이를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는 곧 홀로코스트 부정론에 불과하다.

4) 젤렌스키의 이스라엘 의회 연설을 보이콧한 이스라엘 공산당과 팔레스타인계 의원들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투쟁을 지지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인을 ‘적’으로 규정하는 젤렌스키의 연설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5)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시온주의적, 친-이스라엘적 성격 때문에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투쟁이 결코 폄하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우크라이나의 투쟁에 전폭적인 연대를 표하고 있다.

6) 《워커스》 44호 〈이스라엘의 방패가 된 ‘홀로코스트’와 ‘반유대주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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