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정부, 대화 없다면 유통도 멈추겠다”

총파업 이틀째…화물연대 기자간담회 “안전운임제, 사회적 비용 측면 고려해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정부의 대화가 없을 시 원래 총파업 계획과 동일하게 자동차부품, 나아가서는 유통까지 멈추는 투쟁을 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이봉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강경 대응 태도를 유지한다면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가 6월 초부터 ‘안전운임 TF’를 구성해 본격적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화물연대에 안전운임 TF를 제안한 바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구성, 기간, 목적 등 TF의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고 실체가 없는 상태로, 국토교통부에 의해 매번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이해 주체들 간 의견 충돌 시 언급됐다”면서 “이번에 언급된 안전운임 TF 역시 안전운임제에 대한 정부와 주무 부처의 입장 개진을 최소화하고 국토부의 역할을 이해 주체 간 의견 조율자로 축소하기 위해 제기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전했다. 정부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의 일몰조항 폐지를 공식 입장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요구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안전운임제는 일몰조항으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앞서 국회는 제도 도입 당시 제도가 일몰되기 1년 전에 국토부가 제도 시행 결과를 보고한 후 연장 필요성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지난해 1월 발의된 안전운임제 일몰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논의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안전운임제 폐지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화물연대가 해당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라며 지난 7일 총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파업 이틀째인 8일에도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기자브리핑에서 안전운임제 지속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전운임으로 육상운송운임이 30~40%가량 상승했다는 화주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컨테이너 품목의 경우 제도 도입 첫해인 2020년에는 12.5%가량 인상됐지만, 그 이후 2021년, 2022년 각각 1.93%, 1.57%로 물가 인상률이나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해 높지 않았다. 물가 인상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2021년 2.5%, 1.5%이었으며, 2022년 5.4%, 5.0%이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2009년~2018년)간 컨테이너·시멘트 품목 운임은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 10년간 컨테이너 운임은 평균 0.41%, 시멘트는 14.41% 인하됐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는 제도 도입 첫해의 경우 다소 높은 인상률을 보이는 것에 대해 화물운송 원가비용과 적정 소득을 기준으로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화주, 운송료를 세금으로 메꿨다”

특히 화물연대는 그동안 화주들이 유가보조금 제도를 이용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운송료를 공공의 세금으로 메꿔왔다고 지적했다. 화주들이 화물노동자에게 원가 비용이 제대로 반영된 운송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화물운송비용의 증가, 유가 인상이 화물노동자의 소득 감소로 연결되지 않고, 운송료 인상으로 이어지도록 안전운임제 지속 및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임 미적용 품목의 화물노동자들은 최근 경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평균 순수입이 384만 원에서 99만 원으로 줄었다. 화물연대가 국토부 자료를 재구성한 결과, 25톤 일반화물의 지난해 6월 유류비는 311만 원이었는데, 올해 6월에는 596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384만 원이었던 기존 순수입이 99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반면 안전운임 적용 품목인 컨테이너·시멘트의 경우에는 유류비 상승분만큼 운임에 반영돼 순수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설명이다.

[출처: 화물연대본부]

안전운임을 적용받지 못하는 이호신 화물연대 조합원은 과적으로 인한 사고위험을 지적했다. 인천에서 곡물을 운송하고 있다는 이호신 조합원은 “운임을 더 받기 위해 알게 모르게 과적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사고율도 높다. 여름에는 타이어가 견디지 못해 사고가 자주 난다”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를 전 품목·전 차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고려해야”

안전운임제에 대한 평가를 기업의 비용만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화물연대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 안전운임제 실시로 171건 견인형 화물차 사고를 피하고 205명의 생명을 구했다”면서 안전운임제가 시행되면 도로 안전에 따른 사고 감소로 인명을 구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여 중인 비조합원 비율에 대해 이봉주 위원장은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단지에서 약 70%라고 말했다. 또한 화물연대 파업 돌입 후 운송에 차질이 없다는 국토부 발표에 대해서는 “부산항 80%, 의왕ICD·평택항 95%, 광양항 약 100%가 멈췄고, 울산·대산 석유화학단지도 100% 가까이 멈췄다”면서 “공장에 물건을 많이 쌓을 수 있는 곳은 한 달도 버티겠지만, 대부분 2~3일 정도에 한계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파업을 축소하고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데 유감”이라며 “정부는 파업 기간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안전운임 TF’를 통해 논의하길 원한다며, 국토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화물연대는 관련 법 개정이 하반기에 이뤄지면 차질 없다는 어 차관의 발언에 대해 논평을 내고 “2023년 안전운임을 정하기 위해서는 올해 10월 31일까지 국토부 장관이 고시해야 하며,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적어도 7월에는 열려야 한다”면서 “매년 위원회 논의를 복기하면 다양한 원가 비용 책정과 이해 주체 간 입장을 조율하느라 항상 시간을 넘겨서 고시됐다. 어 차관의 태평한 소리는 사실 ‘제도 무력화’를 위한 예정된 수순이거나, 제도 운영과정에 대해 일말의 이해도 없는 무지한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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