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깊은 잠: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왔는데…”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153) 부당해고 행정소송 2심 승소한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투쟁 이야기①

이길 거라 생각은 하는데, 혹시라도…

9월 28일, (주)케이오 회사 측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행정소송 2심 재판 선고(서울고등법원 제 6-2 행정부, 판사 홍석욱·최봉희·위광하)가 있는 날이다. (주)케이오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이 100%의 지분을 가진 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로부터 도급받은 항공기 청소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주)케이오는 2020년 5월 11일, 8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16일 케이오 노사협의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유급휴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지만, 회사는 4일 만에 이를 뒤집고 희망퇴직 공고문을 게시한다. 그리고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며, 동의서에 사인을 안 하면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회사가 처음에 약속했던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통한 유급휴직을 요구했다. 만약, (휴업수당의 10%에 해당하는) 사측 부담금 때문이라면 차라리 순환 무급휴직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보자는 제안도 했다. 희망퇴직과 유급휴직은 해고와 다름없는 조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오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강행했고, 이에 동의하지 않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조합원 8명을 정리해고했다. (주)케이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를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표적 해고였다. 해고노동자들은 서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 등을 하며 부당해고 철회 투쟁을 했다. (김계월 지부장이 복직한 7월 18일, 799일 차 천막농성은 종료됐지만, 법률 투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2020년 7월)와 중앙노동위원회(2020년 12월)는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회사는 여기에 불복하고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한다. 경영 위기로 인한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온 케이오 사측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복직 이행과 해고 기간 임금 지급을 하지 않아 1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지출했다. 지난해 8월 20일, 역시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중노위 재심판정 유지’라는 서울행정법원의 선고가 있었지만, (주)케이오는 또다시 항소했다. 이에 행정소송 2심 선고가 지난 9월 28일 오후 2시에 진행됐다. 케이오 사측은 수억 원의 법률비를 지출하면서 대형로펌 김앤장 변호사들을 수임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9월 28일, 행정소송 2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선고 법정이 있는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별관 건물로 들어가고 있는 김계월 지부장(오른쪽) [출처: 연정]

선고 30분 전, 선고 법정이 있는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별관 앞에서 김계월 씨(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를 만났다. 김계월 씨는 (주)케이오 소속으로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기내 청소를 7년 동안 하다가 해고돼 투쟁에 나섰고, 지난 7월 18일 투쟁 799일 차에 원직복직해 근무하고 있다. 회사는 소송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내용증명을 통해 일방적인 복직 명령을 했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부당해고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계월 씨는 회사로부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복직해야 했다. 그사이 정년이 지난 두 명의 노동자는 행정 1심까지 승소했음에도 그 ‘복직 명령’ 내용증명조차 받지 못했다.

“떨려. 이길 거라 생각은 하는데, 혹시라도 결과가…”


밤에 잠을 설쳤는지 계월 씨의 눈이 퀭해 보인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법원에 온 건 ‘혹시나…’하는 생각 때문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100%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은 것도 없다는 걸 체득해온 터다. 행정 1심 선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던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날 참석한 이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자고 견디는 하루

“회사가 신입사원 지원서를 쓰라는 거예요. 나는 그걸 써야 할 이유가 없잖아. 다시 신입사원이 되면 800일 동안의 모든 과정이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


복직하는 날, 계월 씨는 사측이 요구하는 신규사원 입사지원서 작성을 거부했다. 그러자 회사는 멋대로 입사 9년 차인 계월 씨에게 예전의 사번이 아닌 신규 사번을 부여했다. 아직 소송 중이라는 회사 측 주장으로, 계월 씨의 급여도 연차도 정상화되지 않았다.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의 기내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사흘 일하고 하루 쉰다. 그 이상 연속해서 버틸 수 있는 노동 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 오면 뻗어서, 진짜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자고 하루를 견디는 거지.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요즘 같으면 이틀 일하고 하루 쉬면 딱 좋겠다. 첫날은 그런대로 할 만한데, 둘째 날, 셋째 날은 너무 힘든 거야. 손은 퉁퉁 붓고, 저리고.”


김 지부장이 복직하자 회사는 ‘원직복직’이라는 미명 하에 오전 7시에 출근하는 ‘스페셜 파트’(비행기 일등석 좌석을 청소하는 파트로, 해고 전 김계월 지부장이 근무하던 파트) 근무 조를 만들어 주 5일을 연속해서 근무하게 했다. 계월 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는 계월 씨를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일반 근무 조로 보냈다.

