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돈 버는 부동산 임대인

[이슈③] 난민 감별하는 유럽 국가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많은 실향민과 난민이 피난길에 올랐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약 710만 명이 국내로 피신했고, 500만 명은 국경을 넘었다.

그 과정에서 전쟁 피해가 덜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의 주택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해 실향민은 임시 거처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난민 수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적이 아닌 이들은 구금되거나 거주권을 보장받지 못해 인종차별 논란 또한 거세지고 있다.


전쟁으로 돈 버는 부동산 임대인, 발길 돌리는 실향민들

폭격으로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비현실적인 주거비 폭등으로 또 다른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자들이 전쟁을 피해 타지역으로 피난 온 실향민들에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향민들은 숙박 시설이나 임시 거처를 찾지 못한 채 다른 지역을 떠돌거나, 폐허가 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리비우)에서는 아파트 원룸 임대료가 약 1000달러(124만3500원)까지 치솟았다. 전쟁 실향민 증가와 함께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주인이 불법적으로 주거비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인 67만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르비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로 약 70만 명이 살고 있다. 르비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은 전쟁 최전선인 동부 및 남부 지역보다 안전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도시 인구의 세 배에 달하는 실향민이 르비우로 몰려들었다. 공식적으로 르비우에서만 약 20만 명의 실향민을 수용했다고 알려지지만, 실제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파악된다.

서부지역으로 대거 몰려든 실향민들은 주택 부족과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영어 교사인 올리시 슈팍(Oleksiy Shpak)은 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우크라이나 서부 자카르파츠카로 도망쳐 왔지만, 집을 구하지 못해 2주 만에 남부지역인 오데사로 돌아갔다. 그는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턴트〉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임대 매물이 나오자마자 수십 명이 부동산 중개인에게 전화를 건다. 그들은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1)

슈팍은 서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임대 주택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카르파츠카주의 수도인 우즈호로드 시내에선 원룸 아파트 두 달 임대료가 3,750달러(466만3125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가 발견한 가장 저렴한 방은 두 달 임대료가 950달러(118만1325원)였다. 전쟁이 발생하기 전, 우즈호도르 시내의 원룸 임대료는 월 200달러(24만8700원)를 넘지 않았다.

르비우 역시 1박에 25달러(3만1000원) 가량이던 아파트 평균 임대료가 전쟁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슈팍의 친척은 르비우에서 월 임대료 450달러(55만9575원)의 방을 구했지만, 다른 가족들이 합류하자 집주인이 150달러(18만6525원)의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높이면서 피란민들은 네다섯 번 이사를 하거나,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증금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상황이 악화하자 르비우시 당국은 3월 3일, 세입자 권리 침해를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안드리 사도비(Andriy Sadovy) 르비우 시장은 “르비우에서의 생활비는 전쟁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 임대료를 부풀리는 집주인이나 호텔리어는 약탈자”라며 “이 경우 르비우시 핫라인(1580)에 신고하면 조처를 하겠다. 약탈자의 이름을 공개하고, 데이터를 SUB(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전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당국의 조치가 주택 임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전쟁 전부터 세입자의 권리 침해는 법적 보호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커먼즈〉는 “민법은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보장하지만, 이를 이행하려면 소송과 변호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주인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간단하다. 경찰에 전화해 주택 소유 증명 문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라며 “중앙정부는 퇴거 금지와 임대 시장 가격 동결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2) 앞서 우크라이나는 1994년 전후로 전체 아파트의 85.4%에 해당하는 540만 가구를 민영화했다.3)

우크라이나 ‘국적’ 감별하는 유럽 국가들, 인종차별 논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500만 명의 난민들은 인접 국가인 폴란드와 루마니아, 헝가리 등으로 이동했다. 미국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적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을 환대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난민 정책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면서, 오히려 인종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거주하던 시리아인인 라미 알 부아니니(Rami al-Bouaini)는 전쟁 이후 독일로 피난을 떠났지만 다른 우크라이나인처럼 그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그와 제3국적의 난민들은 다른 우크라이나인과는 달리, 경찰서에 하루 동안 구금돼야 했다. 심지어 경찰은 사진과 지문을 채취하고, 가방을 수색해 전화와 여권까지 빼앗아 갔다. 이후 독일 당국은 그들에게 일주일 체류 허가를 내리며 “당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출입국 관리소에서 결정할 것이며, 독일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적의 난민에게 교육과 고용 프로그램, 기초 생활 보장을 지원하는 것과는 상반된 처우였다.4)

팔레스타인 국적의 제하드 카웨어(Jehad Kaware) 역시 영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벨기에에 망명을 신청한 것을 후회한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우크라이나로 도망쳐 온 그는, 다시 벨기에로 피난을 떠나야 했다. 벨기에에 도착한 우크라이나인의 경우 온라인으로 브뤼쉘의 난민센터에 등록하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카웨어 같은 외국인은 열악한 망명 사무실에 수용됐고, 한동안 다른 제3국적의 난민들과 임시 대피소를 전전해야 했다.5)

앞서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난민의 EU 역내 거주를 최장 3년간 보장하고, 고용, 주거, 교육, 사회복지, 의료 등의 지원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는 유럽연합이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높은 장벽을 세우고 이들을 추방해 왔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하지만 EU의 난민 정책이 임시 보호 조치에 머물러 있어, 유럽에 정착한 우크라이나인들 역시 강제 송환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독립 매체 〈오픈데모크라시〉는 “임시 보호는 수용국의 결정에 따라 이주민을 송환할 수 있어, 그들은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라며 “임시 보호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어서, 망명 신청자의 송환이 더 쉽다. (과거 사례들을 봤을 때) 임시 보호는 위험을 피하는 사람들의 이익이 아닌 수용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6)

<각주>
1) Rental prices soar in western Ukraine amid influx of refugees, THE KYIV INDEPENDENT, 2022.3.18.
2) Without shelter: housing policy in wartime, commons, 2022.4.2
3) Housing privatisation in post-socialist countries: reasons and preconditions, MISTOSITE, 2017.12.31
4) ‘Not getting the same treatment’: Ukraine refugees tell their stories, TRTWORLD, 2022.4.5.
5) The Ukrainian refugees who are not made welcome, FINANCIAL TIMES, 2022.4.6.
6) Ukrainian refugees need security. EU’s temporary protection can’t give it, Open Democracy, 202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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