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규제?…온플법 제정하라”

노동자·자영업자 피해로 이어진 플랫폼 정책 실종

1일 정기국회가 개원한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가 사실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앞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은 21대 국회에서만 11개 발의됐는데, 업계 반발 등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온플법이 플랫폼 시장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온플법의 핵심은 중개 거래계약 과정에서의 주요 내용을 명시해 사전에 이용사업자에게 교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된 경우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하거나, 안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물론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알고리즘 조작 등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 기업의 거래정보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해 사전에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이것으로는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치원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정부 각 부처 간의 알력 다툼으로 기존에 발의한 정부안에 대해서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올해는 “국회가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책 실종은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김종민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배달플랫폼·대행업체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배달기본료를 약관에 적시하지 않아도 위법이 아닌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지난 2020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배달, 퀵, 대리운전사와의 협약식에서 분명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겠다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쿠팡물류센터의 노동자들도 온플법이 필요했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폭염에 쓰러지고, 끊임없이 산재가 발생하고 휴식 시간조차 없는 강도 높은 야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노동밀도 및 강도, 노동과정을 조절하고 인력과 자원의 배치를 관장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와 관리는 자본의 자율규제로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시급히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으로 고율의 통행세를 내고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기업 외에는 알 수 없는 알고리즘과 광고 비용으로 열심히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 빈껍데기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 상태에 있는 디지털 시장의 지위 남용을 규제하고 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반대로 독과 기업의 편에 서서 ‘자율 규제’라는 명분으로 알아서 하라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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