“그런데 7시가 아니라 6시까지 출근하는 부서로 보낸 거예요. 새벽 3시 조금 넘어 일어나면, 자다 말고 출근하는 것 같아. 깜깜한 새벽에 4시 35분 공항리무진 첫차를 타러 걸어가야 해요. 힘들게 해서 그만두게 하려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김계월 지부장은 결과적으로 부서 이동을 시킨 게 ‘사측의 미스(mistake)’가 되었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30분 일찍 출근해서 무임금으로 업무 준비를 하거나 휴게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그간의 관행이 김 지부장의 문제 제기로 사라진 것이다.

  9월 28일, 행정소송 2심 선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조합원들과 아시아나케이오 투쟁에 연대해온 이들 [출처: 연정]

2시간 만에 퇴사한 사람도 있어요

“기내 청소노동자가 어떤 현장에서 근무하는지 하루만 와서 근무해보면 알아. 와서 비행기 두 대 받아보고 힘들어서 2시간 만에 퇴사한 사람도 있어요. 신입은 거의 전멸이에요. 코로나19 이전보다 노동강도가 더 세졌어요.”


계월 씨가 체감하기로 국제선 운항은 코로나 이전의 40%를 웃도는 정도까지 돌아온 것 같은데, 그에 합당한 인원이 충원되고 있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신규 입사자가 오면 기존의 노동강도를 못 버티고 한두 달 만에 퇴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인력 충원이 되지 않으니 기존의 노동강도가 계속 유지되거나, 퇴사자 발생으로 더 심해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회사는 그나마 버티고 있는 노동자들을 쥐어짜 주 52시간 내에서 최대한 연장·특근을 시켜오고 있다고 했다. 계월 씨는 사람인 이상 체력의 한계가 있는데, 노동자들이 당장의 연장근무수당 때문에 몸을 혹사하는 게 많이 안타깝다.

2019년 당시 501명이었던 케이오의 노동자 수는 계월 씨가 복직하던 즈음인 2022년 6월, 218명이었다.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239명에서 오히려 21명이 감소한 숫자다. 2022년 6월 이후 16~20명이 새롭게 채용됐으나, 이 중 14명이 저임금 장시간의 고된 노동을 못 견디고 퇴사했다. 인력 부족을 겪던 회사는 지난 8월에는 추천인에게 포상금 30만 원을 지급하겠다면서 ‘긴급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까지 냈다. 풀타임 노동자 채용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자, 최근 회사는 4시간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노동시간과 임금·인원·노동강도 등의 노동조건을 노동자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나 계획은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사측이 노사가 합의했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통한 유급휴직이나 전체 순환무급휴직을 시행해 고용을 유지해왔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비단, 케이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7월 27일 공공운수노조는 지상조업·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소속으로 근무하는 746명의 항공업계 노동자를 대상으로 ‘공항항공 사업장 일터회복 설문조사’를 시행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4%가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힘든 상태라고 응답했다. 현재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1순위 ‘1인당 작업량·횟수가 늘었다’, 2순위 ‘연차 사용이 어렵다’였다. 또한, 전체 설문 대상자의 74.9%인 559명이 인력 부족과 안전 위험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84.7%(632명)의 노동자가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사안으로 신규 인력 충원을 들었다. “코로나 휴직 끝나니, 일터지옥이 시작됐다”라는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의 제목은 현재 항공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신규 채용 의지가 없는 사측의 문제와 케이오처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일하려는 노동자가 없는 문제는 중첩돼 있다.

해고 이후 800여 일간 투쟁한 끝에 복직한 계월 씨가 경험한 일터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인력이 부족한데도 회사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두 명의 노동자를 정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정년 이후에도 촉탁직으로 계속 근무가 가능했던 기존의 관례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계월 씨는 800일을 같이 투쟁하고도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두 명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지옥 같은 일터일지언정 함께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죽음 같은 잠으로 사흘을 견디고 휴무를 맞이한 계월 씨는 이곳저곳 투쟁사업장에 연대를 간다.

  2022년 5월 11일 저녁, '아시아나케이오 복직투쟁 2년 연대문화제'에 참여 중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 (왼쪽부터 김하경·김계월·기노진 씨) [출처: 연정]

“2년 5개월의 시간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한여름 찌는 더위와 영하 18도의 한파 속에서도 오로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 하나로 버텨온 시간이었지만,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동지들도 있습니다. 복직을 위해 목숨을 건 단식도 오체투지도 뚜벅이 행진도 해볼 것은 다 해봤지만, 돌아온 건 집시법 위반에 벌금까지 해고 노동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습니다.”(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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