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지옥의 경계선이 없다

[기고] 7월 2일,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 투쟁에 함께 해야

[출처: 금속노조]

‘생지옥’이라는 조선소 하청 노동 현장. 그리고 철판을 용접해 만든 1세제곱미터의 감옥. 그곳에 스스로 갇힌 노동자에게는 안팎이 모두 지옥이다.

극한 투쟁에 ‘그래도 목숨은 살려야죠’라는 말은 선뜻 나오지 않는다. 누울 수도, 허리를 펼 수도 없는 철제 감옥에서 나오더라도 또다시 생지옥 일터가 기다리고 있다. 거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점거 파업에 돌입한 지 28일째, 조선소 용접 노동자인 유최안 부지회장이 감옥에 갇힌 지 8일째다.

[출처: 금속노조]

안전보건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45명의 조선소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또 9,707명이 재해를 당했다. 조선소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제조업 두 배에 가깝다. 매일 같이 떨어짐(25%), 화재 및 폭발(15%), 부딪힘(14%)로 죽는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현장에서 조선소 노동자들은 수년간 임금이 동결됐다. 이유는 코로나19, 과거 조선업 불황이다. 지금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는 임금인상 30%를 요구로 극한의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은 임금 인상이 아니다. 조선업 불황 이전에 받았던 임금 수준으로 되돌리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업 수주 호황인 지금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아우성이다. 정치권은 노동자가 없으니 이주노동자들을 데려오자는 말을 뱉는다. 왜 노동자들이 조선소에서 희망을 잃고 일터를 떠나는지, 취업난이 심각해도 왜 조선소는 바라보지 않는지, 생각이 없다. 조선 하청 노동자 임금을 올리는 일이 전체 조선업을 살리는 것이라고 수백 번 말해도 대우조선, 대주주 산업은행, 정치권은 등을 진다. 정치권의 ‘노조혐오’에 공권력이 들이닥칠까 조선소 노동자들은 조마조마하다.

[출처: 금속노조]

회사 이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대우조선 일부 정규직들은 연일 하청 파업 파괴를 시도한다. 수주 호황에 이윤을 끌어 모아 자기 월급도 덕을 보려는 이들의 ‘불법파업’ 선동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온다. 하청 노동자를 향한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조선소가 활력을 되찾고 있는 지금, 하청 불법 파업으로 모든 공정이 멈춘 것은 대우조선 44년 역사 이래 처음이다.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서명지가 조선소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 요구를 공개적으로 내는 정규직 다수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에 소속돼 있다. 대우조선지회 대의원의 절반 이상이 사측과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파업 파괴 행위자에 대한 조합원 징계, 제명 등 역할을 하지 않는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긴 호흡’을 고집했다. “여기에 전태일이 있고, 민주노총의 정신이 있습니다. 지금 거제로 달려와 주십시오”라며 하청 노동자들이 절규하며 요구했다. 파업 투쟁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7월 2일 전국노동자대회 영남권 결의대회의 거제 집결을 원했으나, 민주노총은 애초 기획했던 대로 서울 집중 집회를 흔들지 않았다. 전태일 정신과 노동자 계급 투쟁은 “긴 호흡으로 준비해 온 노동자대회를 힘 있게 성사해야 한다”는 가치판단에 막혔다.

민주노조 운동에 다른 가치는 없다.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투쟁에 다른 이유를 댈 필요가 없다. 지금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함께하는 것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하나뿐인 길이다.

[출처: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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