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아닌 ‘운송거부’라는 노동부 장관

노동부 장관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부인

윤석열 정부가 파업을 벌이는 화물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보는 시각을 지속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을 ‘파업’ 아닌 ‘집단운송거부’로 규정해왔으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10일 ‘집단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썼다.

[출처: 화물연대]

민주노총은 10일 논평에서, 이날 이 장관이 ‘노동 동향 점검 주요 기관장 회의’에서 “지난 7일부터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집단운송거부를 지속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화물연대 운송 거부는 안전운임제 등 정책적 사항이 주된 쟁점이어서 통상의 노사관계와 다르나, 경제·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특히 생산·물류 차질 등의 상황은 본부에 적시에 보고해 범정부적 대응을 뒷받침해 줄 것을 주문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의 ‘화물 기사들이 개인사업자라 노조가 아니며, 따라서 파업도 노동법으로 보장되는 단체 행동이 아니다’라는 시각을 그대로 대변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발언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노동기본권 보장의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국내에서도 비준, 발효된 ILO 핵심 협약에도 반한다”라고 지적하며 “노동계와의 만남 등 여러 장소에서 본인이 노동계, 노동운동가 출신임을 내세우던 노동정책, 노사관계를 주관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스럽다”라고 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와 그 부처의 수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며 ‘안전운임제’에 대한 입장이 바뀐 국토부와 진짜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새 정부 핵심자들에게 이를 정확히 설명하고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설득·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그러나 “주무 부서가 국토부라며 상황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을 말하는 것은 장관의 시선이 어디로 향했는지 보여주는 것이어서 개탄스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이정식 장관에게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며 합리적인 요구가 불법으로 매도당하지 않으며 해결되도록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법으로 보호되는 단체행동권 행사가 아니라 ‘불법 운송거부’라고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주장이 “지난 4월 20일 효력을 개시한 ILO 핵심 협약 제87호 제3조(노동자단체의 권리, 단체의 운영과 활동을 조직할 권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전, 화물연대와 국토부 간 2차 교섭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됐다. 앞서 지난 9일 화물연대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교섭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는 거부됐다. 화물연대는 이날 교섭에서 기존 요구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에 대한 국토부의 약속과 현실적인 유가 대책 마련 방안을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구체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화물연대와 국토부 간 3차 교섭은 오는 11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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