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현재 주가 상승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가?
주식시장. 시시각각 변동하는 혼란스러운 지수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의 의식에서나 경제학자들의 의식 속에서 주식 가격은 경제 상황에 대한 척도로서 상상된다. 마치 주식시장의 호황, 그리고 주가의 상승은 곧바로 경기상승을 의미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주식가격의 상승이 경기상승과 장미빛 미래를 암시하는 징후인가? 또한 지난해 후반부터 시작된 주가상승이 과연 한국경제의 경기상승을 암시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4월3일 종합주가지수가 2년만에 처음으로 910선을 통과했고, 뒤이어 국내언론뿐만 아니라 외국언론조차도 "한국의 주가가 그동안 저평가되었기 때문에 이번 상승기조가 1100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단기적인 조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승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런 주가상승을 두고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조차도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주식시장 관계자들이 "92년과 98년의 주가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른데, 그 이유는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었고 기업의 구조조정의 성과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반면, 일부에서는 버블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던 것이다.
주가상승의 원인을 설명하고 여기로부터 어떤 의미를 읽어내고자 한다면, 주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맑스는 주식을 가공자본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들어 내가 만약 대우조선의 주식을 구입하면, 대우조선의 주식은 이제 대우조선에서 기능하고 있는 자본을 대표하게 되고, 이 산업자본이 가치증식한 결과로 얻은 이윤, 즉 잉여가치에 대한 소유권으로 되는데, 여기서 문제는 이 주식의 가격변동이 기능하고 있는 대우조선이라는 산업자본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가공적인 것이다. 물론 대우조선의 주가가 반드시 대우조선의 영업실적에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가공성의 의미는 대우조선의 영업실적에 의해서만 대우조선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주가상승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자율(금리)의 변동을 보자. 97년 IMF위기 이전까지 콜금리는 평균적으로 13%를 유지하였고, 97년의 위기 동안에는 한때 25%까지 급등했지만, 현정권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서 99년부터는 5% 근처에서 이자율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후반에도 경기회복을 위해서 금리인하 조치가 여러번 취해졌다. 금리인하는 대부분 통화량의 증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통계청의 자료를 통해 보더라도 총통화가 2000년 후반부터 빠르게 증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가계대출을 장려하였고 그 결과 현재 가계대출은 가계파산을 우려할 정도로 증가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가계대출총액은 2001년말 33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02년 1월에서 3월까지 분기별로는 가장 높은 증가세인 17조원의 증가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중 은행권으로 들어간 자금은 약 13조원. 이 중 절반가량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가계대출로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계들은 낮은 이자율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이 대출자금을 유입시키게 된다. 그 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부동산가격폭등과 주가상승의 배경에는 이러한 사정들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주식시장으로 들어간 자금들은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러한 주식수요에 대응하여 주식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2001년에는 증권거래소의 상장자본금이 처음으로 감소했는가 하면 유상증자액도 최저수준에 머물렀다. 그 결과는 주식가격의 폭등이었다. 물론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협잡과 각종 기형적인 투기형태가 이를 더욱 부추겼을 것이며, 소위 증권분석가라는 사람들이 각종 현란한 지표를 들이밀며 '우매한 개미'들을 끌여들였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부르주아 경제학자 케인즈조차도 현대자본주의를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비난했다.
주식시장은 일종의 도박판과 같다. 그러나 소비를 줄이거나 은행대출을 받아서 투자를 시작한 개인들이 '양'이라면, 이미 기업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확보하고 충분한 자본력을 동원하여 장세를 주도하는 외국인들과 기관들은 증권거래소의 '늑대'라 할 수 있다. "증권거래소에서는 작은 고기들이 상어의 밥이 되고 양은 거래소 늑대들의 먹이가 된다."
여전히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이자율이 그렇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는가? 그리고 주식시장은 왜 그렇게 상장사들이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유상증자액도 미미하였는가? 경제가 잘 나갈 때는 이렇게 남아도는 저이자의 화폐자본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산업자본의 확대재생산에 쉴새없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경제는 어떤 상태에 있다는 말인가? 주가상승으로부터 한국경제가 잘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처음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말 기업의 영업실적을 보면, 이자보상비율(이것이 100%를 넘지 못하면 이 기업은 이자조차 벌지 못함을 의미한다)이 100%가 넘지 않는 기업이 전체제조업의 36%에 이른다. 즉 기업의 이윤율이 아주 낮다는 말이다. 이것을 놓고 신자유주의론자들은 아직 구조조정이 미진하여 이윤율이 낮은 한계기업이 살아있다고 분개한다. 오히려 상황은 정반대이다. 또한 은행권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자본은 아직 설비투자를 증대시킬 수 없을 정도로 이윤율이 낮은 판국에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면, 신용으로 연결된 기업간의 연쇄도산과 부실채권이 넘쳐날 것이 뻔한 일이다. 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투자처가 없다는 말과 투자설비를 확충할 정도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직 자본의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여기서의 '과잉'은 자본의 과잉을 의미한다. 곧 충분한 이윤을 얻기에는 너무 많은 자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수의 풍요를 위한 물질적 생산은 결코 과잉이 아니다. 이윤을 통한 자기증식을 목표로 하는 자본으로서는 신규투자로 이윤이 보상되지 않는 과잉축적의 상황에서 생산을 늘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로부터 산업순환이라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고,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주가의 기이한 상승은 산업순환의 한 국면에서 발생하는 투기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요즘의 주가상승은 한국경제 상승의 지표가 아니라, 경제모순과 만성화된 경제위기의 또다른 반영에 불과하다. 이 모순은 산업자본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주식의 가공성, 그리고 사회의 요구가 아니라 이윤율에 따라 운동하는 자본 그 자체에 의해 반복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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