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노동자로 7년, 갑자기 해고를 당했습니다”

[워커스 상담소]연장근로에 시달리다 해고된 초단시간 노동자의 고민


Q. ‘초단시간 노동’ 문제를 제기했더니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 3월, 집 근처의 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14시간 50분을 근무하기로 계약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월, 화, 목, 금은 1시부터 4시까지, 수요일은 평소보다 10분 일찍 퇴근해 3시 50분까지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근무 시간이 왜 이런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단 10분 차이였기 때문에 주간 근무 시간이 1시부터 4시까지라고 생각하며 일했습니다.

평소 책과 아이들을 좋아했기에, 학생들이 책을 찾는 것을 도와주고 반납한 책을 정리하는 일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고 보니, 1시부터 4시까지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5시, 6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학생들이 책을 4시까지만 찾거나 반납하는 것도 아니었고, 도서 정리 외에도 여러 가지 서류 업무, 장서 정리, 재고정리 등 할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늦게까지 일했습니다. 그러나 일이 익숙해진 다음에도 4시에 퇴근하는 날은 손에 꼽혔습니다. 계속되는 연장근로와 업무 과중에도 여전히 주 14시간 50분에 대해서만 임금이 지급됐습니다. 주휴수당, 연차휴가, 명절 수당이나 명절선물 등도 지난 7년간 한 번도 지급되지 않았고요. 결국 지난해 10월, 이 같은 처우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는 의외로 차분하게 대답하더군요.

“선생님은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하셨습니다. 초단시간 근로계약은 원래 그런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계약을 하신 건 선생님이십니다. 이러실 거면 그런 계약을 하지 말았어야죠.”

너무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했습니다. 너무 오래 참았나? 내 잘못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올해 1월 말, 3월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지난 7년간 아무 문제없이 재계약을 해왔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다른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지난해에 문제를 제기했던 게 원인인 것 같습니다. 너무 억울한데, 제가 도움을 받을 방법이 있을까요?

A. 주 15시간 이상 2년 넘게 일했으면 이미 무기계약직, 해고는 부당합니다.

너무 억울하시고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7년 동안 열심히, 심지어 계약한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해왔는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갑자기 해고를 당하신 것 같습니다.

설명해 주신 바에 따르면,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초단시간 근로계약이란 월에 60시간, 한 주 평균 15시간 미만으로 근로할 것을 계약하고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통상 주에 15시간 노동으로는 큰돈을 받을 수 없기에, 그동안 초단시간 근로계약은 생계의 목적보다는 임시적 또는 다른 노동을 보조하는 소일거리 노동이라는 인식이 컸습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주휴일이나 연차휴가 같은 보호에서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제외하고 있어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역시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2년 이상 일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2013년 83만여 명에서 2021년 151만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8년 동안 약 81%가 증가한 것이죠. 초단시간 노동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근로기준법상 주휴나 연차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관계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노동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용자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담자의 경우, 진정한 의미의 초단시간 노동자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주 14시간 50분만 일한 경우가 적고, 대부분 주 15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고용노동부가 실제 근로한 시간이 아닌, 사용자와 계약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초단시간 노동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상시로 연장근로를 해도 초단시간 노동자로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죠. 그리고 사용자는 마음껏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상시적인 연장근로를 강요하며 제도를 악용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5월 16일, 서울고등법원1)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1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정하고 실제로는 초과근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는 경우 소정근로시간 약정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즉, 고용노동부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초단시간 노동자 여부를 판단한 것과 달리, 법원은 실제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이를 판단한 것이죠.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상담자의 실제 근로 시간은 주 15시간 이상이기 때문에, 2년 이상 근로한 시점에서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도서관 측의 해고 사유 없는 해고통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합니다. 아울러 상담자가 일반 단시간 노동자로 인정되는 경우, 그동안 인정되지 않았던 주휴수당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시적인 연장근로를 입증하기 어려워 단시간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계약갱신의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과 행정법원은 초단시간 노동자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2017년 2월 3일 대법원2)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같은 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며,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초단시간 근로계약)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에 관한 위 법리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라며 초단시간 근로계약의 경우에도 계약갱신의 기대권이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2021년 9월 10일, 서울행정법원3)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고용유연성이 높은 기간제 근로자, 특히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라 하더라도 계속 근로에 대한 기대나 최소한의 고용안정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돼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통상근로자보다 해고 사유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주 15시간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2년의 기간제 사용기한 적용을 배제한 것이, 재계약을 통해 형성된 노동자의 갱신기대권에 대한 보호를 완화하기 위한 취지가 아님을 거듭 확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상담자가 그간 별다른 문제없이 계약이 갱신돼 온 관행이 인정되거나, 근로계약상 계약갱신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정당한 계약갱신의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도서관이 함부로 계약만료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합니다.

<각주>
1) 서울고등법원 2018.5.16.선고 2017누76410 판결(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2)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 판결(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3) 서울행정법원 2021. 9. 10. 선고 2020구합71055 판결(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