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깎이는 공공비정규직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

5~6% 물가상승률에도 공무직 인건비 예산 단 2.2%만 증액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가계부를 공개하며, 저임금 문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라고 말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는 “월급을 받아도 생활비가 부족한데 졸라맬 허리띠가 어디 있느냐”라고 반발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건비 예산을 2.2% 증액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8일 오전 서울역 광장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물가상승률이 5~6%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수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된다”라며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기조와 함께 공무직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2.2% 절충안을 내놨지만 실질임금이 하락하는데 어떻게 처우 개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개한 공무직들의 임금명세서엔 최저임금인 191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찍혀있었다.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지만 호봉에 따른 임금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공공기관 자회사 무기계약직으로 11년째 일하고 있는 A씨의 지난 8월 수입은 시간외수당(29만5000원)을 합쳐도 202만 2080원에 불과했다. 이달 지출은 285만 원으로, A씨는 부족한 생활비는 대출을 통해 해결한다고 했다. 지출 중엔 초등학생 자녀 2명의 교육비 100만 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공공운수노조는 “A씨 본인의 용돈은 포함하지 않은 가계부라 실제 생활비는 더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사교육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나 학원을 가지 않으면 친구를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에서 공무직으로 11년째 일하고 있는 B씨 역시 적자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B씨에 따르면 2020년까지 가계부를 작성하다 어차피 월급으로 생활이 불가능해 가계부 작성을 중단했다고 한다. 실수령액 216만 8860원이 찍힌 B씨의 한 달 생활비는 330만 원이 넘어갔다. B씨는 “초등학생 자녀들이 있어도 사교육비 지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라며 “휴무일에 부업을 통해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한다. 부업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쉴 수 있는 날이 없다”라고 전했다. 교육공무직 C씨는 지난 8월 임금으로 176만 원을 받았다. 이마저도 부정기적으로 받는 상여금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C씨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방학 중엔 임금을 받을 수 없어 더욱 힘든 살림을 이어가야 한다”라며 “285만 5410원의 지출이 있는데 생활비 걱정에 외식은 아예 하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정경숙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매년 방학이면 보릿고개가 반복된다”라며 “게다가 급식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방학이면 휴가 여행은커녕 병원 치료를 받기 일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를 향해 “한숨 깊은 노동자의 생계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라며 “학교 비정규직의 고질적 병폐인 방학 중 생계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복리후생 임금인 명절휴가비 차별도 이젠 정말 끝내야 하고, 최소한 물가인상 수준이라도 반영한 임금인상이 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하반기 투쟁을 예고하며 “국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건비를 대폭 증액하는 예산심의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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