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들은 왜 총파업에 돌입했나

이미 증명 난 안전운임제 효과, “ 정부·경영계가 폐기하려 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7일 전면·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 및 적용 확대 등의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화 의지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열린 1차 교섭 이후 화물연대에 추가적인 대화 요청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화물연대 2만5천여 명의 조합원은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통해 도로의 안전을 지켜달라며 7일 0시를 기해 운송을 멈췄다.

  포항 포스코 정문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 [출처: 화물연대본부]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라며 “지난 세월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방기하던 정부는 화물연대가 전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니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오히려 화물 노동자를 협박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경영계 “명분 없는 파업” 한목소리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행 중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제도 도입 당시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품목에만 적용됐으며, 3년 일몰제로 시행된 바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제도 확대를 요구해왔고, 지난해 1월에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몰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1년 6개월이 흘렀다.

도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화물연대의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정부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하자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파업이 “뚜렷한 명분이 없는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이해당사자(화주·운송사·차주)의 의견이 첨예하기 때문에 6월 초부터 ‘안전운임TF’를 구성해 본격적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또한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교통방해, 운송방해를 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취소하고,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국토부는 화주·물류사 등 자본 측과 함께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는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부당성과 비상 수송대책을 알리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대책이 얘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경영계도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 투쟁을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라고 규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안전운임제) 일몰 1년 전부터 제도 연장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했고,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를 강행하는 것은 경제와 물류를 볼모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화물연대는 현재 시점이 국토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적용 확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안전운임제 폐지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안전운임TF’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 “제도 논의를 지연시켜 결국 (안전운임제를) 폐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효과 증명 난 안전운임제

안전운임제 시행에 대한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는 이미 두 차례나 제출됐다. 국토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진행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화물운송시장의 경쟁이 감소했고 근로 여건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월평균 업무시간은 시멘트 품목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42.6시간(11.3%), 컨테이너는 15.6시간(5.3%)이 줄었다. 제도 시행 전인 2019년, 시멘트 품목의 월평균 업무시간은 375.8시간이었는데, 제도가 시행된 2021년, 333.2시간으로 감소한 것이다. 컨테이너 품목의 경우에도 2019년 292.1시간에서 2021년 276.5시간으로 줄었다.

다단계 운송 및 가격입찰 역시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컨테이너 품목 ‘3단계 이하 운송거래 단계 비율’은 2019년 94%에서 2021년 98.8%로 증가해 다단계 운송 거래가 줄었다. 제도 시행 이후 ‘입찰을 통한 계약이 줄거나 더 이상 입찰을 하지 않는 비율’은 컨테이너의 경우 운수사 54%·화주 31%, 시멘트의 경우에도 운수사 44%·화주 33%로 시장 경쟁이 일부 완화했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진행 중인 ‘한국 안전운임 시행효과 분석 및 지속 가능한 제도시행을 위한 연구’에서도 제도 시행 이후, 과적·과속·과로(졸음운전) 등의 문제가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소 과적을 경험했다는 화물 노동자의 비율은 24.3%에서 제도 시행 이후 9.3%로 15.0%P 줄었다. 과속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32.7%에서 19.9%로 12.8%P 하락했다. 화물노동자의 과로는 졸음운전 경험 여부로 측정됐는데, 평소 졸음운전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71.8%에서 제도 시행 후 53.3%로 18.5%P로 감소했다. 노동위험지수(K-CTDI) 역시 제도 시행 전 62.28점에서 중간값(55점) 이하인 54.16점으로 하락했다.

  부산 신항삼거리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 [출처: 화물연대본부]

화물연대는 지난 10년간 물가 인상률보다도 하락한 화물 운송료로 화물노동자들이 하루 13시간이 넘는 과로와 과적, 과속에 놓였고, 이것이 도로의 위험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의 주요 원인을 졸음, 주시 태만, 과속으로 꼽고 있다.

한편,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는 7일 오전부터 지역별 거점에서 일제히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전국적으로 1만5천여 명의 화물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출정식 이후 주요 항만, 산업단지, 사업장 등 전국 50여 개 거점에서 총파업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경기 평택항,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남 여수산업단지 등 주요 시멘트 출하기지 등의 운송이 비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멈췄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를 비롯해 △유가 급등에 대한 대책 마련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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